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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myungdan Jun 24. 2024

젊게 살고 싶었다

사랑이 있는 고생은 행복이었다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길이가 아니라

그 이야기가 얼마나 좋은 이야기인가 하는 것이다. 인생도 그렇다.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말이다.

그러나 105년이라는 긴 길이만큼 이야기가 좋다면 그 인생은 어떤가?

풍요로운 인생이고 보람있는 인생이며 존경 받을 인생이고 진짜 인생임을 말해 무엇하랴?




100세가 넘었다는 건 대한민국 사람이 다 안다.

여전히 현역이라는 것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분이다.

기념비적인 현장에 사람들이 몰렸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 되었다.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이자 정신적 스승인 김형석 교수님의 강연이 코엑스 박람회장에서 있었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교수님의 첫등장을 놓쳤다.

옆에서 도와주는 분과 관계자들의 안내로 연단과 연결된 몇 개의 계단을 이미 끝내고 계셨다.

정중한 인사 후 준비된 소파에 앉으시는 교수님은 보통키의 여자들과 섞여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 작고 왜소한 체구셨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모습을 봬 왔지만 신체에 초점을 맞춘 적은 없었던지라 현장의 생생함이 잠시 낯설기도 했다.

교수님보다 더 머리가 희끗희끗한 청중들이 깍듯하고 다소곳한 자세로 인생을 점검 받으려는 듯, 건설적 가치를 얻으려는 듯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켰다.

두 눈을 반짝이는 모습이 딱 1학년의 모습이었다.



 

"에에..,"

말씀이 시작됐다.

105년이라는 유장한 세월을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1세기 남짓의 시간을 흔들림 없이 지켜온 것은 무엇일까?

그 세월이 지나도 남게 되는 인생 경험이라면 그것은 인생의 본질이고 인생의 대줄가리이며 인생 정수이고 인생 나침판일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인간은 성숙할수록 더욱 젊어진다'고 했다.

그러니 젊음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성장하는 마음의 상태다.

삶이란 계속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가게 되어 있다고 한다. 내면의 젊음을 생각한다면 평생 청춘이다.

고로 나이를 먹는다는 것과 늙는다는 것은 동의어가 아니다

삶의 방향과 실천이 생명력을 계속 키워 갈 수 있는 것이다.




젊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젊게 사는 방법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

어떤 수면이냐, 꾸준한 운동처럼 일상속 자기관리를 어떻게 해 나가느냐가 바탕이지만 '젊게 살고 싶었다'라는 노철학자의 말씀은 오늘을 묻고 미래를 묻고 나를 묻는 것이었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습니다.

100년 넘게 살아보니 인생 노른자는 65세부터 75세였습니다. 정년이 끝인 줄 알았는데 공부하며 젊게 살 수 있었습니다.

정년퇴직을 하고 나니 강이 없어지고 바다가 나왔습니다. 책 4권을 남기고 싶었는데 1권은 대학에 있을 때, 3권은 대학을 나와서 썼습니다.

70후반에 썼습니다.

노력하면 75세까지는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 나이까지 왔는데 90까지 연장해 보자.

김태길 친구도 90까지 연장했습니다.

몸은 늙는데 노력하면 정신은 늙지 않습니다.

65세부터 90세까지가 제일 좋았습니다.

60, 70에 내가 늙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80쯤 되면 내가 늙었나 생각해 보게 되는데

살아보니까 90까지는 늙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60부터 시작입니다.

60은 철들 젊음입니다. 내가 나를 믿을 수 있고 다른 사람도 나를 믿어주는 젊음입니다.

70은 아주 좋은 때의 젊음이고

80, 90도 사고력이 깊어지는 젊음입니다.




97세 때 우리나라에서 좋은 문장을 쓰는 사람 10명을 발표했는데 거기에 들어있었습니다.

문장은 5,60대가 좋습니다. 형용사도 많고 감정도 풍부합니다.

그러나 사상은 내가 앞서 있습니다.

97세까지는 성장하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원고청탁을 가장 많이 받은 나이가 100세를 앞둔 98세부터 지금까지입니다.

몸은 늙지만 정신은 노력하는 만큼 늙지 않습니다.

1년 전 일기, 2년 전 일기, 오늘 일기를 비교해 보면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런 걸 보면

인간은 계속 성장합니다. 죽을 때까지 성장합니다.




인생을 3단계로 보면

30까지의 1단계는 교육을 받는 단계고

2단계 60중반까지는 직장에서 일하는 단계고

3단계 65세에서 90까지는 사회인으로 사는 단계입니다.

학교교육 30년이 지나면 나머지는 내가 책임지고 가야 합니다.

내 인생에서 60리 70리는 내가 걸어가야 합니다.

인생을 100리로 봤을 때

초등학교 졸업까지 10리, 중학교까지 20리, 고등학교까지 30리, 대학교까지 40리입니다.

고등학교까지 나왔다고 해서 70리를 버리면 안 됩니다.

교육의 의미도 달라져야 합니다.

인생이 계속 되는 동안 교육도 계속 돼야 합니다.

배움과 성장의 과정은 평생입니다.

기회는 꾸준히 생깁니다.

일생 공부하는 사람이 이깁니다.




나이 들수록 필요한 또 하나의 과제는

인간관계를 선하고 아름답게 넓혀 가는 것입니다.

인간관계가 좁아지며 공동체의식을 상실할 때 우리는 늙습니다.

늙는 건 사회를 떠나버리는 것입니다.

사회와 관계를 끊는 것입니다.

장년기가 일생의 반을 차지합니다.

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입니다. 성장이 끝난 사람이 늙습니다.

60에서 90까지는 일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직장인을 넘어서 사회인으로 살때 열매가 됩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러면 더 소중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려서 교육자다운 교육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교수다운 교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책 때문에 알려졌지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제까지 감투 쓰는 걸 하지 않았습니다.

뒤에서 뒷받침은 해 주었습니다.

주위에서 도와주는 일은 많이 했습니다.

총장으로 일해 달라는 요청도 나보다 더 유능한 사람을 추천하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보니까 감투 쓴 사람은 내려가고 감투를 쓰지 않은 내가 올라가요. 상은 많이 받았어요.

조용히 살아도 숭고하게 산 사람, 사회에 많이 준 사람은 사회가 인정하는구나..말이죠.




100사람의 일하는 목적은 100가지가 아니라 한 가지로 똑같습니다.

내 일 때문에 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해지느냐입니다.

나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면 됩니다.

그게 성공한 사람입니다.

일의 목적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내가 하는 일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인간답게 사는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정치인은 정치를 통해서 국민을 인간답게 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고 교육자는 교육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씨를 뿌리는 것이고 의사는 환자로 하여금 건강을 찾고 인간답게 살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거기에 꿈과 희망이 있습니다.

일에 대한 귀천은 없습니다.

그 목적밖에 없습니다. 누가 보람있게 사느냐 그 문제입니다.

긴 인생 쭉 생각해 보면

내가 나를 위해서 한 일은 남는 게 없습니다.

더불어 산 건 행복합니다.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만듭니다.

쌓이고 쌓여 더 행복한 대한민국이 됩니다.




14세 때 너무 약해서 중학교도 못 갈 줄 알았는데 중학교 합격 소식을 알리니 아버지께서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조용한 날 불렀습니다.

나와 내 가정만 생각하면 가정밖에 크지 못 한다.

열심히 일해서 직장에서 성공하게 되면 직장과 더불어 사회에 봉사하게 된다. 봉사하면 직장의 주인이 된다. 그리고 그 사회만큼 클 수 있다.

민족과 국가를 위해서 살게 되면 너도 모르게 민족과 국가의 지도자만큼 커진단다. 그것이 인생이란다.




중학교 때의 친구 윤동주의 마음을 들여다보니까 아주 크게 될 나무처럼 보였어요. 아주 부러웠어요. 황순원 선배도 평생 글로 살아갈 것 같았어요.

나는 철학을 공부해서 정신적 지도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사명감은

자연인의 한계를 넘어 삶의 정신적 가치와 의미를 창조해 가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전입니다.

민족과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대신 고생해 온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삽니다. 역사가 이어집니다.

인류가 희망을 가지고 삽니다.




젊게 살기를 원한다면 희망 취미 친구가 있어야 합니다. 나이 들수록 친구가 필요합니다.

일하고 함께 성장하는 친구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인간적으로 늙지 않습니다.

안병욱 김태길 교수는 동갑이고 같은 분야에서 55년 함께 일한 친구입니다.

김태길교수 ,안병욱 교수는 60전까지는 학문하는 얘기, 60이 넘어서는 항상 민족과 국가를 걱정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남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우정을 쌓다 가면 남는 사람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라는 김태길 교수의 말에 80후반에 계획하던 모임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런 분들은 세상 떠날 때까지 일합니다.

두 분만은 못하지만 나도 민족과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으니까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민족과 국가릍 걱정한 것은 마음에 남습니다.




한림대학에서 상을 준다고 했을 때

높은 직책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상 받을 자격이 없는데 감사한 마음으로 영광스럽게 받겠다 했습니다.

상 받을 만한 조건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유가 한 가지 있긴 있었습니다.

오래 사시는 동안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안 해도 되는 고생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는 몰랐습니다.

야비한 고생은 아니고 그건 사랑이 있는 고생이었습니다.

가족과 제자와 나라를 위한 고생

그것은 내 행복이었습니다.

그 행복이 없으면 나는 없습니다.

그것이 없었으면 내 인생의 가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 상은 받겠다 했습니다.

여러분도 사랑이 있는 고생을 많이 하면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사회적 존경도 받습니다.

칭찬 받고 존경 받는 게 명예입니다.




교육자는 씨를 뿌리는 사람입니다. 열매는 사회에서 거두게 됩니다. 오래 살다 보니 그 열매를 보고 있습니다. 애 많이 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그 인사가 열맵니다.

누군가 날 찾아와서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인사 받는 사람이 가장 값있는 사람입니다.

이것이 살아가는 인생의 마지막 목적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주는 것이 인생이다는 생각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경험만큼 강한 설득력은 없다.

과학적 실험을 통한 유추가 아니다.

데이터로 예측한 앞일이 아니다.

105년이란 시간을 하루 하루 쌓은 선명한 역사적 증거이자 삶의 이야기였다.

기독교적 진리에 바탕을 둔 105세 지성은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 이타적 성장의 지혜를 전해 주었다. 고귀한 삶과 정신을 향한 메시지였다.

유려한 구변은 거품이 있지도 요연하지도 않았다. 삶의 뼈대를 느끼게 해 주는 실천철학이었다.

가장 쉽고 겸손한 말로 전하는 인생수업은 따뜻하고 은은했으며 그래서 더욱 깊게 울렸다.

105년 된 나무의 그늘은 숲처럼 컸다.




강연을 듣고 돌아오는 길은 충만함과 무거움이 교차했다.

사랑이 있는 고생은 어디까지였나

성숙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며 성장하고 있는가

스스로 이 질문 앞에 서게 되니 편안하지 않았다.

생각대로 살지 못하고 살던 대로 사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 기준이라면 자책할 일이 적지 않다.

생물학적 노화와 퇴행에서만 심리적 위기를 느끼는 건 아니다.

무의함과 공허함이 찾아오곤 한다.

정형화된 삶에 회의와 불안이 들이닥치기도 한다.




누구나 젊게 살고 싶어한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필연적이고 불가항력적인 늙음은 어쩔 도리가 없다. 육체적인 젊음은 노력으로 지켜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내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운명적인 이 한계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게 인간이다.

철학자이자 교육학자 존듀이는

중요한 사람이 되려는 욕망이 인간 본성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라 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삶을 고양시킬 가치는 누군들 단념할 수 없는 가치다.




인생 뒤돌아보게 될 삶의 끄트머리에서 만약이란 후회는 적을수록 좋다.

우리의 삶의 목적이 후회하는 삶, 초라한 삶일 리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전환이 필요하다.

중요한 사람, 가치 있는 사람을 지향하는 본성을 꾸준히 일깨워야 하리라. 스스로의 가치를 믿어 보자.

어제와는 조금 다른 삶의 용기와 경험이 필요하다.

부단히 배우며 성장하는 삶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소소한 일상에서 더불어의 소통을 실천하며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삶, 그 젊음을 위해 성실을 다잡아 보리라.

사랑이 있는 고생은 우리에게 이를 때 더 값지다.

사랑의 폭을 넓히며 그 힘겹고도 벅찬 삶의 자세를 가다듬어 보리라.

그렇게 정신적 젊음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삶을 받쳐 간다면 그리고 희망을 빼앗기지 않는다면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삶의 열매를 꿈꿔 볼지도 모를 일이다.

진실한 인생이 될지 모를 일이다.

희망을 꿈으로 삼으면 버릴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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