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이 맞이한 새로운 변화
2021년 10월,
결혼하고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남편의 미국 주재원 발령이 났고, 우리는 결혼이라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또 다른 변화를 준비되지 않은 채 맞이해야 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5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고, 계획에 없던 혼인신고를 서둘러하며 남편과 함께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현지에서 살 집을 구하고 차를 알아보는 등 일련의 초기 정착을 위한 준비들은 모두 알아서 해야 했는데 운 좋게 시기가 맞아 새롭게 짓는 타운하우스를 구할 수 있었다.
• 주재원 발령 시 준비사항
1. 여권(유효기간 확인) / 비자 발급 - 인터뷰 일정 확인
2. 현재 살고 있는 집 정리 - 거주지 변경 (미국에서 해외 체류 신고)
3. 차량 판매
4. 가구 및 가전제품 정리 - 선박 이사 일정 협의
5. 휴대폰 요금제 변경/해지
이듬해 1월,
이미 발급받은 비자가 있던 남편이 먼저 떠나고
나는 한국에 남아 같이 살던 오피스텔을 정리했다.
결혼하고 기존에 남편이 살고 있던 풀옵션 오피스텔에서 지냈기 때문에 새로 산 가전제품이 거의 없었고, 가져갈 짐도 많지 않았다. '미준모'와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찾아보며 한국에서 사가면 좋을 물건들을 하나씩 채워 넣었다. 짐을 보내기 전까지, 좁은 집안이 온라인 주문으로 받은 크고 작은 택배 박스들로 가득했다.
그때 가져온 탄소매트는 지금도 잘 쓰고 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미국의 표준 전압(120V)과 맞지 않아 변압기가 없으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프리볼트 제품의 경우, 일명 돼지코(어댑터)를 준비해서 가면 미국에서도 사용 가능합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코로나로 인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한 인터뷰 일정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너무 늦지 않은 두 달 뒤, 배우자 비자도 무사히 발급받을 수 있었다.
배우자 비자는 크게 무리 없이 쉽게 나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인터뷰 전 비자 발급 대행사 직원분이 떨어진 서류들을 보여주며 어찌나 겁을 주던지… 안 그래도 영어로 인터뷰를 해야 하는 것에 걱정이 많았는데 혹시나 발급이 거절될까 봐 그때의 긴장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미국으로 떠나기까지 약 두 달 남짓.
4년이라는 공백이 너무 크게 느껴지지 않기 위해 남은 시간 동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을 만나고, 미리 병원도 가고, 미국에서 쓸지 모를 취미활동을 배우면서 출국날까지 나름 바쁘게 지냈다.
그리고 시차가 다른 한국과 미국에서 크게 약속이 없는 한 정해진 시간에는 남편과 영상통화를 하며 떨어져 있는 아쉬움을 달랬다.
2022년 3월,
많이 사그라들긴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의 위험이 남아있던 시기였고, 출국 전에는 코로나 검사가 필수였기 때문에 혹시 비행기를 못 타게 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공항으로 향했다.
다행히 별다른 문제없이, 인생 처음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클리블랜드까지 한 번 경유를 해야 하지만 운 좋게 눕코노미에 성공해 긴 시간 편하게 누워갈 수 있었고, 장장 18시간의 여정 끝에, 드디어 남편과 미국에서 다시 만났다. 투박하게 포장된 장미 꽃다발과 함께
계약한 집이 완공될 때까지 호텔에서 끼니를 해결하며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했던 남편은 결혼하기 전에도 못 뺐던 살이 미국에서 지내는 두 달 동안 쏙 빠져 있었다.
(지금은 둘 다 이미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이렇게 우리의 다사다난했던 미국에서의 생존.. 아니 신혼생활이 시작된다.
미국에 도착한 날 남편과 함께 처음 먹었던 아메리칸 스타일 이탈리안 푸드.
곳곳에서 들리던 영어도 적응되지 않고 시차 때문에 몽롱했던 정신 와중에 음식들이 굉장히 짰던 걸로 기억한다.
4년이 된 지금은 ‘미국 음식 = 짜다’가 디폴트이지만 그땐 다소 충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