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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Jul 18. 2024

7월 15일의 일지

긍정 긍정 긍정

오늘은 그와 단둘이서만 일하는 날이다. 전날부터 걱정이 사무치게 몰아친다. 오늘은 어떤 태도로 일하면 좋을까 고민을 계속해서 했다. 굳이 말을 섞을 필요가 없으니 입을 꾹 닫고 일한다? 사실 나는 그에게 궁금한 것도 없고 물어볼 일도 굳이 물어보지 않는 편이다. 내가 생각하는 질문이란 꼭 궁금한 것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 사람의 의중을 물어보는 것이기도 하고 그 사람이 좀 더 알 법한 분야를 물어보아 타인에게 고양감을 준다든지 그런 질문의 방식도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는 질문에 대답을 굉장히 더 말을 이어가고 싶지 않게 하는 편이다. 의견을 물어보아도 대답은 철딱서니 없이 돌아온다. 나보다 상관인 ‘그’에게 철딱서니 없다고 하는 것이 의아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그’는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 그리고 대답은 정말 철딱서니 없다. 질문이나 대화의 의도 따윈 종이비행기를 접어 저 멀리 날리는 것처럼 보인다.      


슈웅 하고 종이비행기는 날아간다. 어딘지도 모르게 하늘을 나는 것인지 누구에게도 도달하지 않는 지점으로 끝없이 날아가 결국 소멸된다. 내가 그와 하는 대화가 보통 그렇다. 물론 기분이 굉장히 좋을 때는 ‘그’는 일반적인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다. 웃기도 하고 뭔가 정상적인 대화를 할 때도 있다. 물론 기분이 정말 좋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더더욱 믿지 않는다. 기분이 좋을 때 하는 대화는 정상적이고 기분이 그냥 그럴 땐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나로선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돌고 돌았지만 오늘의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한번 하기로 한 것 언제 무너질지 모르나 계속해서 긍정적으로 하기로 했다.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 긍정적으로 하기로 마음을 한번 더 다잡았고 차를 타고 출근하면서도 계속해서 다짐했다. ‘긍정적으로 하자.’라고.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긍정적이자 계속해서 마음을 다 잡지 않으면 무너질뻔한 순간들도 많았다. 그래서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쳐다보면 분노가 주입된 긍정이 부정이 될 것이 뻔하니 말이다.      


마음 세팅이 잘되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가 오늘은 적당한 기분상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다. 물론 끝나기 전까지 내 긍정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한번 제대로 휘몰리면 끝없는 미궁 속으로 그리고 스트레스의 늪으로 빠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좋은 노래를 틀어두고 좋은 노래에 리듬을 타고 콧노래로 흥얼거렸다. 마치 주술처럼 계속해서 내게 마법을 걸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열대우림과도 같다. 이곳은.     


오늘 하루가 잘 마무리되길 기원한다. 내 마음의 태도도 계속해서 유지되길 빌어본다. 


주술을 하자. 마법에 걸리자. 나는 긍정적이다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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