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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gan Lee Nov 10. 2022

내가 자존감이 높은 이유

무의식에 남아있는 성공의 기억

어릴 적부터 유난히 자존감이 높았던 나는 한 때 세상이 나를 향해 돌아간다고 믿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발칙한 생각이지만 그때는 정말 그런 줄 알았다.


내가 자존감이 높은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었겠지만 우선은 교육에 있어 강압적이지 않았던 부모님이 있을 것 같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교육열로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동네에 살면서 주변 친구들이 매일 학원을 몇 개씩 다니는 광경을 목격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 한 명은 개인 과외를 합쳐 본인이 다니는 학원이 총 12개라고 말했을 정도다. 나는 그때 정말 크게 충격을 받았다. 어린 마음에 "그럼 놀이터는 언제가?"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주변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면 조바심에라도 학원 뺑뺑이를 돌렸을 법도 한데, 우리 부모님은 내가 스스로 필요를 느끼지 않는 이상 억지로 나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셨다. 학창 시절 동안 내가 다녔던 학원은 영어학원, 중국어학원, 수학학원이 전부였는데 영어와 중국어는 워낙 외국어 배우는 것을 좋아했던 내가 자발적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다녔던 것이고, 수학학원 또한 학년이 올라가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껴 이를 채우고자 일 년 정도 다닌 것이 전부였다.


물론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을 만큼 내가 지기 싫어하는 성향에 학구열이 꽤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시험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았을 때도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렇다느니 하는 비난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내가 스트레스받는 걸 보며, "실수할 수도 있지 뭘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받고 그래?"라고 하셨다. 그런 부모님께 아직도 "솔직히 나만큼 가성비 좋은 딸도 없지?"라며 종종 장난을 치는 철부지 딸이지만 나는 이렇게 자유방임주의(?)로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두 번째로는 돌발상황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 탓에 모든 것에 계획을 세워 작은 성취를 이뤄나갔던 점 또한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데 한몫했다. 


일례로 나는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최소 2주 전부터는 시험 범위를 확인하고 공부계획을 세우곤 했다. 시간 단위로 쪼개서 공부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간혹 그런 친구들도 있었다) 하루에 어떤 과목을 어느 정도 공부할지를 항상 정해놓고 그대로 행동하는 편이었다. 주변 친구들과 심리전을 한답시고 아직 시험공부 시작도 안 했다고 이야기하기 일쑤였지만 실제로는 뒤에서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하는 타입이었다. (사람들이 왜 노력형보다 천재가 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나는 이미 중학생일 때부터 꿈이 확고했기 때문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내 인생을 모두 계획하고 그에 맞춰 살아왔다. 해외를 돌아다니며 글로벌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에 호텔리어라는 꿈을 선택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외국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영어를 제일 열심히 공부했다. 또한 당시 크게 부흥하고 있던 중국의 경제성장에 맞춰 외국어를 전공할 수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중국어를 본격적으로 배웠다. 대학 또한 꿈을 이루기 위한 최적의 전공을 선택해서 그중 가장 비전이 좋고 유명한 학교에 진학했다. 


여기까지만 봐도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인생을 계획하고 준비해왔는지 알 수 있을터. 물론 모든 사람들이 계획한 대로 이루는 것은 아니기에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하지만 핵심은 나는 항상 큰 목표를 두고 목적성에 맞게 움직였으며 그 결과 남들보다 빨리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조금 더 시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어릴 적처럼 내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도 않고 가끔은 나에게 깜짝 놀랄만한 이벤트(좋든 싫든)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무의식에는 여전히 노력과 집중, 그리고 성공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 경험이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나에 대한 믿음. 그리고 거기서 오는 흔들림 없는 자존감. 이것이야말로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며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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