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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밀 Oct 26. 2022

080 가족 33 - 손금

중년 남자의 잡생각


난 손금을 볼 줄 안다.


시작은 대학생 때였다.

미팅이나 소개팅을 한창 하던 시절,

남들과 다른 나의 경쟁력을 찾기 위해 고민했었고,

(얼굴이 경쟁력일 수가 없기에..)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접한

손금 운세 책을 보고

이성의 손을 한 번 잡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겨,

불손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운명선, 감정선, 두뇌선 등등

손바닥에 있는 큰 선 말고도

자잘한 선들까지 알아야

대화도 풍성하게 할 수 있기에,

점점 빠져든 손금 공부는

전공은 뒷전이고, 한 6개월 정도

나를 다양한 손금 책을 보며

빠져들게 했던 것 같다.



여하튼, 더 이상

이성을 꼬시기 위한 용도가 아닌

손금을 통한 운세 자체를 보는 것으로

관심이 있게 된 나는

놀랍게도 2명의 운명을 100% 맞췄다.



한 명은, 대학교 친구인데

대학 시절, 손금을 보며


“야. 너 어떡하냐? 38살? 39살?

여하튼 마흔을 못 넘기고 죽어.

진짜 조심해야 해.”


라고 말을 했었다.



그로부터 시간은 10년이 훌쩍 넘어,

은행에 다니던 이 친구는

해외 발령을 받았다며

기쁨의 술 한잔을 사고,

영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어느 날,

영국에서 멀쩡히 회사를 다니던 친구가

퇴근 후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했다.



일주일이 지나 유해가 서울로 왔고,

장례식장을 가 영정사진을 봤는데,

환한 웃음을 짓는 대학교 때의 사진이 걸려있어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친구들과 식사를 하며 친구를 추억하다,

갑자기 대학교 때 그 친구에게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장례식이 있던 해.

그 친구의 나이가 39살이었다.


그때의 소름이란..





두 번째는, 시기적으론

이 친구 이야기의 중간 지점으로,

30대 중, 후반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 날인가 회식을 마치고 바(Bar)를 갔을 때,

당시 양주를 따라주던

아가씨의 손금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는


“죽었어야 할 사람이 왜 살아서 여기서 일하냐?”


라고 말을 했었는데,

내가 본 다양한 사람의 손금 중 가장 안 좋았었다.


그리고 한 달이 채 안 되어 다시 방문했을 때,

당시에 있던 아가씨가 보이지 않아 물었더니,

오토바이 사고로 그 사이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그때 역시 소름을 느꼈던 거 같다.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둘째가 태어난 후 3-4살이 되었을 무렵,

아무 생각 없이

아이 손을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기 때문이다.


와이프에게 말할 수도 없고,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둘째의 손금은 열 살을 넘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워낙 장난을 좋아하고,

돌출 행동을 많이 하는 아이이기에

어디서 사고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와이프에겐 손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둘째가 워낙 장난을 많이 치니

눈 똑바로 뜨고 보라고

누누이 신신당부를 했던 것 같다.





육아휴직 기간,

어느 날인가, 아빠와 함께 누워 묵찌빠를 하는

둘째의 손바닥을 다시 한번 볼 기회가 있었다.



어라?

손금이 변했다.


아주 오래 살 팔자이다.


워낙 아이들이라 3-4살 정도에는

손금이 제대로 형성이 되지 않았나 보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P.S. 원래 손금이란 변하기 마련이다.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일반인들은

손금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지만,

특별한 이슈가 생기거나,, 할 때는 손금도 변한다.


나 역시 육아휴직 기간 동안,

드라마틱하게 손금이 변함을 경험했다.


그렇다고, 내가 신기가 있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냥 책 몇 권 읽고,

살을 조합해 이야기한 것이

우연히 맞아떨어졌을 뿐.

그러려고 공부도 했던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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