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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Sep 19. 2024

9월 세 번째 주 탐구일기

긍정회로 파괴와 회복기

몇 달 전부터 유지하던 긍정의 체계가 아주 산산조각 났다. 물론 '그'만의 이유는 아니다. 요즘 삶이 그리 윤택하지 않기도 하고 삶을 꾸준히 이끌던 나의 루틴들이 많이 망가지긴 했다. 운동도 많이 못했고 책도 자주 보지 못했고 글을 쓰는 데에도 소홀했다. 그러면서 조금은 삶에 대한 불안감이 생겨났다. 운동으로 머릿속에 쌓인 찌꺼기들을 배출해내지 못했고 책으로 질 좋은 마음의 양식으로 삼지도 못했으며 글을 씀으로써 생각을 정리하는 행위를 하지 못했다. 자는데 잠을 잘 자지 못했고 잠을 자기 전에도 내 삶에 대한 불확실함과 불안감이 나를 휘감았다. 그래서 일을 하는데도 지치고 피곤하고 안 좋은 쪽만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안 좋다는 것은 '그'의 행동거지. 볼썽사납게도 일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OO새끼라는 언어가 머릿속에서 맴돌고 몇 번 보고 나면 소리 없는 입으로 말을 하는 듯 움직여보곤 했다. 언어는 그 사람을 만드는 것이랬나. 한동안 긍정적으로 봐줄 수가 없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그냥 나의 상태가 좋지 못해 그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는 '그'나름대로 자신의 방식대로 일을 했을 텐데 말이다. 나의 시점에 변화가 있었고 그 화살이 '그'에게 돌아갔을 뿐일지도 모르는 것이고. 그냥 봐주면서 일했던 것의 실상을 제대로 느껴보니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부서져 버렸다. 긍정적 사고의 회로가 와장창 무너졌다. '그'의 모든 행동이 정말 지긋지긋하고 끔찍하고 들고 있는 어떤 것으로 머리를 쳐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어제도 그런 생각이 들어 불현듯 내가 나이기를 놓은 것인가 싶었다. 현재 나는 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 핸드폰을 보고는 시간이 점점 늘어갔고 좋은 행동보다는 안 좋은 행동 쪽으로 자꾸 몸과 마음이 간다. 역시나 어제도 잠이 오질 않았다. 원인은 나였다. 딸아이를 한 시간에 걸쳐 재우고는 겨우 침대에서 빠져나와 컴퓨터에 앉았다. 사실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 하는데 하루고 고단했는지 몸과 마음이 컴퓨터 앞에 있었다. 설 연휴 동안 일도 하랴 가족들도 보랴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적었을까. 유튜브를 한없이 봤다. 오타니와 저지가 mlb에서 홈런 치는 것을 보고 리버풀이 AC밀란을 챔피언스리그에서 3:1로 이긴 전술도 보고 디즈니티브이에서 방영한 암살이라는 드라마의 차승원연기를 보았다.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내가 나를 챙긴 것 같지만 그저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다. 


요즘 이렇다. 이렇게 살다 보니 점점 불안함이 커져만 갔다. 내가 내 삶을 챙기지 않는 듯했다. 어떤 것도 해당되지 않는 내용일 텐데 그저 내가 내 삶에 대한 확신감이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나의 시야 역시 나의 초점 역시 부정적인 곳으로 흘러들어 갔다. 어제 연휴였지만 나의 회사는 일을 해야 하는 곳이었고 '그'와 같이 일하면서 머릿속에 육두문자만이 반복됐다. 내가 나를 돌아봤다. 잠시 내가 지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억지로 허리를 펴고 입꼬리를 올려보았다. 최근 연예인 최화정 님의 말이 자꾸 머릿속에 떠도는 것도 어쩌면 다시 내가 삶의 갈피를 잡으려는 무의식적 흐름이었을지도 모른다.


최화정 님은 유퀴즈에 나와 이런 얘기를 했다. 


허리를 쫙 펴고 입꼬리를 쫙 올리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대

하루에 몇십 번씩 머릿속에 맴돌던 말이지만 나의 입꼬리는 항상 아래를 향해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나는 삶을 언제나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한다. 삶은 힘들다. 삶은 그런 것이다라고. 그런데 내게도 변화가 일어나려 하는 것인지 자꾸 밝은 사람들의 곁에서 있고 싶어 진다. 밝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싶다. 내가 설령 그렇게 살지 않더라도 그런 사람들 곁에서 한 번이라도 더 웃고 싶어지곤 한다. 그래서 가끔 거울을 보고 입꼬리를 올려보기도 하고 자세도 계속해서 바르게 하려 노력하는 듯하다. 


어제 한창 바쁘게 일을 하며 오후 세시쯤이었나 여전히 '그'는 지긋지긋하다 느낄 때쯤 불현듯 최화정 님의 말이 생각나 같이 일하고 있던 다른 팀원에게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웃기려고 한 것도 있지만 내가 웃으려고 한 것도 있다. 부정적인 것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있지만 긍정에는 더 큰 힘이 있기에. 이후 퇴근까지는 '그'의 만행이 쉽게도 나의 마음과 머릿속으로 침투되지 않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긍정이란 이런 것이었나 싶었다. 


현재도 긍정적인 것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분명 나의 많은 요소 중 부정적인 것들이 나를 감싸고 있다. 퍼센티지로 나눈다면 절반이상이 부정일 것이다. 그래서 핸드폰을 줄이고 책을 보고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면 어쩌면 다시 긍정적으로 '그'를 보아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그'는 

하..


파이팅 하자. 나 자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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