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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Sep 26. 2024

9월 마지막주 일지

뜻하지 않은 발견

팀장에 대한 면담을 하기로 의논이 된 다음.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었다. 실제 문제가 되는 부분, 팀장으로서의 자질, 팀원으로서 겪는 실제적 문제 등등. 그러나 사람에 대한 문제를 찾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얼마나 객관적이냐 그리고 얼마나 실제적이냐 이다. 사실은 고발에 가까운 행동이기 때문에 주관적인 언어나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가면 힘을 잃게 된다. '~인 것 같다.', '라고 생각한다.' 류의 추정이나 개인적인 생각보다는 짧은 언사로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만큼 진실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떠한 인물이 나에게 잘못된 언사를 했다.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나는 그 인물의 잘못을 고발하려 한다. 이럴 땐 기분이 나빴다는 것은 배제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잘못된 언사에 대해 정확한 말이 필요하다. 더 콤팩트해야 하고 장황해서는 안된다. 숫자로 매길 수 있어야 했고 하나의 숫자정보아래서 파악할 수 있는 내용 역시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는 각자 팀원별로 서로의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는 타이밍이다. 나 역시 많은 내용의 양이 뽑혀 나왔다. 그 안에는 많은 주관적 정보 그리고 추정 역시도 포함되어 있다. 그것 나름대로 정리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어진다. 그리고 위에 글을 쓰면서 분명 주관적인 정보와 추정이 포함되지 말아야 함을 알고 있어도 그것을 실제 행하는 데에는 다른 에너지가 작용한다. 마치 그것이 필요한 내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정말 양면적이고 입체적인 것이다. 어느 한 부분에서 그렇다고 말해도 다른 부분에선 분명 그렇지 못함을 발견할 수 있다. 나 스스로도 말이다.


그런데 정말 기묘? 혹은 일어나야 했을 일이 발생했다. 의도치 않게 말이다.


한 팀원이 회사 내 주차장에서 문콕을 당했다. 우리 회사는 다른 차량들도 쉽게 드나들 수 있어 다른 차량에 의한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라 추측했었다. 그리고 회사 외부에는 두 개의 CCTV를 가지고 있다. 정문에 하나 뒷문에 하나. 차에 문제가 생긴 팀원은 CCTV의 기록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주차를 하고 있는 도중 누군가가 옆 주차자리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CCTV를 보던 중 팀장에 관한 객관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말았다. 의도성이 없었지만 월척을 낚은 것이다.


CCTV에 포착된 팀장의 모습은 이러했다. 우리 회사 뒷문 쪽에는 앉아있을 수 있는 의자가 있다. 그곳은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고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팀은 휴게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일에 집중한다. 그리고 모든 팀원은 담배를 태우지 않기 때문에 그쪽으로 갈 일도 없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4시쯤. 팀장은 뒷문을 통해 나와 의자에 앉았다. 그러곤 핸드폰을 켰다. 15분 남짓 핸드폰을 한다. 그리곤 스트레칭을 5분간 했다. 분명한 근무태만이었다.


명확한 증거가 나왔다.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글이니 추정을 해보겠다. 이곳에 고발하는 것은 아니니. CCTV에 찍힌 20분간의 그의 모습은 굉장히 단편적인 문제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암시를 품고 있다고 본다. 물론 20분간 휴식할 수 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것이다. 팀장이고 다른 업무로 힘들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뿐만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그렇게 행동할 것이고 실제 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다른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팀의 주 업무는 팀적인 일에 90%를 할애해야 한다. 그만큼이나 팀끼리 움직여야 하는 일이 많다. 팀이니까 당연한 것이지만. 그러나 '그'의 90%는 팀으로 운용하지 않는다. 다른 곳에 있어나 뒷방에 들어가 있다. CCTV에 찍혔던 것처럼 근무 외 이탈은 매 순간 이루어지는 듯 보인다. 그 물증으로 20분짜리 영역을 보았을 뿐이다. 빙산의 일각이다. 나는 사람을 그리 믿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나는 사람에 대한 판단이 빠른 편이다. 좋지 않은 쪽으로는 더 빠르다. 


그때발견한 20분짜리 영상은 과연 어떤 식으로 작용할까. 의도치 않은 수확. 뜻하지 않은 결과를 얻었지만 이것이 누군가에게 보일 때가 온다면 '그'는 과연 어떻게 될까. 


과연 '그'는 후회할까? 지난 나날들을?

아니다. 아마 '그'는 변화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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