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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 Oct 16. 2024

에필로그

연재를 마치며

친구의 귀띔대로, 물난리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와준 남자친구와 결혼을 했다.

결혼 후, 나는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

드디어 층수가 있는 빌라 201호에 전세 신혼집을 마련하고 모두 새 살림살이들을 사들였다. 침대, 옷장, 식탁, 얼음 나오는 냉장고, 청소기, 드럼 세탁기, 그릇, 냄비세트 심지어 자동차까지. 십 년 동안 가져보지 못한 수저, 젓가락 세트마저도 반짝거렸다. 남자친구는 내가 서울살이에 허덕이는 동안 안정된 직장에 자리를 잡았고, 둘이 대출금 갚아가며 잘 살아보자고 했다.

번듯한 거 하나 없고, 가진 것도 없고, 엄마말대로 대책도 없는 나와 함께 살겠다니. 도시에서 외롭게 혼자 살지 말고 기쁠 때 어려울 때 함께할 친구. 서른이 되어 다시 한번 신은 나에게 수호천사를 보내주었다.

마침내 수많은 도시의 불빛 중 하나를, 나의 방으로 불을 켤 수 있는 소망을 이루게 되었다. 혼자가 아닌 둘이어서 가능했다.


나는 이제야 지나온 내가 보였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던 것들을 어떻게 다 해냈는지. 대견하다며 나에게 칭찬해 준다.    

                      



연재한 글을 읽어주셔 고맙습니다.

도시에서 홀로 서는 청년들이 살아가는 생활들은 제가 보냈던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보호종료가 끝나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아동들은 갑자기 어른이 되라며 자립준비청년이란 이름으로 세상밖으로 내몰게 됩니다. 전세사기로 전재산을,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어버리는 청년들의 소식들을 들으며 마음이 먼저 저려왔습니다. 저 목돈을 얼마나 귀하게 마련한 돈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어렵게 마련해 준 쌈짓돈이고, 힘들게 일하며, 먹고 사고 싶은 것도 참아가며 아끼며 모 돈일 테니깐요. 누구보다 성실하게 모은 돈일 겁니다.


가만히 잘 살고 있는 사람에게 도대체, 왜 하필 나에게만 불행한 일들이 생기를 건지. 참으로 억울합니다.

도시는 마치 하나만 걸려라 하는 것처럼 언젠가는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돈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나 자신입니다.  


세상의 시련조차 땅에 떨어지지 않고 모두 나를 만들어가는 자양분이 됩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살아있지 않습니까. 

다시 시작하면 되니 괜찮습니다. 혼자 애쓰지 말고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나중에 다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나눌 수 있습니다.

팍팍한 도시생활에 눈물 나는 젊은이들에게 웃는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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