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무대 위에 섭니다. 무대에서 나는 두려움 없는 기사였다가 엉뚱한 시인이었다가 웃으면서 우는 광대가 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무대 위의 나를 그립니다. 어떤 이는 보이는 나를 그리고, 어떤 이는 보이지 않는 나마저 그립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는 이들의 시선이 나를 꿰뚫고 지나가, 내가 연기하는 영혼에 가 닿는 순간을 사랑합니다.
나는 영혼을 홀리는 마술사.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멍해진 당신의 구두를 신고 등 뒤에서 놀라게 할 수도 있지. 위대한 마술사에게만 허락된 나의 보물, 그 완벽한 곡선과 오묘한 빛깔은 그 어떤 마술로도 훔칠 수 없는 것. 나의 하루는 종일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눈을 감은 순간조차 그것을 꿈꾼다네.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어린 소녀였습니다. 왕께서 내게 고귀하고 아름다운 그녀를 지키라 명하셨지요. 소녀는 여인이 되었고, 마침내 여왕이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그녀가 좋아하는 꽃을 가져다 두고, 그녀의 곁을 지킵니다. 오늘도 나는 그녀를 바라보지만,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내가 입고 있는 갑옷뿐이겠지요.
모두가 잊으라고 했지만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어요. 생에 오직 한번 나는 땅의 나라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사각거리던 옷, 피부에 닿던 흙의 느낌, 달콤한 사과꽃의 향기, 햇빛에 반사되던 그 선명한 빨강 그리고 나비의 춤. 단 한 번만 허락된 방문이기에 나는 평생 그리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나는 나의 바다 왕국을 좋아하지만, 나의 영혼은 늘 다른 곳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