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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밀 Oct 24. 2022

078 나 23 - 바버샵

중년 남자의 잡생각


가족 내력인지

나의 머리카락은

두껍고 숱이 많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과거에 비해

많이 얇아지고 숱도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머리를 깎으러 가면

항상 숱을 많이 쳐야 한다.



젊은 시절에는

내 머리를 잘라주던 분이


“이게 사람 털이야? 돼지털이야?”


라고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지금이었으면 화를 냈을 텐데,

20대 시절에는 그냥 같이 웃었던 것 같다.)




육아휴직 기간,

와이프가 동네 아줌마들과

이야기를 하고 와선,

요새 아빠들이

새로 생긴 바버샵을 많이 간다며,

거기서 한 번 깎아보는 건 어떠냐고 한다.


미장원만 가다가,

이발소는 진짜 오랜만에 가는 것 같다.

아.. 아닌가?

이발소를 가 본 적은 있던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와이프의 제안으로

방문하게 된 A 바버샵.


요새 새로 생긴 음식점이나 카페의

인테리어가 끝내주게 예쁜 것처럼

이발소도 발전하여

바버샵이란 이름으로 바뀌고 나선,

인테리어도 제법 근사하다.


그리고 예전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깎아 주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온몸을 문신으로 새긴

젊은 친구들이 나를 맞아 준다.

(아.. 오해하겠다. 온몸을 본 적은 없으니,

‘팔’이라고 정정한다.)



문신을 한 사람에 대한

왠지 모를 거부감과 무서움이 있는 나로서는

약간 겁이 난다.


“자~ 여기에 앉으세요~”


응?

생긴 것과 다르게 목소리의 톤이 매우 높다.


그리고 무척이나 다정다감하다.




2주에 한 번씩

머리를 자르다 보니,

어느 순간 이발사와 꽤 친해지게 된다.


나만큼 자주 오는 손님은 없다며

굳이 지금 안 깎으셔도 되는데

왜 오시냐고도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영화 이야기로 시작하여

본인의 가족 이야기,

아직 젊기에 인생에 대한 걱정거리 등

어느 순간 2주에 한 번씩 방문하여

이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이

또 소소한 일상의 낙이 되었다.


가끔은 인생의 선배로써

상담을 해 주는 자리인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어느 날,

바버샵에서 메시지가 온다.

요새 물가가 너무 올라서

부득이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기사..

음식점이건, 주유소 건, 여행지이건

그 어느 곳이던지 모든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니 이해해 줄만 하다.


가격이 올라

33,000원이 44,000원이 되었단다.


응? 33%가 올랐다고?


2주에 한 번씩 깎아서,

거의 자를 머리도 없는데?


친했던 이발사와 작별의 시간이다.



‘이런 도둑놈 같은 녀석을 봤나?’



 

P.S. 바버샵에서 100m도 안 떨어진

상가 지하 구석 자리에서

머리를 안 감겨주는 미용실을 찾았다.

말 한마디 안 붙이고, 기계처럼 깎아대며

고객층은 대부분 어린 남학생이다.

그래도 만원대 초반이기에 이발 장소를 변경했다.

근데 가끔 친절하게 대화하던 바버샵 이발사가

떠 오른다.

다시 돌아갈지, 말지.. 몇 개월째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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