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별
외교부 입사를 위해 노력하던 때, 나에게 생겼던 습관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신문읽기'.
나는 사실 학생시절 이후로는 신문을 자주 읽지는 않았다. 공부만 하기도 시간이 부족한데 신문 읽을 시간은 어딨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외교부 입사를 준비하면서, 무엇보다 국제정세를 알아야 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씩 시작한 신문을 2년간 읽어왔다.
처음엔 국제파트만 읽었는데, 어쩌다보니 신문 읽는 속도가 빨라지기도 하고 다른 분야도 궁금해져서 정치,사회,경제 등 다른 섹션도 읽기 시작했다. 꽤 재미있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게 되니 그에 대한 나만의 주관도 생겼고, 무엇보다 유식해진 기분이었다.
외교부 불합격을 앞전에 두었던 불안했던 시기에, 독서실에서 공부하던 내게 순간적으로 들어왔던 건, 기사 밑에 조그만 글씨로 쓰여있었던 '기자의 이름'이었다. 갑자기 그 글씨가 커보였고, 눈에 띄었고, 그들이 참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찌보면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설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직업이 아닐까. 본인의 글과 말 하나로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고, 누군가를 벌할 수도 있는, 우리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나 이 일을 해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그 벅찬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이 날뛰었다. 외교관 이후로 처음이었다. 무언가를 열정을 다해, 모든 걸 희생하고서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
외교부 시험에 떨어진 후, 정말 즐겁게 언론사 시험을 준비했다. 20대 중후반에 언론사 경험 하나 없었고, 준비기간도 3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자기소개서는 모두 붙었고,(심지어 방송3사까지 붙으니 신기했다)필기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지니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외교부 시험은 그렇게 죽도록 열심히 했는데도 한 번 붙여주질 않더니, 언론사 시험은 생각보다 '합격'이라는 글자를 자주 주니, 자존감도 올라갔고 열정이 더 솟았다.
필기시험도 신문을 매일 읽고, 논술을 꾸준히 쓰면 합격할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이 들었다.(논술은 어릴 때부터 쓰는 걸 좋아했다보니 공부같지가 않고 즐거웠다.) 무엇보다 내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게 너무 좋았다. 객관식처럼 답이 정해진 것이 아닌, 나만의 고유한 생각을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는 것이 행복했다. 나의 글이 좋았고, 스터디를 통해 그 글을 고쳐나가는 과정은 더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글 쓰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질리지 않고 좋아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독서와 글쓰기였다. 나는 단순하고, 반복적이고, 판에 박힌 일을 싫어하는데, 독서와 글쓰기는 그렇지 않았다. 다양한 이야기를 골라서 읽을 수 있고, 나만의 생각들을 창의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아직도 후회되는 점은, 지금 직장에서 합격전화가 왔을 때, 입사 포기를 하고 계속 기자가 될 길을 갔다면 어땠을까라는 것이다. 메이저 방송국과 신문사에 가지는 않았더라도, '기자'라는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분명 카메라테스트와 수많은 필기시험들이 뒤에 남아있었는데, 나는 왜 잘못된 선택을 했을까. 그런 나의 선택들이 가끔은 아쉽다.
생각보다 회사에 들어오니 이직이라는 게 정말 쉽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되서인 것 같다. 그래도 기자를 준비하던 그 6개월의 기간은 나에게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열정의 시간들, 그리고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던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내 인생은 참 다사다난하다. 내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인데, 그게 참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 경험 또한 나를 더 성장하게 해주겠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났던 그 시절을 마음 속에 간직한 채 오늘도 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