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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 쓰는 과학자 Oct 26. 2024

출판사의 「을」 질? VS 작가의 「갑」 질?

10화/ “작가” 직위를 거저 얻는 대가


보통은 책을 내는 계약을 하면


 계약금으로 작가가 돈을 받거나,

인세를 미리 일부 받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저는 이상하게 계약상에


 “갑”으로 설정되어 있으면서도,


 초보작가라면 당연하게 출판에 필요한 금액

 100만 원을 송부하여한다고 통보받습니다.


 석사, 박사 학위시절 혼자서 200페이지가 넘는

 논문의 편집을 혼자서 담당하였지만,

“출판”이라는 세상은

 제가 살고 있던 연구자의 세계와는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그럴 때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 의심 없이 돈을 내고 원고를 맡겼습니다.


혼자서 열심히 쓴 글을

처음으로 관련 전문가가 다듬어주고

책의 형태로 만들어주는

출판사로부터 원고를 받아보는 것은,


마치 오랜 시간 품고 있던 글들이

 다시 세상에

 “책”으로 태어나는

무척 가슴 벅찬 일이기도 했습니다.



계약서를 쓰고 16일이 지난 후,

출판사의 편집부에서 손봐준 원고가

제 메일함으로 도착합니다.


단순한 블로그 글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질

 “원고”의 형태로

제 손에 도착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파일을 열어보고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기며는데


왜인지

....

 저의 얼굴은 점점 새파래지고

 손은 파르르


떨리기 시작합니다.



저는  한번 쓰기 시작하면,

글 하나를 위해 자체 검열 및

 정보 크로스체크 등을 거치며

 3-4시간이 걸렸었습니다.


잘못된 정보와 경험,

 사소한 서술 하나가

글을 읽는 독자의 투자금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글을 썼었습니다.


 긴장을 풀고 글을 쓰면

금방 들키게 되어있었습니다.


글 뒤에 따라오는 경제상황이

 바로 선행되어 써진 제 글의 참 거짓을 판단하는

 “살벌한 글쓰기” 였으니까요.



 그랬기에 제 손에 들려진 원고의 맨얼굴을

 단번에 알아봤습니다.


편집자는 주식투자에 관한 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문단과 문단 사이에 중요한 사실이나

 근거가 되는 내용이 빠져있었고,

글에서 설명된 그래프에서는

보통 책에서 사용하지 않는

허술한 기술이 제멋대로 적혀있었습니다.



출판사가 홈페이지에서 제시한 그대로

 블로그 글을 책의 형태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제가 지불한 100만 원은,

편집자의 구미에 맞게 짜깁기 된 내용으로

 돌아왔습니다.


편집부에 메일을 써서,

투자에 관한 내용의 사실 관계 서술에 관한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투자에 대한 지식을 지닌 편집자는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이야기는 전혀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저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디자이너가 만든 책표지를 보내주는데,

마치 제 마음을 대변하는 듯 칠흑 같은

 진흙탕 같은

 투자자의 잘해나가고 싶은 의지를 꺾는

 색의 표지가 저에게 배달됩니다.



 편집장과 편집부는 책으로 만들어진 내용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이게 맞는 거라며

 이제 당신이 허락만 하면,

이 책으로 세상에서 “작가” 직위를 거저 얻는 것인데

김작가님은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하였습니다.



쉽게 쉽게 출판하면 될 것을

왜 이리 질문과 지적이 많은지

 귀찮아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민감한 투자에 대한

 “책 만들기”를 단순한 “블로그 글의 정리”를

 엮은 책이라고


 정말 너무나 “쉽게”

생각한 바로


「저 자신」


 이었습니다.


 작가 타이틀을 SNS 프로필에

한 줄 쓰고 싶어 하는 저였다면

아마 쉽게 허락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작가라는 타이틀보다,

부족한 제 글을 진심으로 읽어주신

 독자님들 한 명 한 명이 소중했습니다.


석사, 박사 과정에서 수많은 논문을 읽으며,



이미 세상에 출판되어 나온 “글”은

 글을 쓴 “본인” 조차도 수정할 수 없이

영원히 남겨지고,

쉽게 출판되어 나온 책 또한

 발간은 작가의 의지일언정,


그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 역시

 작가가 처절하게 갚아야 함을

저는 과거의 연구자로서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글을 쓰며


 독자를 위한 생각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였으나,

출판이라는 세상에 겁도 없이

뛰어 들어갔다,

처참한 결과를 맞이합니다.




마지막 희망이라도 찾아보려

 일주일 동안 원고를 검토한 후,

 저는 최종적으로 작가로서의 「갑질」을

 출판사에 행하려고 결심하는데


!!!!






시 쓰는 과학자의 갑질

무엇이었는지

다음 시즌 2

11화


브런치 북


매주 월요일 연재로

독자님을 찾아갑니다!


시즌 2, 11월 4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픈」


지금까지 읽어주신

독자님들 한분 한분께

진심이 담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시즌 2 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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