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종이에
팔다리를
옳게 그리고
딱 좋을 숫자를 고민한다
정갈하고 적당한 나무를 찾아
골라 모으는 내내
걷는 내내 자는 내내
널 그리고 짚어본다
너무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게
너무 복잡해 모르지 않게
너무 단순해 심심치 않게
보이지 않는 심장도
식지 않을 열정으로
덮여버릴 내장도
멈추지 않을 튼튼함으로
저린 손가락 풀어가며
졸린 눈 비비며
정성을 다하는 건
네가 내게
그냥 나무인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림이든 글이든 작업을 하다 보면,
내가 매만지고 있는 녀석에게 정이 듭니다.
그리고 어느새 사람 대하듯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의 마음이 이랬을까요.
아마도 모든 창작자의 마음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