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정말 좋아하지만 독서 교육에 있어 결코 전문적이지 않다. 독서 지도법, 토론 지도법, 슬로리딩, 그림책 읽어주기 등과 관련된 책은 참 많이도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다. “책에서 배웠어요~”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난 사실 교육 전문가가 되지 못했다. 그냥 책이 좋아서 아동문학과 그림책을 꾸준히 사서 모으고 읽었을 뿐이다. 독후활동마저도 망설였다. 독서와 관련되어 뭔가를 하지 못했던 것은 어설픈 가르침으로 인해 책을 좋아하게 마음을 저해할까 하는 두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신 읽어준다. 그림책을 읽어주고 같이 그 시간을 누렸다. 아이들은 즐거워했고 나에게 설명을 해주기도 했으며 그림책을 통해 공감대를 쌓아갔다. 짜증이 섞인 잔소리 대신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하면 귀신같이 알아듣고 씩~ 웃으면서 바로 움직여주는 아이들이 신기했다. 팥죽이 급식에 나오면 아이들과 나는 『팥죽할멈』을 떠올렸고 민들레가 나오면 『친구의 전설』을 이야기했다. 활동의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은 날은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을 떠올리면서 뭔가 얻은 것은 없지만 우린 뭔가를 했다면서 우쭐해했다. 어느새 아이들은 여유시간이 생길 때 슬쩍슬쩍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하며 아침 독서 책으로 내 그림책을 빌려가길 진심으로 원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도 나처럼 그림책도 좋아하고 책도 열심히 읽었으면 한다.
부모가 읽어주어야 하는 책이 있다.
아이가 글자를 읽게 되면 읽기 실력을 키우기 위해 혹은 이제껏 많이 읽어주었으니까 혼자 읽으라고 두는 경우가 많다. 책을 줄줄 읽는데 부모가 언제까지 읽어주어야 하는지를 묻기도 한다. 아이에 따라 다르지만 사실 고학년 아이들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오디오북을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전문적이지 않아도 아이는 부모의 목소리에서 안정감을 얻는다. 마치 자장가 듣는 것처럼 익숙하고 친근한 목소리로 읽어주면 아이는 그 속에서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엄마, 아빠의 삶은 녹록하지 않다. 나 역시 학교에서는 많은 책을 읽어주다가 집에 오면 목이 잠겨 막상 딸들에게는 책을 읽어주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선물 주는 것처럼, 놀아주는 것처럼 읽어주었다. 힘들어도 가끔 읽어주면 확실히 좋은 점이 많다.
그림책은 정말 그림의 중요성이 문자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가 읽으면서 그림을 볼 수도 있지만 사실 두 가지에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부모가 읽어주는 대신 아이는 그림을 여유롭게 즐기게 하면 아이는 그림에서 많은 것을 찾아낸다. 그림에 담긴 이야기, 숨겨진 뉘앙스, 비밀 같은 질문들을 보면서 생각 주머니를 키운다. 말로 할 수 없는 감정들을 느끼게 해 주고 문장으로 갈 수 없는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림책을 잘 보게 하는 방법, 부모가 읽어주면 된다. 한번 읽어주면 애착을 갖고 자꾸 들여다본다.
자기 전에 읽어주는 전래동화는 아이에게 권선징악을 알게 한다. 선한 마음을 깃들게 하고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것, 악에 대해 경계하는 것은 잔소리가 아니라 옛이야기로 충분하다. 아이 혼자 읽는다면 느끼지 못한 부분을 부모가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다시 곱씹어보게 하는 옛이야기는 그 나름의 교육이 된다. 가벼우면서도 재미있지만 뭔가를 남기는 이야기라 생활 속에서도 종종 끄집어낸다. 많은 말 대신 서로 알고 있는 주인공이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도덕심을 기른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아이만 기르는 것이 아니라 어른도 잠들어있는 도덕심이 건드려진다.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경청의 자세도 지닌다. 안정감을 느끼면서 잘 듣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귀를 기울이기 때문에 경청할 수밖에 없다. 경청하면서 내용을 곱씹기도 하고 상상을 펼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부모의 사랑을 느끼고 공유하는 내용이 많아지기도 한다. 책을 읽어 주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하루 10분이면 그림책 한 권을 읽어줄 수 있고 5분이면 전래동화를 읽어주며 아이를 재울 수 있다.
혼자 소리 내어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
1학년 아이는 글자를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한다. 앞니가 빠져서 발음이 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다. 정확한 발음과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를 몰라서 그렇기도 하다. 책을 소리 내어 읽게 하는 것은 상당히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효과가 있다. 배움에 있어서는 고전적인 방법이 고루하고 무식해 보이지만 길게 남고 깊이 새겨지는 방법일 때가 꽤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소리 내어 책 읽기는 고전적이지만 좋은 방법이다. 한 권의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은 힘들다. 아이와 적당히 협상을 하여 한 페이지에서 두 페이지 정도를 소리 내어 읽게 하는 것이 좋다. 이 역시 혼자 하라고 두면 제대로 하지 않는다. 아이가 소리 내어 읽는 2~3분의 시간은 부모도 귀 기울여서 들어주자. 아니면 번갈아 읽기 또는 원하는 양만큼 읽다가 멈추면 이어 읽기 등 게임식으로 진행해도 좋다. 어떤 방식이거나 소리 내어 읽을 때 입을 크게 벌리고 발음을 또랑또랑하게 읽자고 약속해야 한다. 나 역시 발음이 좋지 않지만 아이와 함께 책을 읽거나 읽어줄 때 의식적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적당한 속도로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전달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매일 소리 내어 책 읽기를 하는 아이는 발표력에도 많은 향상이 있다. 정확한 발음으로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로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속도로 말하는 습관이 여기서 만들어진다.
어렸을 때는 무조건 많이 읽게 한다.
독서도 사람의 성향에 따라 그 방법이 달라진다. 고루고루 읽는 아이도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있는 아이도 있다. 아이마다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도 다양하다. 물론 주변에 어떤 책이 있는가, 부모가 어떤 책을 골라 어떻게 읽어주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그보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봐도 그렇고 집에 있는 두 딸을 봐도 그렇다. 한 권의 책만 외울 때까지 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한번 읽고 이야기를 알고 나면 다시 펼쳐보지 않는 아이도 있고 한 분야의 책만 찾아서 보는 아이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 있는 아이는 그 분야 책만 본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가 공룡 책만 찾아서 보는 것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예전에는 편독을 염려했으나 기우라는 것을 알았다. 편독하는 아이는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 질릴 때까지 본다. 무한반복해서 보다가 다른 것에 관심을 돌리는 경우도 있고 그것에 더 깊이 빠져서 점점 전문적인 책을 찾기도 한다. 그냥 두어도 된다. 오히려 빠지는 분야가 있어도 좋다. 책을 좋아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다양하게 보는 아이도 여러 번 반복해서 읽게 하면 좋다. 반복해서 읽다 보면 처음에 놓쳤던 부분을 찾을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어느 순간 깨닫기도 한다.
사실 어렸을 때는 독서 방법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아이가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즉, 주변에 장난감만큼 아니 장난감보다 더 많이 주변에 책이 있어야 한다. 책으로 집을 만들고 높게 쌓기 놀이를 해도 좋다. 아이가 어렸을 때 책에 낙서를 하거나 찢으면 내 가슴도 함께 찢어지는 것 같지만 그 또한 놀이로 생각하고 책과 친해지는 경험이라도 감수해야 한다. 중고도 좋고 물려받는 것도 좋고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것도 좋다. 책 빼고 놀 것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아이는 책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실에, 아이 방에, 화장실에 책이 있다면 아이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책과 친해질 수밖에 없다. 아이의 독서 성향을 맞추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을 아이 곁에 두는 것이 좋다. 아이가 골라 읽을 수도 있고 부모가 다양하게 읽어줄 수도 있다. 그게 독서 교육의 첫걸음이지 않을까. 먼 거리를 가야 할 때 가방 속에 책부터 챙겨 넣는 습관까지 만들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책과 친해지고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 아이가 언제나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어쩌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가 책을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되었기에 책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지금, 우리 아이가 책을 많이 볼 수 있는 환경을 어렸을 때부터 마련된다면 그나마 아이가 책과 친해지고 책을 좀 더 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