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아 소통하기
우리는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얼마나 상대를 알고 있더라도 말이다.
소통은 언어능력뿐만이 아니라 상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단지 언어를 잘 한다고 해서 아무한테나 전달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점을 어른이 되서야 깨달았다.
일본에 이사 가고 나서 나는 일본어를 공부했다. 하루빨리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해, 무리에 속하고 싶어서 언어를 배웠다.
그때는 언어를 잘 하는것이 소통하는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언어를 못하면 소통이 불가능 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180도 전환해 준 사건이 일어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나는 일찍 입시를 마치고 대학 진학 전까지 근처 드럭스토어 (올리브영 같은 곳)에서 일을 했다.
반 년 후에는 서울에서 혼자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알바 신청을 하고 운 좋게 집 근처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우리 가게에는 외국인 거주자와 관광객이 자주 방문하는 장소였다. 그래서 고객 중에 일본어를 못 하시는 분들이 상당수였고 나의 언어 능력 (일본어, 한국어, 영어)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이 일에 만족해하며 외국인 상대를 하곤 했다. 상사는 나의 그런 점을 특히 좋게 평가 하셨고 일을 한지 2주 후 부터 나의 일은 주로 주어진 일을 하면서 가끔 외국분들이 오시면 상대하는 거였다.
어느날 우리 가게에 중국인 여성분이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주류 코너에서 음료를 나열하는 일을 했을 때 상사가 나를 부르셨다.
어떤 외국분께서 도움을 청하는데 못 알아듣겠다. 자꾸 얼굴이 아바타(영화 아바타를 상상하면서 그 뜻을 알아보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가 되었다 라는 말을 하며 도저히 못 알아먹겠다는 거였다.
곧 바로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상사 따라 그녀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내가 본 그녀는 다급하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상당히 큰 일이 그녀에게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May I help you?"
라고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간단한 단어 몇 마디가 다 였다. 하지만 그녀는 제스처와 face, red, hot 등 문장이 아닌 단어들만으로 우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나는 초집중 하며 그녀의 말에 귀담아 들었다. 나는 추리를 하면서 어떻게든 이해하려고자 온 힘을 썼다.
그때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내 안에 답이 떠올랐다.
나는 상사에게 그녀는 얼굴에 화상을 입은 동생을 위해, 약을 사러 온거라고 전했다.
그러자 상사도 눈치챗다는듯 "아하!" 라고 말하며 곧 바로 화상 입었을 때 바르는 약을 찾아 그녀에게 건내주었다.
그리고 계산대에서 나를 부르는 호출이 들려오자 나는 곧 바로 다시 업무에 돌아갔다.
계산대 세 대 중 두 개로 많은 손님의 줄을 차곡차곡 없애가며 일을 할 때 나는 옆 계산대에서 결제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그녀의 모습을 슬쩍 보았다.
그녀는 약을 한 손에 들고, 안심과 기쁨의 미소를 지은 체 가게 출구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날의 일을 3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언어공부를 자연스럽게 배워왔던 내겐 이 일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다.
소통이 언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것.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이야기하면 상대는 그 열정에 보답하듯이 귀를 귀울이고 열심히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
우리는 어떤식으로 대화를 할까?
어쩌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하지 않고서도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바라는게 아닐까?
애인과의 갈등은 이런 마찰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장기 연애를 하면 상대가 나를 100%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하고 굳이 말을 안해도 이해했으면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착각이다.
우리는 초능력자가 아닌 이상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결국, 어떤 인간관계든 서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모든것을 공유 했다고 하더라도 항상 1%는 상대가 나에 대해 모르는 점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소통을 해야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마저 모르면서 상대에게는 다 이해하고 전달되길 바란다. 이것이 인간관에 있어 갈등에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12년 넘게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항상 전달할 때, 마침 오늘 처음 만난 사람한테 감정을 설명하듯이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인간관계도 원활하게 이루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