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직전까지 노력해야 되는게 요즘 채용입니다.
취업이 어려워진 건 경기 때문만은 아니다.
얼마 전 링크드인에서 본 글. 기업의 채용 기준이 세분화됐다는 이야기다. 예전엔 '성장 가능성'을 봤다면, 지금은 특정 산업 경험, 툴, 프로젝트 유형, 즉시 투입 가능한 역량을 본다.
맞는 말이다. 근데 왜 이렇게 됐을까?
1.경쟁자가 말도 안 되게 많아졌다
내 친구가 3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작지만 알짜배기 회사다. 최근 채용 공고를 올렸는데, 지원자가 며칠만에 천 건이 넘게 들어왔다고 한다.
AI 덕분에 이력서 쓰기가 쉬워졌다. 지원 허들이 낮아졌다. 그러니까 일단 넣고 보는 거다. 기업 입장에서는 1,000명 중에서 뽑아야 하니, 작은 회사도 잴 수 있는 상황이다.
2.온보딩 시간도 아깝다
요즘 회사들은 속도감을 원한다. 신입을 데려다가 6개월 가르칠 여유가 없다. 들어오자마자 바로 일할 수 있는 사람. 그래서 "이 툴 써봤냐", "이 도메인 경험 있냐"를 묻는 거다.
3.사실 대부분 '대체자' 채용이다
이게 가장 현실적인 이유일 수 있다. 신입 채용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퇴사자가 하던 그 역할을 메울 사람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하던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게 된다.
4.추가로 AI가지 합세했다.
예전에는 신입이 하던 단순 반복 업무, 자료 정리, 리서치 같은 일들. 이제 AI가 다 한다. 굳이 신입을 뽑아서 시킬 이유가 없어졌다. 그러니 신입한테 기대하는 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AI가 못하는 걸 해야 하니까.
최근 한 달간 50명의 이력서를 봤다. 시니어, 중내가 취업 준비하던 시절보다 지금 지원자들의 평균 수준이 훨씬 높다. 이력서, 포트폴리오 한게 많다.
준비된 주니어가 많다. 그래서 준비되지 않은 주니어들에게 설 자리는 더 없어진다.
근데 서류 합격은 더 어렵다. 다 잘하니까. 평균이 올라갔으니까. 평균적인 노력으로는 평균에 머무르고, 평균은 탈락이다. 예전에는 10명 중에 들어가면 됐다. 지금은 1등이 되어야 하는 세상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 뭔가 많이 하긴 한다. 근데 깊이가 부족할 때가 더러 있다.
중요한건 "해봤다"가 아니다. 왜 해봤고 → 뭘 알게 됐고 → 정의 내릴 수 있고 → 구조를 인식하고 → 결과를 맛보고 → 다음을 그릴 수 있는 것.
중요한 건 본질이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이걸 알고 해야 한다.
나도 지나고 보니 그렇더라. 급하게 많은 걸 했을 때, 퍼포먼스 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돌아보니 그때만큼 비효율적인 시간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 시간을 버릴 수는 없다. 다시 돌아보고 복기하면서 배우는 거다. 끝나고 나서 돌아보는 게 힘들지만, 그만큼 정확한 것도 없다.
실제로 이력서를 봐줄 때, 깊이 있게 정리해낸 친구들만 서류가 붙기 시작했다. 처음엔 나열만 했는데, 같이 파보니까 다 있었다. 꺼내서 정리를 안 했을 뿐.
더 많은 프로젝트, 더 많은 모임보다 하나를 제대로 해보는 게 낫다.
이상화 선수가 후배들에게 한 말이 있다.
"이 정도만 하면 됐겠지? 아니. 스케이트는 이 정도라는 게 없어. 이 정도까지만 네가 하잖아? 넌 그냥 그 자리야."
"운동은 진짜 힘들어. 그 12바퀴 어떻게 타. 근데 그걸 해야 네 거가 되고, 그 스케이팅이 너의 업적이 되는 거야."
"밥 맛 좋게 운동해서는 안 돼."
취업 시장도 비슷하다. "이 정도면 됐겠지"는 없다.
노력의 방향도, 정도도 바꿔야 한다. 1등이 어떻게 했는지, 얼마만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만큼 해야 한다.
깊이 파보는 것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건 없다.
이력서, 포트폴리오 보여주는 거 무섭고 창피한 사람 많다. 근데 결국 남이 봐야 한다. 남을 설득해야 하는 문서다.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게 먼저다.
가감 없이, 더 많이 시도하는 사람이 확률적으로 더 높은 합격률을 갖더라.
이건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내용이다. 똑같은 시기 동안 1번 만난 사람, 10번 만난 사람, 10시간 이상 대화한 사람. 더 많이 두드린 사람들이 더 많이 합격 메세지를 받아보고 있다.
결국 답은 하나다. 깊이 파고, 꺼내고, 보여주고, 반응 보고, 또 파는 거다.
그게 1등이 하는 방식이고, 지금 이 혹한기의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 혹한기 시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더 독하게 일하려고 한다. 다음 이직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때 경쟁력 있는 지원자가 되고 싶다. 새벽까지 공부하고, 더 깊게, 더 오랜 시간 고민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