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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Aug 15. 2024

8월 두 번째 주 탐구

'그'가 제외된 소모임

내가 다니는 회사 그리고 내가 속해 있는 부서엔 멤버가 총 4명. 그 외 관리자분이 한분 계시지만 다루는 업무 내용은 꽤 다르다. 같은 공간 안에 5명이 속해있지만 부서 자체의 멤버는 4명이라는 말. 그리고 이렇게 작은 부서 안에도 더 작은 소모임이 존재한다. 의도된 모임은 아니지만 그 소모임의 멤버수는 3명. 그렇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다. 소모임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그 모임을 만든 의도는 전혀 없다. 보통에 모임 그러니까 동호회나 공통된 관심사로 사람들이 모인 것을 공동체 동호회 소모임 등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의도는 없었다는 것. 분명히 말이다. 그냥 4명인 부서에서 '그'가 없을 뿐이다. 업무 중에도 그가 휴무인 날에도 모두가 퇴근한 후에도 휴식 시에도 항상 '분명하게 의도치 않은' 모임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정말이지 동호회 같은 느낌도 들 때가 있다. 너무나도 말이 잘 통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3인은 서로에 대하 꺼리는 생각이 전혀 없다. 나머지 멤버 3인 외 타 관리자 분께서도 사실은 이 모임에 속한다. 같은 부서가 아니기에 숫자로 카운트하지 않은 것뿐이지 소모임 3인과 관리자분 까지 모이면 정말 이런 직장은 천의 직장, 신의 직장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자랑스럽다. 이렇게 마음이 맞고 서로를 존중하되 자신이 할 말을 꺼내고 그 의견을 적절히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하게 의도치 않은'소모임은 일에 관해서도 꽤나 집중도도 높고 일에 관해 색다른 생각이나 아이디어 개선안을 공유하고 나누는 데에도 특화되어 있다. 그래서 마냥 소모임이라도 공동체형성감으로 인한 업무능력 저하 업무효율 저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서비스직인데 나머지 멤버들은 서비스제공을 받는 사람에게 적극적이며 친절하다.


'그'는 그럼 대체 왜 제외된 것일까. 더 사실적으로는 제외한 적이 없지만 말이다. 한번 알아보자


 1. 업무시간 중 자주 자리를 비운다. 팀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어 필수적 직무가 다를 수 있지만 '그'의 상사 그러니까 직책상으로 팀장이라는 직책보다 위에 계신 분께 여쭈어보니 그렇게 자리를 비울만큼 일이 많지는 않다고 한다. 어디 있을까 그는.


2. 의도적으로 피하기도 한다. 소모임의 멤버들은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편이다. 대략 3년 근방으로. 그래서 우리의 부서가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것을 진행하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가장 큰 가장 중요한 본분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무 그 자체이다. 그런데 '그'는 누군가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에 크나큰 맹정이 있는 것인지 그냥 사라진다. 그리고 무의미한 행동을 많이 하는 것도 나머지 멤버눈에는 자주 포착된다.


3. 나머지 멤버들과 의견을 주고받지 못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팀장임에도 숨긴다. 그리고 가리고 자신만 일고 있는 편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머지 3인이 직무에 관한 아이디어나 개선안을 가져와도 대화를 하지 못한다. 그저 일이 더 추가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제안하는 이야기를 쉽게 쉽게 듣지 못하고 불편한 기색이 짙다. 회의 중임에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 창밖을 보고 있을 때도 있다. 그런 태도는 사실 나머지 멤버에겐 뭐.. 할 말이 없어질 정도이다. 


4. 일을 같이한다는 느낌이 존재하지 않는다. 위에서 말했듯이 서비스직이기에 사실 팀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편한 그림이 나온다. 무엇이 진행되고 있으며 어떤 일 중이고 어떤 것이 필요하다. 시시각각 필요한 것과 중요한 것들이 변하는 공간. 그럼에도 그는 공유하지 않는다. 나머지 멤버는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적어두고 제대로 전달을 한다. 


이 정도만 해도 나를 포함 나머지 3인 + 1인(타 관리자)의 판단으로 '그'는 개인주의와 그런 사회적 거리유지를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이전에 '그'보다 상급자분과 식사를 하며 '그'의 관한 이야기를 잘 전달했었다. 이후 '그'와 '그'의 상급자 간의 대화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의 상급자 (이하 상) : 너를 보면 네가 원하는 대로만 일하는 것 같아. 그것은 팀적으로 좋지 않은 것 같아.


 '그' : 제가요? 어떤 부분에서요?


 상 : 너와 같이 근무하던 '하'알지? 네가 '하'의 근무스타일을 굉장히 싫어했잖아. 관계성도 좋지 않았고. 마음대로 일한다며. 지금 네가 딱 그래 보여


 '그' : 아.. 그래도 잘하고 있지 않나요?


 상 : 아닌 것 같아.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은 팀장으로서 좋은 것이 아니야.


 '그' :...


 상 : 이 일을 떠나서 네가 인간적으로 다른 멤버들과 식사를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을까?


 '그' : 아..




이후에도 '그'는 나머지 그 누구와도 식사를 한 적이 없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 5년째 근무 중이다.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할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이 확실하게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면 더더욱 남의 말로 변하는 것은  불가하다. 물론 '그'의 상급자는 굉장히 착하신 분이다. 위의 대화는 상급자분께서 나에게 직접 알려준 내용이다. 나는 그 대화를 들으며 또 생각했다. '그'는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사회적 고립을 선택한 것이라고. 그에 대한 감당은 자신이 해야 되는 것이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이후에 나는 긍정적으로 변했다. 나의 삶을 위해서 변화한 것이지 절대로 '그'를 위해 긍정적으로 대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럴 가치도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때때로 정말 떡을 100개 입에 쑤셔 넣고 먹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할 때가 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 그럼에도 사실 어쩌겠나 싶다. 그리고 나머지 3인 과 타 관리자분이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 직장에 다닐 이유가 충분하다. 아마도 이들과는 생애에 걸쳐 이따금씩이라도 연락할 수 있는 좋은 관계로 남지 않을까. 사회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하지만 분명 일하는 곳에서 의도치 않은 소모임과 같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지금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행복하다고도 느낀다. 


그것이면 되지 않나. 불쌍한 '그'.

연민을 느끼지만 동정하진 않는다.

뿌리는 대로 거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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