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세대를 이어 오르는 산

by 채작가

얼었던 땅이 녹아 새순이 돋고, 차가운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는 봄은 가볍게 산을 오르기에 아주 좋은 계절입니다. 어린 시절, 주말 아침부터 아버지는 제 손을 끌고 산을 올랐습니다. 주말이니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싶었던 저는 아버지 성화에 어쩔 수 없이 투덜거리며 집을 나서야 했습니다. 막상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한 걸음씩 오르다 보면 어느새 높은 빌딩마저 손톱만큼 작게 내려다보이는 장엄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아버지와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나 최근의 관심사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올라서 있었습니다. 산 정상에서는 온 세상이 내 발아래에 놓이는 황홀한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저는 요즘 날이 좋은 주말이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여전히 우리 집 뒤를 지키고 있는 그 산을 오릅니다.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나아가면 어릴 적 아버지와의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다람쥐처럼 산을 가볍게 뛰어오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내가 깔깔거리며 산을 뛰어오르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아버지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짐작해 봅니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 저는 아이들과 함께 산 아래의 풍경을 바라보며 옛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그 순간들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때 아버지와 함께 했던 등산은 단순한 산행이 아니라 아버지가 나에게 보내는 애정과 응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힘들게 오른 산 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아버지도 쉬고 싶은 주말을 나를 위해 할애하셨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산을 오르며 느꼈던 그 순간들은 저에게 다시 한번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 그리고 이제는 내 아이들과 함께하는 추억이 하나로 이어지며 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었습니다. 이렇듯 세대를 이어 같은 산을 오르며,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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