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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서 소비자가 기억하는 것들

브랜드의 첫인상, 어디서 어떻게 결정되는가

by 혜온

처음 보는 브랜드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유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누구에게는 로고가 가장 먼저 보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슬로건 한 줄이 뇌리에 깊이 박히기도 하죠. 우리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몇 마디 대화만으로 호감과 거리감을 단번에 판단하듯, 소비자도 브랜드의 첫인상을 순식간에 평가합니다. 많은 전문가가 “한 번의 첫인상을 좋게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문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하느냐입니다.




이름, 로고, 슬로건이 전부는 아니다
종종 브랜드 담당자들은 “브랜드명만 잘 지으면 반은 성공한다”, “로고 디자인이 힙해야 한다”처럼 가시적인 요소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름과 로고, 슬로건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식하는 가장 직관적이고 빠른 통로가 됩니다. 하지만 이것들만으로 ‘첫인상’을 완성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소비자가 브랜드 이름을 보거나, 로고를 한 번 스쳐 지나갈 때 실제로 느끼는 감정은 ‘디자인’ 자체보다는 그 안에 내포된 이야기로부터 비롯됩니다. 즉, 이름과 로고가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거나, 브랜드가 지향하는 메시지가 녹아 있어야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기죠. 이 궁금증이 “이 브랜드, 도대체 뭐하는 곳이지?”라는 관심을 유발하고, 이후 브랜드 스토리를 찾아보도록 만드는 시작점이 됩니다.




“감도 깊은 취향 셀렉트샵” – 한 줄로 압축된 세계관
예로, 예전에 제가 29cm 플랫폼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가 바로 “감도 깊은 취향 셀렉트샵”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미 여러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는데, 특히 무신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시장이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29cm는 “무신사보다 조금 더 감각적인 브랜드와 아이템을 큐레이션한다”는 느낌을 분명하게 각인시켰습니다.

29cm, 브랜딩.png 한 문장으로 브랜드 분위기를 각인시키는 슬로건. 29CM는 ‘감도 깊은 취향’이라는 키워드를 플랫폼 전반에 녹여냈습니다.

단순히 멋진 디자인이나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기보다, “감도가 깊다”라는 표현이 소비자 입장에서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제가 직접 사용해보면서도 “이 플랫폼은 내가 몰랐던 브랜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 같다”라는 기대를 갖게 됐어요. 한마디로,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주입하고 싶은 이미지를 한 줄 슬로건으로 표현해낸 것이죠. 이런 문장 하나가 전반적인 브랜드 컬러와 세계관을 가늠하게 해주고, 결국 “이곳에서 더 세련된 취향을 발견할 수 있겠다”는 첫인상을 확실하게 각인시킵니다.


이처럼 짧은 문구 하나라도 확실한 세계관을 드러낼 수 있다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그 다음 이야기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왜 이런 브랜드 큐레이션을 하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를 확인하고, 플랫폼의 감도 높은 분위기나 UI/UX를 경험하면서 브랜드 전반에 대한 인상이 견고해는 것입니다.




첫인상을 만들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들
브랜드 스토리는 로고나 슬로건처럼 눈에 보이는 요소로만 완성되지 않습니다. 글자 폰트·컬러·편집 디자인, 심지어는 고객과 만나는 마이크로 카피(버튼 레이블, 설명 문구 등)까지 일관된 정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29cm가 처음부터 ‘감도 깊은 취향’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소비자는 어플 메인 화면부터 구매 후 리뷰를 작성하는 화면까지 모두 감각적일 거라 기대하게 됩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눈에 보이는 로고뿐 아니라, 글자체·컬러·카피까지 모두 일관성이 있어야 통일된 첫인상을 남깁니다.

브랜드가 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오히려 실망으로 이어집니다. 예상과 실제가 크게 달라지면, “마케팅 문구만 그럴싸했구나”라는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습니다. 그래서 첫인상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말로만 스토리를 전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UX), 제품·서비스 퀄리티, 브랜드가 운영하는 SNS와 오프라인 스토어의 공간 구성까지 모두 아우르는 디테일이 필요합니다.




소비자는 ‘나와 닮은 브랜드’를 기억한다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주는 브랜드는 스스로의 취향과 가치를 분명히 드러내고, 동시에 소비자에게 “당신도 이런 취향과 가치를 갖고 있지 않나요?”라고 조용히 묻습니다. 당신이 어떤 브랜드 웹사이트에 들어가거나 SNS를 팔로우하게 된 이유를 곱씹어보면, 거기에는 “이 브랜드가 나랑 통하는 구석이 있네”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브랜드가 가진 가치와 소비자의 취향이 맞닿는 순간, 단순한 호감을 넘어 깊은 애착으로 이어집니다.

나아가 처음 브랜드를 접했을 때의 느낌이 일관성 있게 이어진다면, 소비자는 ‘충성 고객’으로 발전할 확률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애플이 처음부터 “창의적인 사람들을 위한 혁신”을 외치면서 자신들의 사용자 경험을 통일해온 것처럼, 철저한 브랜딩 일관성은 한 번 맺은 인연을 오래 유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첫 만남이 쌓여 브랜드를 만든다
처음 브랜드를 접하고 “괜찮네!” 정도로 끝나는 경우와, “이 브랜드 나랑 딱 맞아!”라고 감정적 반응이 생기는 경우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단발성 이미지가 아닌, 브랜드 스토리가 던져주는 강한 메시지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디테일들입니다.


이때 스토리는 화려한 마케팅 장치보다 진정성 어린 관점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29cm의 “감도 깊은 취향” 역시 단순히 멋진 말이 아니라, 실제로 플랫폼 내에서 큐레이션한 상품과 콘텐츠가 그 문장을 뒷받침했기에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소비자는 말뿐인 문구와 실제로 그 문구가 펼쳐진 현실을 날카롭게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29cm 브랜딩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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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브랜딩을 담당하고 있다면, 첫 만남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붙잡는 모든 요소가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으로 연결되도록 구성해보세요. 한번 만들어진 첫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명쾌하고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실제 서비스와 운영 전반에 체화되어 있다면, 소비자는 “이 브랜드, 처음부터 느낌이 좋았어”라는 만족감을 계속 간직하게 됩니다.


이런 흐름 안에서 브랜드는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서, 사람들의 일상 속에 의미 있는 한 조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여정은 뜻밖에도, 잘 정돈된 한 줄짜리 문구나 작은 디테일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는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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