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육아 휴직 기간,
와이프와 아이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친밀감이 높아진 시기,
이상하게도
아이들과의 대화에 있어
다정다감한 말이나 눈높이 교육보다,
대화의 절반 이상이
방귀에 대한 이야기이다.
별 시답지 않은 방귀 이야기에
뭐가 그리 웃기는지,
아이들은 연신 웃어대고
와이프 역시 그 모습을 보고 좋아한다.
어느 날인가
둘째의 별명은 구봉이가 되었다.
‘방구뽕!’에서 시작되었으나
그 이름을 사용하기는
너무 직설적이고, 고급(?) 지지 않은 듯하여
방구뽕 > 방구봉 > 구봉이가 되었다.
첫째 딸아이였다면,
엄청 화를 내며, 난리를 치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렸을지도 모르나,
둘째는
자기 별명 ‘구봉이’에 대해
새로운 훈장을 얻은 것 마냥 무척 맘에 들어한다.
어느 날인가,
가족끼리 외출을 나갔다, 집으로 들어가는데
“봉구야~”
하는 둘째의 목소리가 들린다.
“응?”
고개를 돌린 나의 눈에
아파트 단지 내에 사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온다.
“뭐.. 뭐야? 쟤 이름이 봉구야?”
“응! 내 동생이야! 난 구봉이, 쟨 봉구!
난 고양이가 너~무 좋아!
아빠, 우리 고양이 키우면 안 돼?”
이미 애완충 공벌레와 애완 거북이로
큰 시련을 겪었던 나다.
이젠 이런 식으로 발전을 하여,
나를 꼬시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벌레, 거북이와 고양이는 엄연히 다르다.
둘째의 이야기를 못 들은 척,
난 집으로 들어간다.
와이프와 큰 딸은
워낙 동물을 싫어해,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울 수는 없다.
하지만
둘째에게 봉구를 소개받은 날 이후,
난 둘째만 데리고 고양이 카페를 몇 번 다녀왔다.
나 역시 고양이를 워낙 좋아해서
카페를 가면 둘째와 나는
긴 시간을 즐겁게 보내곤 한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둘째를 꼬셔서
엄마와 언니에게
고양이 키우자 말하라고는 지시하는데,
아직까지 둘은 철벽이다.
P.S. 늦은 밤, 술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가다 보면,
봉구가 다가와 “야옹~”하고 인사를 하곤 한다.
나 역시 “야옹~”하고 화답을 하면,
내 앞에 배를 드러내고 눕곤 한다.
5분 정도 만지다 집으로 들어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강렬해지고 있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