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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May 13. 2024

그림자

그림자가 너무 커져있었다


한때는 나에게 그림자라는 것이

없다고 느꼈기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언제는 내 그림자가 매우 얕다

얕아 보이기에 기억하는 게 불현듯     

올려다보니 곧 내가 숨을 죽여야 할

만큼 어둡고 축축한 그림자가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을 때

어두운 그림자가 나라는 것을 알았을 때     

부리나케 도망치고 싶은 감정과

아무리 해도 떨어지지 않는 발의 공포가     

나의 두 눈에서 하염없는, 굵디 굵은 물들을

쏟아냈다 쏟아내게 했다     


물들어 물들어 장마철의 깊고 진한

비처럼 나의 모든 것을 적셨다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다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없더라고 어두운 것이     

그리고 작아졌는지 작아지게 만든 것인지


내 옆에 나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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