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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바스 이실장 Aug 23. 2023

기술자가 가져야 할 기술적 마인드

지금부터 나는 스페셜리스트다-7

2023년 길음동 태양빌라 양변기, 세면대 교체




기술자라고 하면,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자신에게 요청한 의뢰인에게 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입니다. 단순하게 기술을 가지고 돈만 버는 직업이 아닙니다. 일종의 서비스직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전문적인 일의 특성상 어떤 것들은 한번 잘못 작업하면 재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부담을 가지고 해야 합니다. 기술자가 전문기술을 시공할 때는 안전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조화롭고 멋스러우며, 나중에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더라도 문제없이 깔끔하게 작업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저의 경험을 말씀드리면,


1. 다음을 생각하는 기술자가 되자.

2023년 자곡동 래미안포레아파트 세면대 교체

기존 세면대를 철거하고 보니 그전 기술자가 세면대의 벽에 닿는 부분에 실리콘을 많이 쏴버렸나 봅니다. 앙카볼트를 풀어도 세면대가 때어지지 않아 부득이 세면대를 깨서 떼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세면대를 깨지 않고 힘으로 들어내면, 세면대가 붙은 벽타일까지 떨어져 나오면서 난감해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타일이 깨져 타일을 교체시공한다고 해도 같은 타일을 구하기 어렵죠.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세면대를 망치로 깨내면서 벽타일에 손상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떼어냅니다. 살살 조심스럽게 작업했는 데도 위 사진처럼 구멍이 나버렸네요. 실리콘은 꼭 쏴야 할 곳에만 쏴야지 저렇게 세면대 뒤에 실리콘을 많이 쏴버리면 안 됩니다. 처음 세면대를 설치할 때는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다음 기술자가 세면대를 교체할 때는 문제가 생기죠. 당장 내가 할 작업만 생각하지 말고, 훗날 다시 제품을 교체설치 하더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게 작업해야 합니다.



2.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확실하게 처리하자.

위 사진처럼 타일에 구멍이 뚫렸지만 새로 세면대를 설치하면 모두 가려집니다. 아무런 조치 없이 새 세면대를 설치해도 세면대 뒤편에 타일이 뚫렸는지 집주인은 모릅니다. 집주인이 세면대에 물을 틀어 사용하면 물이 세면대 뒤편으로도 넘어갈 수도 있는데, 타일 벽 뒤로 물이 흘러들어 가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타일 뒷벽으로 들어간 물들이 고여 썩으면 욕실 냄새의 원인이 되고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2023년 자곡동 레미안포레아파트 세면대 교체

기술자는 수고스럽겠지만, 백시멘트로 구멍을 깔끔하게 막아줘야 합니다. 백시멘트를 가져와 반죽하고, 메우고, 닦아야 하니 손이 더 가고 번거롭겠죠. 올바른 기술자는 안 보이는 부분 까지도 확실하게 마감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내 몸 편하려고 (누구도 보지 않고 있으니까) 대강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면 올바른 기술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안 보이는 곳이라고 덮어 버리면 언젠가 누군가는 알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곳도 깔끔하고 문제없게 마무리해야 기술자 자신의 마음도 가벼워지고 기술자라는 긍지를 가질 수 있어요. 



3. 기술자로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기술경험이 많지 않을 때는 자신이 공사한 현장에서 AS요청이 자주 올 수 있습니다. 집주인은 새로 욕실을 리모델링했거나 제품을 교체했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만큼 스트레스받는 게 없죠. 그럴 경우에 현장이 어떤 상황인지,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 알아야 합니다. 조속히 해당 현장을 방문해 문제가 생긴 이유를 알아봐야 합니다. 그 문제가 제품이나 부속품의 문제인지, 현장 특성상 그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인지, 집주인에게 일러준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았는지, 아니면 자기 자신이 시공하면서 실수한 것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아야 집주인에게 설명할 수 있고, 조치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음 현장에서도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생각하며 시공할 수 있습니다. AS를 하러 가는 것도 많은 경험을 쌓고 자신의 기술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자인 당신이 공사한 현장을 책임져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AS요청은 좋은 일은 아닙니다. AS 할 일이 발생하면, 저를 믿고 일을 맡겨준 집주인이나 인테리어업체에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AS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거나 하면, 나쁜 기술자로 가는 길입니다. 당신이 집주인이라고 가정해 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세요. 클레임을 걸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클레임 때문만이 아니라도, 당신 자신에게도 떳떳하지 못한 일이 됩니다. 그런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면, 기술자의 일을 그만두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입니다.



4. 집주인이 일을 맡기지 않더라도 상심할 필요 없다.

집주인은 욕실 제품을 교체하고 싶거나, 욕실 리모델링하면 비용이 얼마나 필요할지 궁금해합니다. 비용을 당신에게만 물어볼 수도 있지만, 두세 군데 비용 문의 후 집주인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기술자에게 맡깁니다. 당신에게 문의만 하고 일을 맡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술자도 집주인과 상담하면서 집주인의 성향을 파악하면서, 왠지 꺼려지는 현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때 기술자도 적절한 핑계를 대며 집주인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으니까요. 


집주인이 자신에게 일을 맡기지 않은 이유는 몇 가지 있을 수 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비용이 높아 집주인이 공사를 포기했을 수도 있고, 저렴하게 해 주겠다는 다른 기술자를 알아봤을 수도 있고, 당신이 응대를 잘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이 응대를 잘 못했다는 부분입니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고객 응대 방법을 고쳐야 합니다. 고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관련 책을 읽거나 유튜브에서 찾아보세요. 한 단계 더 나아가 상대가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말하는 방법도 공부하길 권합니다. 



5.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자.

현장에서 일을 더 재미있고, 신나게 할 수 있는 당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힘도 덜 들고, 스트레스도 줄어듭니다. 저의 경우는 아침에 일을 하러 가면서 "나를 부른 집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오늘 현장에 설치할 제품은 어떤 것일까?, 새로운 제품일까?" 기대를 가지고 갑니다. 아니 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처음부터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으니까요. 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하러 가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빨리 가서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작업하면서 블루투스 헤드셋을 끼고 작업을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골전도 헤드셋입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은 귓구멍을 꽉 막기 때문에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과 소통도 안되고, 현장에서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골전도 블루투스 헤드셋을 끼고 작업하면 주변 소리도 들을 수 있으면서, 전화 왔을 때 받기도 편하고, 신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죠. 즐겁게 일하면, 일의 퀄리티도 좋아지고 힘든지도 모르게 일할 수 있어요. 즐겁게 일해야 기술자의 일을 질리지 않고 오래 할 수 있습니다. 



6. 내 아들이 기술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부모님의 대다수는 아들이 유명 대학을 졸업한 후 편하고 좋은 자리에 취업하기를 바랍니다. 아들이 거친 현장에서 체력적으로 힘든 일을 하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15년 동안 남들과 경쟁하고 회사의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으며 일하는 것보다, 기술자의 일을 하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제 성향에도 잘 맞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의 기술 수준에 집주인들이 만족하고, 칭찬하는 것을 들으면 이 기술을 배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오는 보람은 덤이죠. "더 빨리 세상을 알고, 나 자신을 알고, 20대에 기술을 배웠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이라도 기술자라는 일을 찾게 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들이 제가 하는 기술을 배워 기술자가 되고 싶어 한다면, 저는 적극 추천해 주고 지원해 줄 생각입니다. 제 마음 같아서는 아들이 저보다 더 멋진 기술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삶을 더 만족하며 살 수 있도록 제가 조언도 많이 해 줄 것 같네요. 하지만 기술자가 되겠다는 결정은 아들 본인의 선택입니다. 


몸을 써가며 일한다고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기술자가 일에 대해 보람과 만족감을 얻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뭐가 더 필요할까요? 삶은 더 풍요로워지고, 즐거워질 것입니다. 모든 일은 자기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깔끔한 마무리는 모두를 편안하게 한다."

[이너바스 이실장 명언-25]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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