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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Jul 25. 2024

7월 21일의 일지

변화라는 혼란

오랜만에 ‘그’와 일하는 기분이 가득하다. 나의 근무일정 상 수목 휴무고 ‘그’의 휴무는 금토이다. 그래서 일자 상으로는 일주일 중 4일은 ‘그’를 만나지 않는다. 그리고 일주일에 3일은 ‘그’와 같이 일한다. 평소 나는 직장에 일찍 도착하는 편이다. 9시까지 출근이면 대략 8시 45분에서 50분쯤 직장에 도착한다. 그러기에 동료들이 차차 9시가 다가오며 출근완료를 할 때 먼저 맞이하곤 한다. 4일 만에 보는 ‘그‘를 만날 생각에 이상하게도 설레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 뒤얽힌 넝쿨 같았다. 설레는 마음은 아마도 최근 내가 부정적인 태도에서 긍정적인 태도로 바꾼 탓일 터. 생각보다 내가 바꾼 태도에 대한 그의 변화가 새삼 놀랍다. 많아진 웃음과 유해진 표정. ‘그’는 원래도 밝고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었나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복잡한 마음은 무엇일까. 그간 겪어온 ‘그’의 모습 때문 설령 내가 부정적이었기에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더라도, 그렇게 봐주더라도 객관적으로 ‘그’의 행동엔 이상한 점이 많았다. 물론 그것은 나의 기준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래서 더 헷갈린다. 나는 타인을 평가할 수 있는 권리와 권한은 분명하게도 없다. 그럼에도 나의 내부적으로 타인이 나에게 해로운 관계인지 긍정적인 관계인지는 판단할 수는 있다. 그건 내가 나에게 선사하는 기준점이니까. 그것이 없다면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휘둘릴 테니까. 그런 기준에서 보는 ‘그’와의 관계는 분명 나에게 해로웠다. 필요 없는 스트레스가 나에게 가해졌고 일을 함에 있어서 헷갈리게 하는 상황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더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헷갈리는 것은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혼돈을 자초하는 것을 모르지 않고 ‘의도된 혼돈’이라면 이야기의 시작점이 달라진다. ‘만약 그가 악惡이라면?‘이라는 가정은 나에겐 엄청난 혼란을 불어 일으킨다. 악이었다면 그때의 그 행동이 이해가 된다. 악이 출발점이라면 그때 그 말이 이해가 될 수 있는 말이다. 그렇게 혼돈을 야기하는 혼란은 '악'이라는 한 단어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혼란을 가져온다. 기본적으로 나는 성선설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딸아이를 키우고 있음에 그리고 기독교적 사고가 모태신앙으로 뿌리내려있기에 더욱더 나의 근간에는 성선설을 믿는 편이다. 그래서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조그마한 혼란이 혼돈이 되고 그 혼돈은 나를 뒤흔든다. 나는 그런 자진모리장단 같은 혼란에 쉽게 나약해짐을 느낀다.


그래서 지금은 긍정적인 온화함 속에서도 약간의 불안감을 느낀다. 내 성격을 탓하기도 한다. 지금을 그냥 느끼고 즐기면 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미래를 생각하고 우려를 만들어 낸다. 그 우려는 이것 또한 계산된 악이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이용하는 것일 수도 있고 잠시 찾아온 폭풍전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참으로 멍청한 생각이다. 참으로 멍청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막기 힘든 나를 조금은 탓해본다.


어쨌든. 저쩠든. 미래가 어떻든. 과거가 어땟든. 지금은 정말 평화롭다. '그'는 더 밝아지고 있다. 그 밝음이 더 나를 긍정적으로 만든다. 사실 이 순환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생각은 나를 더욱더 좋지 않은 곳으로 안내한다. 그러나 실제적 생활에선 '그'는 분명 밝아졌고 환해졌다. 나는 내가 일하는 곳에선 모두가 웃고 재밌고 장난도 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딱딱하고 나무 같았던 '그'가 이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굳게 닫혀있던 문의 틈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는데 그것이 나를 설레게 한다. 그것이 설령 악이었을지라도 나는 내가 일으킨 긍정 바람에 날아갈 뿐이다.  


어쩌면 '그'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를 악하다고 이상하다고 혼란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저 관념일지도 모른다. 설령 '그'가 이상했을지라도. 어쨌든 '그'는 적어도 내가 있을 때만큼은 밝아졌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긍정적 변화가 혼란을 야기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어쨌든

혼란이 있음에도 ‘그’를 향한 긍정적인 태도는 유지하려 한다.


그게 옳은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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