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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밀 Oct 25. 2022

079 가족 32 - 구봉이와 봉구

중년 남자의 잡생각


육아 휴직 기간,

와이프와 아이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친밀감이 높아진 시기,


이상하게도

아이들과의 대화에 있어

다정다감한 말이나 눈높이 교육보다,

대화의 절반 이상이

방귀에 대한 이야기이다.


별 시답지 않은 방귀 이야기에

뭐가 그리 웃기는지,

아이들은 연신 웃어대고

와이프 역시 그 모습을 보고 좋아한다.



어느 날인가

둘째의 별명은 구봉이가 되었다.


‘방구뽕!’에서 시작되었으나

그 이름을 사용하기는

너무 직설적이고, 고급(?) 지지 않은 듯하여

방구뽕 > 방구봉 > 구봉이가 되었다.


첫째 딸아이였다면,

엄청 화를 내며, 난리를 치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렸을지도 모르나,


둘째는

자기 별명 ‘구봉이’에 대해

새로운 훈장을 얻은 것 마냥 무척 맘에 들어한다.




어느 날인가,

가족끼리 외출을 나갔다, 집으로 들어가는데


“봉구야~”


하는 둘째의 목소리가 들린다.


“응?”


고개를 돌린 나의 눈에

아파트 단지 내에 사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온다.


“뭐.. 뭐야? 쟤 이름이 봉구야?”


“응! 내 동생이야! 난 구봉이, 쟨 봉구!

난 고양이가 너~무 좋아!

아빠, 우리 고양이 키우면 안 돼?”


이미 애완충 공벌레와 애완 거북이로

큰 시련을 겪었던 나다.


이젠 이런 식으로 발전을 하여,

나를 꼬시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벌레, 거북이와 고양이는 엄연히 다르다.


둘째의 이야기를 못 들은 척,

난 집으로 들어간다.



와이프와 큰 딸은

워낙 동물을 싫어해,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울 수는 없다.


하지만

둘째에게 봉구를 소개받은 날 이후,

난 둘째만 데리고 고양이 카페를 몇 번 다녀왔다.


나 역시 고양이를 워낙 좋아해서

카페를 가면 둘째와 나는

긴 시간을 즐겁게 보내곤 한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둘째를 꼬셔서

엄마와 언니에게

고양이 키우자 말하라고는 지시하는데,

아직까지 둘은 철벽이다.




P.S. 늦은 밤, 술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가다 보면,

봉구가 다가와 “야옹~”하고 인사를 하곤 한다.

나 역시 “야옹~”하고 화답을 하면,

내 앞에 배를 드러내고 눕곤 한다.

5분 정도 만지다 집으로 들어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강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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