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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MZ로 키우지 않은 거야?

도대체 MZ는 어떤데?

by 보름달

대학생 딸이 어느 날 저녁에 집으로 오더니 나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엄마는 왜 날 MZ로 키우지 않은 거야? 너무 힘들어."

대학 동기와 어울리기 힘들어하는 큰 아이는 고등학교나 대학교나 비슷하다고 한다. 아이가 다니는 대학 특성상 발표과제도 많고 모둠과제도 많은데 같이 하다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기적인 모습에 기가 차다고 한다. 개성이 강하지만 때로는 말이 통하지 않으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찾아 볼 수 없다고 한다. 딸에게 니가 '젊꼰'이어서 오히려 요즘 세대가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냐고 했더니 그 단어도 싫단다. 차라리 그냥 '꼰대'로 불러달라고. 오래된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느린 인터넷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대학교 들어가서 처음으로 SNS 세상에 들어가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하지만 딸은 고개를 저으면서 요즘 아이들(자기도 요즘 아이면서)은 너무나 자기중심적이고 책임감이라고는 전혀 없어서 도대체 협동이 안된다고 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적응할 수 없다고 한다. 무늬만 MZ인 딸이 보는 MZ들은 도대체 어떻길래 그러는 것인지 궁금하다. 도대체 MZ가 뭐길래?


사실 나 역시 젊은 딸과 함께 살면서도 젊은 사람들이 어렵기만 하다. 딸을 보면서 젊은 교사들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지 알았는데 딸이 무늬만 MZ여서 그런지 주변 젊은 선생님과의 소통에 벽이 느껴진다. 고개를 젓는다. 물론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 온라인 소통, 검색, 활용능력이 뛰어나고 공과 사가 정확해서 정해진 선을 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예전에 비해 훨씬 개인주의가 강해져서 무턱대로 도와달라고 하지 않으며 스스로 헤쳐나간다. 모르는 것은 교사들의 커뮤니티나 특정 교사의 유튜브 채널에서 도움을 받는다. 주관이 강해서인지 주변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는다. 학부모들에게 선긋기도 잘하며 교사의 일은 가르치는 것으로 국한하고 여지를 두지 않기도 한다.

그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다. 본인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워라밸이 있는 삶도 좋아 보인다. 권리보다 의무가 중요한 우리 세대보다 스스로를 위하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다. 자기표현에 스스럼없고 관계에 메이지 않는 것도 당당해 보인다. 그럼에도 무조건 부러워하고 좋아할 수 없는 것은 지각을 해도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천천히 걸어오며 학년에서 움직여도 본인 페이스대로 가는 것이 함께하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젊은 사람만 그렇냐는 것이다. 학교생활만 하던 딸이 대학생활과 사회생활을 섞어서 하면서 매번 투덜거리는 대상을 보면 동기들도 있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만나는 나이 먹은 사람들도 많다. 당연하게 양보받으면서 아무에게나 반말하고 스피커폰으로 전화하고 동영상을 이어폰 없이 크게 듣는 것은 남녀노소 가릴 수 없다. 오히려 남에게 절대 피해를 끼치지 않고자 하는 것은 젊은 세대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기적이고 특이한 것은 단순히 MZ여서가 아닌 것이다! 그냥 그 사람 자체가 이상할 뿐. MZ라는 용어는 그냥 억지스러운 핑계이고 세대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말인지도 모른다. 이해되지 않고 수용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그냥 MZ라는 경계선 안에 넣으면 간단해지니까 말이다. "저 사람은 나이 먹어서 왜 저래?!" 나 "MZ라서 그런가."라는 같은 의미가 아닐까.


살펴보면 내 주변에도 이상한 사람은 많다. 단순히 젊어서의 문제가 아니다. 나이 든 사람도 더 이기적이고 나잇값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유독 젊은 교사를 콕 집어 말하는 것은 그들이 만만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MZ라는 단어를 내세워 싸잡아서 욕하기 쉬워서 그럴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이 시대를 주도하고 있기에 그들이 크게 보이기도 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갖는 마음을 갖는 등 양가적인 감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이 먹은 이상한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 반면 말이다.


여러 사람들을 보면서 반추하게 된다.

"진짜 MZ만 이상해?"

어쩌면 MZ를 키워내고 만들어낸 것은 그 윗 세대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물론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 자체의 문제임을 자각해야 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잊지 않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나이에 상관없이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괜찮은 사람"으로 거듭나야 함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나부터 괜찮은 사람이 되면 세상에 괜찮아지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 모든 문제를 MZ 라는 세대의 문제로 찾지말고 사람의 문제임을 자각하고 반성하고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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