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 순두부 서점 -2
저는 늘 궁금했어요. 매일 아침 출근길목에 지나는 작은 공원의 네모난 정자 아래에, 사변이 빼곡할 정도로 옹기종기 앉은 할머니들은 과연 무슨 얘기를 나누시는지요. 시간에 쫓겨 잰걸음이었어도 코너를 돌아 공원을 딛는 걸음부터 할머니들을 눈에 담았어요. 세월에 작은 체구가 되어버린 할머니들은 이제는 정말 작아서 그렇게 모여 계셔도 마냥 포도알 같았지요. 어떤 날은 할아버지 한 분이 한 자리를 띄엄 앉은 날도 있었는데, 그날 그 할아버지의 용기가 아마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용기일 거라 생각했어요.
사실은 부러웠어요. 아침을 기다리는 마음이요. 이른 시각에 눈을 떠 주섬주섬 옷을 입고서 급할 것도 없는데 심장이 몰래 콩콩 거렸을 것 같아요. 어떤 날은 나뭇잎과 먼저 인사를 나눴고 어떤 날은 203호 할머니가 먼저 맞아주었을 아침이었겠죠. 누군가를 기다리고,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는 것이 매일의 시작인 아침이요.
예전에 머리를 제대로 말리지도 않은 여자가 살구 푸대처럼 축 늘어진 색이 바랜 요상한 갈색 바구니 가방을 들고 공원을 지나가기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저에요. 그때 저의 출근길 행색이 할머니들에게 목격되기를 바랬어요. 처음엔 얘깃거리로 오르내리기다가 어느날은 저의 안부도 챙겨주는 날이 있기를 바랬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할머니들은 나무 아래, 바람 아래, 친구 옆에서, 모두의 안녕과 하루를 지탱해줄 만큼의 담소를 채운 다음에야 다시 집으로 향했을 테죠. 서로의 또다른 아침을 약속하고서요.
이제는 저에게도 그런 아침이에요. 커피머신 뒤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로 관심없는 듯 숨어있지만, 어쩔 수 없이 콩콩거리는 마음이에요. 어렸을 적 언니는 술래가 되고 저는 커텐 뒤나 문짝 뒤에 어렴풋이 숨어있는 모습이랑 비슷해요. 숨어있다기보다 기다리는 모습이죠.
읽고 있는 책의 이야기를 잘 모르겠어서 몇 장 넘겨 그 앞을 읽어보기도 하고, 오자마자 정리해 놓은 책들을 한번 더 가지런히 맞춰보기도 해요. 괜히 딴짓을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지만, 결국 제가 기다리는 아침의 결말은 저 문을 열고 들어설 누군가에요. 콩콩거리는 마음으로 몽글몽글 순두부 서점의 안부를 물어줄 손님을 기다려요. 만나면 우리, 곁을 나누어요. 그걸로 충분한 당신이라면, 그 아침을 위해 이 곳이 먼저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