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풍경(風景) (1923)
이상화
맥(脈)풀린 해ㅅ살에, 번적이는 나무는, 선명(鮮明)하기 동양화(東洋畵)일너라
흙은, 안악네를 감은, 천아융(天鵝絨) 허리ᄯ긔 갓치도, ᄯ가습어라
묵어워가는 나비 날애는, 듬을고도 쇠(衰)하여라,
아, 멀리서 부는 피 소랜가- 하늘 바다에서, 헤염질하다.
병(病)드러 힘업시도 섯는 잔듸풀— 나무가지로
미풍(微風)의 한숨은, 가는(細) 목을 매고, ᄭ걸덕이여라.
참새 소리는, 제 소리의 몸짓과 함께 가볍게 놀고
온실(溫室) 갓흔 마루 ᄭ긋에 누은 검은 괴의 등은, 부드럽게도, 기름저라.
청춘(靑春)을 일허바린 낙엽(落葉)은 미친 듯, 나붓기여라,
설업게도, 길겁게, 조으름 오는 적막(寂寞)이, 더부렁그리다.
사람은, 부질업시, 가슴에다, ᄭ가닭도 모르는, 그려움을 안고,
마음과 눈으론, 지나간 푸름의 인상(印象)을 허공(虛空)에다 그리여라.
―『벙어리 노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