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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이 Dec 03. 2023

중년의 사춘기

 " 나에게 질문하며 답하듯 살아가기 "

고등학교 시절에도 나는 늘 친구들과 사이가 좋았다. 공부는 중간정도이지만 성격이 좋아서일까

호기심  많은 밝게 자란 오 남매 둘째 딸이라서일까? 암튼 공부 잘하는 친구, 학교에서 조금 논다는 친구들을

가리지 않고 사이좋게 지냈다.


내가 먼저 사귄 친구는 다른 새로운 친구가 생기면 먼저 친구와 새로운 친구를 소개해 주고 함께 놀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그때도 있었기에 둘 다 좋은 친구인데

어느 날 보면 나를 뺀 두 명의 친구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 일들도 있었다.


그 시절 고등학교 여자 친구들에게는 일상인 일들과 그로 인해 서로 사이가 벌어지고 울고 웃고 다투고

편 나누던 그때는 분명 어릴 적 사춘기 시절의 봄날이었다.




중년이 되어 새로운 도전을 위한 수업을 들으며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나 어느 순간 그들과 친해지고 수업이 끝나면 남아서 스터디도하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위해 일주일을 열심히 살고 있다.


배움이 좋아서 시작된 새로운 시작에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지내다 보니 외로운 사람이 딱 한 명 있다. 집에서 주말이면 시간이 될 때마다 어디라도 가자고 해서 다니곤 했는데...

남편은 외로운 독거중년되어버렸다.


연애 7년 결혼 21년을 합해 30년 가까이 함께 지내온 친구이자 직장동료인 남편은 이젠 이웃 같은  사이가 되었다.


새로 만난 친구들과  몇 개월을 매주 만나 함께 하다 보니 삼총사라고 생각하는 어릴 적 이야기처럼 친한 친구들이 되었고 반면, 우리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다른 분들과의 개인적인 감정싸움으로 인한  위기도 찾아왔다.


사춘기의 감정싸움은 솔직하게 정면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툼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중년의 감정싸움은 참 애매모호하게 질문하고

답을 요구한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감정 노동과 감정 소모는 아껴둔 비상금을 쓰는 것보다 훨씬 힘들고 불편하다.


함께 배우는 사람들 간의 서로 간의 오해와 감정은  그 문제의 답을 찾기까지  일상에 차질이 발생된다.


빠른 해결을 위해  다른 분들과 팀을 이루어 문제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가며 각자의 역할에 맞게 서로 공조하며 원인을 찾는다.


이후, 문제의 원인을 소통하면서 찾았고 어릴 적 사춘기 시절처럼 미안해라는 사과의  말과 우리 다시 친하게 지내자라는 식의 대답은 서로가 하지 않는다.


어떤 문제로 인한 사람들 간의 오해가 생기면 애초의 배움의 목적의 뿌리가 흔들리고 혼란의 시간을 겪게 된다.


또한 멘탈이 아무리 강해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며 멘탈이 약한 자는 자기의 꿈을 다른 이의 잘못을 이유삼아 이탈하게 된다.


 감정싸움, 감정 소비, 감정 노동, 감정 희생이라는 다양한 서로 간의 감정이기 전에 내가 애초 마음먹었던 그 감정을 지켜야 한다.




중년에 새롭게 시작한 분들의 감정 노동을 벗어나고 중년의 사춘기를 이겨내는 방법을 찾기 위해  나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1. 나는 뭘 하고 싶은 거지?

2. 너는 이 일로 무얼 걱정하는 거지?

3. 내가 지켜야 할 것이 뭐지?

4. 어렵게 찾은 나의 삶의 목표를 어떻게 해야 하지?    

5. 함께여야 하는 이유와 혼자라도 해야 하는 이유는?


중년에는 이렇게 간단하지만 복잡한 일상에서 사소한 문제를 갖고 이러쿵저러쿵하면 감정을 소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이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여름 구두 수선을 맡긴 것을 찾으러 현대 백화점에 방문을 했다.


 7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한분과 여자 두 분이 바로 앞에 걸어가면서 대화를 나눈다.

여자 두 분은 대충 봐도 모피코트 차려입으시고 과한 화장으로 나이 듦을 알려주듯 본연의 피부의 결을 숨기셨고 남자분은 창모자를  쓰고  한 발 앞에  걸어가며 대화를 끌어간다.


경상도 말투의 여자분은  찡그린 표정으로 말한다.

" 관두라고 해! 롯데백화점으로 가든지 말든지~"

" 어디 선생님한테 아는 척하고 말이지!"

"맞아 맞아! 다른데 찾아가서 배우면 되지!"라고 뒤따라 가시는 분은 맞장구를 치고, 앞에 먼저 걸어가는 남자분은 이해한 듯 헛웃음을 지으시며 바삐 걸어간다.


대충 추리하건대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무얼 배우시는 듯했다. 그분들이 함께 배우시며 어떤 트러블이

생긴 듯했고 이 세분은 짝꿍이신 듯했다.

나이는 70대 중후반 정도 보이시는 이분들도 지금의 우리들과 비슷한 노년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듯했다.




사춘기의 감정은 이랬다 저랬다 하기도 하고 누구는 좋아하고 누구는 싫어하고 하는 감정싸움을 하면서

성장해 나간다.


하지만 어릴 적 풋풋하던 여고시절의 사춘기와 중년의 사춘기, 노년의 사춘기는 뭔가 결이 다르다.

어릴 적 사춘기는 소리 내어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속상하다고 욕도 하며  자기의 상태를 모두 노출시킨다.


반면, 중년의 사춘기는 너무 혼란스럽고 복잡하고 내가 살아온 삶에서 오점이 남을까 봐 걱정하는 두려움이 먼저 있다. 다른 이의 잘못을 따지기 보다 우선 원만한 선에서 서로 타협을 하고 빨리 해결하고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노년의 사춘기는 순간은 화가 나지만 우선 빨리 피하고 투덜 되기만 하지 체력이 안 따라 주기에 우선 상대방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자체가 힘들다.

그래서 짧게 말하고 빨리 그 순간을 빠져나가는 오히려 민첩성이 있고 문제 해결이 빠른 듯하다.

그분들은 안다! 더 오래가야 나에게 득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계신다.


 애매한 중년의 사춘기는 어떨까?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중년이고

혼자 가려니 멀리 못 갈까 봐 걱정이고

이러다가 나의 열정이 시들까 봐 걱정이고

나만  행복하게 놀려하니 집에 있는 남편이 걱정이고

이제 적당히 그만하자 싶어도 지금 중단하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걱정이고

어렵게 사귄 소중한 인연 끝까지 못 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이 소중해서 걱정이고


모든 걱정은 나의 행동과 생각에서 만든  상상 대본이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 한 고개 두 고개 넘어가는 것이라 생각하고걱정은 걱정을 낳으니 걱정하려고 하는 생각부터 마음먹지 않기를 바라면서 중년의 사춘기 골목길을 지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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