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너는
모질던 삶이 내게 준 선물
팔꿈치 만한 네 안에
우주를 품었구나
꽃잎 같은 네 입술로
불릴 때마다
가슴속 결석 같던 옹이들은
무른 살로 피어나고
삭막했던 하루에
희망이란 씨앗 뿌려
봄을 불러 주었으니
너를 그리 불러야겠다
너만은 청청한
햇살로 불리며
사는 내내 꽃밭이길
기도하는 마음
단단하던 흙 녹이고
고개 내민 새싹처럼
한 세상 그리
설레게
햇살 향해 만발하는
생명들처럼
꿈을 향한 날갯짓
힘차게
그렇게 아가,
곁에 있는 동안에도
그러지 못할 동안에도
너는 수천수만 번 따스히 불리며
봄으로 살아가렴
내 이름의 이니셜로 작업을 하다 보니
이름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집안의 큰 어른이
이름을 지어 주시거나 돌림자를 따르던 시절에,
내 아버지는 딸에게 따뜻한 계절을 품은 이름을
직접 지어 주겠노라 고집을 부리셨다 합니다.
덕분에 저는 그 시절에는 흔치 않던 이름으로
한평생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모가 되고 보니 알겠더군요.
내가 낳은 한 생명의 이름 짓는 행위의 의미를.
그러니 나도
내 아이의 삶에 햇살이 가득하길 바라는,
내 부모의 바람을
살아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