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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보이지 않는 차이가 선택을 만든다

by 혜온

어쩌면 이 주제는 브랜딩 업계에서 수없이 되뇌어져온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가치를 산다”, “스토리가 중요하다”,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등 우리가 귀에 익숙한 말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가치’가 왜 중요한지, 또 ‘스토리’를 어디까지 확장해야 하는지 명쾌하게 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브랜드 담당자 혹은 마케터로서 “우리 제품이 좋으니 알아봐 주겠지”라고 막연히 믿었다가는 차별화의 기회를 놓치기 십상입니다.


여러분이 연일 치열한 시장 속에서 브랜드를 운영하거나, 브랜딩 전략을 고민하는 중이라면, ‘소비자가 왜 나를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던져보셔야 합니다. 그런 뒤, 그 물음에 어떻게 답하는지가 브랜드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핵심 열쇠가 됩니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듯 ‘감정’으로 결정한다
‘소비’라고 하면 흔히 가격, 기능, 성능처럼 눈에 보이는 요인을 따져가며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가 제품을 선택할 때,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감정적 만족감을 추구합니다. 당신이 즐겨 찾는 커피 브랜드를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당장 집 앞 편의점에서 저렴한 커피를 살 수도 있지만, 특정 브랜드 카페를 굳이 찾아가는 이유가 있다면, 그 브랜드가 주는 ‘특별한 감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e0fb437337a9fe6473ae09eebbf833f0.jpg photo by @barcelonafood

오늘날 소비자들은 자신의 선택이 사회, 환경, 문화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경향이 다분합니다. 예를 들어서 “나는 이 브랜드의 친환경 정책을 지지하기 때문에 여기서 사겠다” 혹은 “이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가 내 삶의 태도와 닮아있다” 같은 식으로, 더 깊은 층위에서 브랜드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물건’보다, 그 브랜드가 상징하는 ‘감정’과 ‘가치’가 더 무겁게 작용하는 거죠.



브랜드는 ‘가치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해야 할까?
많은 브랜드가 단순히 ‘우리 제품이 이렇게 좋다’는 홍보에 치중합니다. 물론 품질과 기능이 탄탄한 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죠.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하게 만들려면, 메시지 속에 브랜드만의 철학과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이런거죠.


➯ 브랜드 아이덴티티 : 브랜드가 속한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누구와 함께 성장하고 싶은지를 질문해보세요.


➯ 스토리텔링: 창립 배경, 창업자의 철학, 혹은 특정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브랜드만의 시도 등을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 SNS, 오프라인 매장, 패키지 디자인, 캠페인 등 어느 채널에서건 같은 ‘브랜드 감성’과 ‘톤앤매너’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값싸고 흔한 호소는 소비자에게 별 매력으로 다가오지 못합니다. 브랜드가 온전히 자신의 언어로 '우리가 함께 만들고 싶은 세상'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소비자는 그 이야기가 나와 얼마나 연결되는지를 보고 선택하게 됩니다.

photo by @jikjifont



당신이 놓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차별화’
경쟁 브랜드와 똑같이 SNS를 운영하고, 비슷한 광고 카피를 쓰고, 동일한 매체에 노출되면,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 건 오직 가격 표지판뿐입니다. 시장에서 흔한 할인 프로모션에 묻혀버리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보이지 않는 차별화’, 즉 브랜드가 가진 무형의 가치를 어떻게 드러낼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대다수의 의류 브랜드가 “우리 옷은 품질이 좋아요”라고 외칠 때, 특정 브랜드는 “우리 옷과 함께라면 매일 아침 더 예술적인 삶을 시작하게 될 거예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식입니다. 언뜻 보면 애매모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 이 브랜드는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디자인을 넘어, 나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응원해주는구나'라고 해석하게 됩니다.

47f82c54ac412cee5fc185e7177950b5.jpg Mood Board┃photo by @Bronte

심리학적으로도 사람은 ‘나’를 긍정해주는 대상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단순히 ‘상품’이 아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혹은 ‘세계관’을 제시할 때, 소비자는 그 안에서 자신을 상상하고 미래를 그려볼 여유를 얻게 됩니다.



브랜드 선택은 ‘상품’이 아닌 ‘세계관’을 산다는 것
소비자가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에는 제품력, 가격 경쟁력, 접근성, 마케팅 전략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비슷비슷해진 시대에는 ‘그 브랜드가 어떤 세계관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선택의 중심에 놓이기도 합니다. “나는 이런 삶의 태도를 추구하고, 그래서 이 브랜드를 지지해.”라는 식이죠.


브랜드는 일종의 무형의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문화를 만들어가는 브랜드와 자연스레 교감을 하게 됩니다. 예술, 환경, 사회 공헌 등 특정 가치가 부각된 브랜드라면, 그 가치를 신념으로 삼는 소비자들이 주변에 모이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단지 상품을 파는 주체가 아닌, 특정 ‘세계관’을 공유하는 통로가 됩니다.

e90e95e98c0a4effa35d3a04b866ca66.jpg photo by @BizBash



우리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동행자’가 되도록
결국 ‘브랜드 선택’이란 표면적으로는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거나 원하는 삶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한 행동이기도 합니다. 브랜드 담당자로서, 혹은 마케터로서 이를 온전히 이해한다면 “어떻게 팔까?”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더 풍요롭게 만들까?”라는 질문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24d76282eed409edd5a7445a956d4120.jpg "내가 좋아하는 걸 전부 모으면 그게 바로 나거든"┃Converse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충성 고객’을 만들어냅니다. 판매와 구매 관계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가 같은 목적지로 가기 위한 동반자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가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제안하며, 책임감을 갖고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면, 소비자는 그에 상응하는 ‘신뢰’와 ‘응원’으로 화답합니다.

d55c99472cbc63e54cc8ed0c62c75dc1.jpg "누구나 [나만의 피로]가 있다"┃박카스
9daec62b4fb4c300ea8a8ff3f6044a5f.jpg "읽는 당신에게, 상상의 우주를"┃yes24

한 편의 상품보다, 한 편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브랜드를 만나는 시대입니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깊고, 복합적입니다. 그저 구매자를 얻겠다는 생각에서 한 단계 나아가, 소비자가 ‘나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가치의 본질을 고민해보세요.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뚜렷하고, 그걸 뒷받침하는 진정성이 분명하다면,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모든 이야기가 소비자에게 더 이상 ‘광고’가 아니라 ‘그들 삶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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