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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Jul 18. 2024

7월 17일의 일지

강과 숲

오늘은 출근 날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출근을 했다 물론 자의로. 물론 회의가 있는 줄 알고 그리고 할 얘기가 많아 그리고 내가 벌인 일도 많아 간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김에 직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없는 출근이기에 더 편하게 출근했다.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총 5명의 직원이 함께 팀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이 이야기에서 주로 다루는 ‘그’는 불행하게도 팀장이다. 불행하게도? 사실 밝혀두고 싶지만 최대한 글에서 비난과 조롱을 피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나는 분명하게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내가 출근하지 않는 날이기에 나를 제외한 4인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모두들 표정이 좋지 않다. 아마도 서로가 서로를 불편해한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 역시도 그랬고. 지금도 모두 벗어났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고. 그래서 내 모습이 저랬겠구나, 내 모습이 저렇게 보이겠구나 싶었다. 나는 긍정의 힘을 경험하고 난 다음엔 최대한 긍정적으로 대하려 하고 있다. ‘그’를. ‘그’역시 긍정적이게 대해준 만큼 나에게는 많이 밝아진 듯하다. 그래서 내가 출근이 아닌 출근을 했을 때 역시나 밝게 인사해 주었다. 그래서 기분이 사실 좋은 줄 알았지만 내가 다른 팀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그’는 꽤나 어둡게 느껴졌다.     


아마 내가 대화를 나눈 팀원과 ‘그’ 사이엔 불편감이라는 깊은 강이 존재하기에 그렇겠지 간단하게 생각하고 넘겼다. 그러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커피를 내리고 글을 쓰고 팀원들과 못 나누었던 편안한 이야기도 나누고. 그런데 ‘그’는 어디로 간 건지 계속해서 보이지 않았다. 팀원들과 같이 있지 않았다. 팀원들과 얘기도 하지 않았고 팀원들과 업무적인 이야기도 그다지 하지 않는 듯했다. 불편함이라는 깊은 강. 그것을 누가 먼저 건너느냐는 당사자가 정하는 것이지만 보이는 강물의 세기는 각자 마자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 강을 먼저 건너보는 것은 어때?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조금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는 서로 좋은 감정이 공유되기를 바라는 1인이다. 그래서 역시나 그만의 강을 가지고 있는 팀원에게 나의 긍정에 대한 경험을 했다. 나처럼 따라와라고 얘기한 것은 아니고 내가 그런 경험이 꽤나 놀라웠다고 얘기를 해주었다. 팀원의 반응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 팀원은 현재 강물이 범람해 분노단계까지 와있는 상황이어서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나의 경험을 들어주는 팀원을 보고는 성숙된 인간이 존재함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 사실 나는 ‘그’를 아직은 더 성숙해야 될 더 영글어야 할 열매라고 생각하긴 한다. 비슷한 나이지만 자라온 환경 역시 다르고 ‘그’라고 꼭 모든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닐 터. 그리고 내가 ‘그’보다 분명 못한 모습이 존재하고 존재하게 될 테니까. 그러나 팀장의 직책이 부여된 순간부터는 어쩌면 덜 영글었어도 더 영글수 있도록 지향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팀원들과 더 대화를 나누어야 하고 불편해도 불편함을 건널 수 있는 똇목을 만들어야 하는 위치라고 생각도 한다. 그래서 조금은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현재 ‘그’는 원하든 원치 않던 그 강을 먼저 건널 용기가 없이 오히려 더 깊은 숲 속에서 혼자 앉아있다. 혼자.     


그래서 조금은 안타까웠다. 그래서 내가 더 큰 숲이 되어보고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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