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단순한 광고와 브랜드 스토리의 차이

광고가 ‘순간’을 잡아챈다면, 스토리는 ‘관계’를 만든다

by 혜온

광고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세상에 존재를 알리는 첫 번째 수단입니다. 여러분도 지하철역, SNS 피드, 유튜브 영상 도입부 등 일상 곳곳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광고하는 모습을 쉽게 접하실 텐데요. 문제는 이렇게 단편적인 광고가 ‘정보 전달’에는 유용하지만, ‘지속적인 관계 형성’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점입니다.


광고가 일회성 ‘주목’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스토리는 브랜드와 소비자가 한층 더 깊은 관계를 맺도록 이끌어줍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영화나 소설을 생각해보세요. 한 번 읽고 나면 명장면이나 대사, 감정이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습니다. 그 잔상이 바로 브랜드가 전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 ‘스토리’가 지닌 힘과 닮아있는 것입니다.


d6c77aed5162c854f1cd72f25ce0511f.jpg ZIGZAG Advertisement


단순한 광고 메시지보다 브랜드가 전하는 깊은 이야기에
소비자는 더 오랫동안 몰입하게 된다.




광고는 종종 15초나 30초 이내에 여러분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직관적인 슬로건과 이미지를 사용합니다. 물론 이런 짧은 시간 안에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은 쉽지 않지만, 효과만 확실하다면 빠르게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반면, 스토리는 이렇게 빠른 승부가 아닌, 시간을 두고 소비자 마음을 물들이는 전략입니다.


브랜드 스토리는 ‘우리 브랜드가 왜 탄생했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소비자와 어떠한 미래를 그리고 싶은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당신이 브랜드 담당자라면,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혹은 “어떤 사람들에게 우리의 철학을 전하고 싶은가?” 같은 질문에 대한 진솔한 답변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 답변이 구체적일수록 스토리텔링의 뼈대가 탄탄해집니다.


광고와 브랜드 스토리의 가장 큰 차이는 ‘서사의 깊이’와 ‘소비자 경험의 연장성’에서 두드러집니다. 광고는 소비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멋진 카피와 이미지를 빠르게 제시하고,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요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보며 '이 제품, 한 번쯤 써볼까?' 정도의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한계가 존재하죠.


32caef1b1ac8f5dcbfb213aeed3b026c.jpg

반면, 스토리는 소비자들이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확장하고, 스스로의 삶과 연결해보도록 여지를 제공합니다. 가령, 어떤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가 '지구와 사람을 함께 살리는 스킨케어'라는 철학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공개한다고 상상해보세요. 브랜드가 직접 산지에서 원료를 공수하는 과정, 협력 농가와의 관계, 환경 보존 실천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 등을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겁니다.


브랜드의 스토리가
소비자에게 설득력을 가지려면,
‘가치’와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

5a1e9fcbb126dcfa247bc5c7c8b11dee.jpg photo by @diyplanting

이것은 단순한 ‘친환경 소재’ 홍보가 아니라, 소비자로 하여금 “아, 이 브랜드는 단지 좋은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우리 생활 방식을 바꾸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그렇게 한 번 스토리로 연결된 소비자는 ‘가성비가 더 좋은 경쟁 제품’이 눈앞에 있어도 쉽게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지 않습니다. 여전히 기억 속에 그 따뜻한 서사가 남아 있기 때문이죠.


광고를 아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신제품이나 새로운 캠페인을 빠르게 알리는 데 광고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입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그 순간의 스침 뒤에 남는 여운, 즉 브랜드가 소비자와 오래도록 함께하는 근거가 되어줍니다.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브랜드 스스로 이야기로 풀어낼 때, 소비자는 제품을 넘어 브랜드 자체를 사랑하게 되기 시작합니다.


한 번만 보아도 기억에 각인되는 광고 뒤에는, 서서히 젖어들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소비자는 '아, 이 브랜드는 그저 팔기만 하는 곳이 아니구나'하는 인식을 갖게 되고,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는 중요한 계기가 만들어집니다. “나는 왜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서사를 제공받았기 때문입니다.




스토리는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미래 가치와 진정성을 자연스레 각인시켜준다.
photo by @la__crima

여러분이 브랜드를 운영하거나 마케팅을 고민 중이라면, 단 한 번의 캠페인으로 이미지를 바꾸려 하기보다,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을 고려해보세요. 때로는 빠른 ROI(투자 대비 수익)가 보이지 않아 초조할 수도 있지만, 스토리는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미래 가치를 결정짓는 든든한 자산이 됩니다.


광고에 머무르지 않고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면, 브랜드의 시작과 여정을 조망하고, 왜 세상에 필요한 존재인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나만의 언어로,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야 하죠. 이렇게 쌓인 스토리가 브랜드가 걸어가는 모든 길의 스포트라이트가 되어, 소비자와 브랜드가 진심으로 연결되는 멋진 순간을 만들어낼 겁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