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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광열 Oct 19. 2024

홍도야 우지 마라

따뜻한 사진관 _ 열여섯 번째


십 년을 마주 보고 시장에서 장사한 두 사람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첫 번째 배우자보다도 더 말이다.

 여자 5년 전 이혼을 했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장님들은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

재작년에 남자가 이혼을 했을 땐 여자가 남자에게 받았던 위로를 되갚아 주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십 년간을 시장장에서 길하 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봐 왔던 그 둘은 새로운 하나가 되었다.


부부는 늘 함께였다.

집에서도 가게에서도 함께





딸랑

"어서 오세요 온정동사진관입니다~"


"사진 왔어요?"

"아니 두 분은 혹시 화장실도 같이 들어가시는 건 아니죠? 항상 볼 때마다 같이 세요 ㅎㅎ"

"그러게요. 우리 아저씨가 저를 너~~ 무 따라다녀요. 껌딱지 껌딱지"


카운터 위 완성된 사진을 담아둔 보관함에서 두툼한 사진봉투 꺼내서 손님에게 건네주었다.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사진을 보는 부부의 표정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영화에선 이럴 때 머리에서 뭉게구름이 나와 사진 속의 추억들이 동영상으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50대의 다정한 부부가 홍도로 여행을 다녀온 모습이 담겨있다. 친한 부부들이 동반으로 다녀왔는지 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이 꽤 많았고 단체사진도 섞여있었다.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여행, 날씨는 너무 좋았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 섬에는 초록의 자연이 느껴지는 더할 나위 없이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사진을 보면 배경은 계속 바뀌는데 부부의 포즈와 표정은 한결같다. 남편분이 휴대폰을 들고 앞쪽에서 찍고 아내분이 뒤로 살짝 빠진 포즈. 마치 한 장의 사진에 배경만 교체한 것처럼.

"셀카봉 좀 추천드려야겠어요. 이렇게 함께 찍는 사진을 좋아하시고 많이 찍으시는데 구도가 다 비슷비슷하니깐 조금 아쉬운데요?"

"아, 정말요? 그렇게 말하니깐 좀 그렇긴 하다. 좋은 셀카봉 있으면 알려줘요. 그리고 잘 찍는 방법도 알려줘요. 더 많이 찍어올 테니까"

새로운 걸 배우기 귀찮아하는 중년손님들이 많은데 남편분은 나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알겠습니다. 다음에 오실 때 하나 준비해 두겠습니다."

포스트잇에 셀카봉이라고 적어 모니터 옆에 붙여두었다.








출근 전에 전화벨이 울렸다.

직업의 특성상 이럴 땐 어느 정도 감지되는 불안함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여행사진을 뽑아간 아내분의 전화였다. 목소리는 힘없고 슬퍼 보였다.

"아침 일찍 죄송합니다. 엊그제 홍도 사진 뽑아갔는데요. 기억나세요?"

"아, 네... 아침 일찍.... 무슨 일이세요?..."

"....... 간밤에 남편이 세상을 떠났어요....."

"네?!! 아니 어쩌다가..."


심근경색으로 아침에 남편은 깨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전날 시장사람들과 술 한잔하고 돌아와

벽에 나가는 아내에게 방해가 될까 작은방에서 혼자 잠을 잔 남편은 새벽에 가슴통증에 잠에서 깨어 신음했지만 아내에게 전해지지 않았다고 남편이 방문 쪽을 향해 쓰러져있는 모습이 아내에겐 함께 있어주었다면 이란 후회와 죄책감으로 남는다고 했다.

늘 함께였던 부부는 하필 그 순간 함께 있지 못했다.




여자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남편의 빈자리를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1년간 여자는 사진관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사진관을 찾았을 때 그녀는 사진 속에 혼자 있었다.

남편과 함께였으면 좋았을 산과 바다를 여자는 혼자 다녀왔다.

사진 속의 그녀는 이제 셀카봉을 이용해 경이 잘 나오게 다양한 구도로 사진을 찍게 되었다.


"이게 좋겠다. 이걸로 할게요"


산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 홍도에서 찍었던 남자의 사진을 가져온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둘이 되었다.



홍도야 우지 마라 오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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