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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을 사로잡는 3요소 : 네이밍·로고·아이덴티티

순간의 만남이 오래 남는 브랜드가 되려면

by 혜온

얼마 전, 지인이 선물이라고 어떤 신생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기프트 박스를 건네줬습니다. 특이할 것 없어 보이는 흰 종이 상자였는데, 언뜻 지나칠 뻔했다가 문득 “이 브랜드… 뭔가 다르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분명 로고도 단순하고, 이름도 짧았는데, 이상하게 한 번에 각인되더군요. 왜 그랬을까요?


패키징의 작은 디테일만으로도 ‘이 브랜드, 뭔가 다르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folk_media


자세히 보니 상자 옆면에 작게 적힌 한 줄의 문장과 로고 디자인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브랜드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은근히 배어 있달까요. 가만히 들여다보다 보니 “어떤 철학으로, 누가 만든 브랜드일까?”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죠. 네이밍과 로고, 전체 아이덴티티가 합쳐져 단번에 ‘첫인상’을 만든다는 사실을요.


네이밍, 로고, 아이덴티티라 하면 어디서든 들을 법한 주제지만, 실제로 처음 마주한 소비자에게 각인되는 모습을 보고 나니 그 힘이 새삼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시대에, ‘한 번 스친’ 고객을 ‘한 번 더 눈길 주는’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비밀은 어쩌면 이 첫인상에 담겨 있는지도 모릅니다.




네이밍, 그 ‘한 단어’ 이상의 의미

처음 브랜드 이름을 지으려 할 때, 우리는 대개 “소비자가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아야 한다”, “검색이나 도메인 확보가 수월해야 한다”, “브랜드 철학이나 메시지가 잘 드러나야 한다” 등의 조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이름을 정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단 하나의 단어 때문에도 며칠씩 고민을 거듭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름은 단순한 호칭 이상으로,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압축해 담는 상징이기 때문이죠. 한 신생 뷰티 브랜드가 있다고 해볼까요. 처음에는 영어 단어 여러 개를 조합한 흔한 이름을 고려했다가, ‘깊고 부드러운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싶어 서정적인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면서 전체적인 이미지가 확 달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이처럼 바뀐 한 단어가 제품 컨셉부터 패키지 디자인, 광고 캠페인까지 전반적인 브랜딩 요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죠.

6bdc160a17105552ef08b8e0e10fd1fd.jpg 미드 'The Office'

생각해보면, 한글 이름이 주는 따뜻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나, 영어 이름이 만들어내는 세련된 느낌처럼, 단어 하나가 불러오는 ‘감정’과 ‘이미지’는 의외로 상당히 강력합니다. 주변 브랜드를 떠올려봐도, “이름이 주는 느낌 때문에 이 브랜드가 좋아졌다”는 경험이 분명 있을 겁니다. 네이밍은 그만큼 브랜드의 첫인상을 넘어, 전반적인 정체성과 스토리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로고, 메시지를 압축해 담는 시각 언어
네이밍이 문자로 된 표현이라면, 로고는 하나의 ‘시각 언어’입니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분위기, 역동성, 혹은 단정함과 같은 특징들이 로고 디자인에 녹아들게 되죠. 지인에게 듣기로 로고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질문 받았던 건 “이게 우리 브랜드랑 어울릴까요?”였다고 합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형태라도 브랜드의 핵심 가치나 타겟층과 어울리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단순한 형식이지만 아이덴티티가 확실히 드러나는 로고는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구글, 나이키, 코카콜라처럼 한 번만 봐도 누구나 “이 브랜드구나”라고 인식하는 사례가 대표적이죠. 로고 디자인을 점검할 때, 일부 전문가들은 복잡한 요소를 걷어내고 최소한의 색과 형태만 남긴 채 그 브랜드가 연상되는지 확인하는 테스트를 해보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본적인 요소만으로도 브랜드가 떠오른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과 핵심 가치가 제대로 담겼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8b139e1855c4e589ea9c629b8b06cf22.jpg 기본적인 색과 형태만으로도 브랜드가 떠오른다면, 로고에 핵심 가치가 잘 녹아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우드소싱

당신이 브랜드 로고를 고민한다면, 먼저 “이 로고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풍부한 색감을 통해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을 수도 있고, 미니멀한 형태로 브랜드의 심플함을 강조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택하든, 로고는 브랜드가 이야기하려는 메시지를 농축해 소비자에게 건네는 첫인사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일관된 경험을 구축하는 힘
네이밍과 로고가 브랜드의 ‘얼굴’이라면,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는 그 뒤에 있는 ‘성격과 철학’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여러분이 특정 브랜드를 접할 때, 웹사이트부터 소셜 미디어 채널, 포장 패키징 요소, 오프라인 매장까지 일관된 분위기를 느낀다면, 이미 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잘 잡혀 있다는 뜻이겠죠.


한 번은 제가 좋아하는 행궁동의 독립 서점이 있었는데, 그 서점은 가게 이름부터 인테리어, 포장지에 찍힌 작은 문구까지 참 일관성이 뚜렷했습니다. 아담한 공간에 걸린 핸드 레터링 로고와 따스한 색감을 중심으로 한 내부 인테리어, 친절하지만 과하지 않은 문구로 채워진 안내 표지판 등이 전부 통일된 톤앤매너를 보여줬습니다. 그런 디테일들을 지녔기 때문에, 저를 비롯해서 처음 방문한 손님들도 '이곳, 분위기가 참 포근하고 감성적이네'라고 느끼게 되고, 끝내 '다시 찾고 싶은 브랜드로 기억이 될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photo by @pillter_┃notjust_books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디자인만의 일관성’이 아니라, 브랜드가 전하는 ‘가치와 태도’까지도 통일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로고나 인테리어가 감성적이어도, SNS 상에서 소비자 응대가 기계적이거나 브랜드 철학과 전혀 상반되는 태도를 보인다면, 소비자는 “말만 그럴싸하게 하네?”라고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아이덴티티는 눈에 보이는 요소 이상으로, 브랜드가 매 순간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책 속 이론이 아닌, 일상에 스며드는 브랜딩
네이밍, 로고, 아이덴티티의 중요성은 너무 많이 들어서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짜 차별화는 이걸 ‘실무’에서 어떻게 풀어내는지, 그리고 소비자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게 할지가 관건입니다.


돌아보면 대학 시절에 한 소규모 동아리, 혹은 학과에서 티셔츠나 야구점퍼를 만들었을 때조차, 우리는 단순히 예쁜 로고를 넣는 대신 그룹의 방향성(작업, 교류, 성장)을 로고 안에 심볼로 담으려 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작아 보이지만 “우리가 어떤 집단인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를 고민한 흔적이죠.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로, 겉보기의 심미성을 넘어 “우리가 왜 존재하고,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싶은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로고와 이름, 그리고 일관된 아이덴티티에 반영해야 합니다.


너무 많은 브랜드가 'SNS에서 예쁘게 보여야 해' 수준의 생각으로 디자인을 잡다 보니, 실제 소비자들의 현실 생활과 분리된 브랜딩을 하게 됩니다. 그 대신, “이 브랜드가 내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혹은 즐겁게 만들겠구나”라는 느낌을 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흔한 레퍼런스를 답습하기보다는, 브랜드 내부의 색깔과 나름의 철학을 온전히 뽑아내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ZHUDAO Furniture brand Identity┃work by 张韬




처음 만난 소비자에게 당신의 브랜드는 어땠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만약 신생 브랜드를 준비 중이거나, 혹은 기존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소비자에게 어떤 첫인상을 전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네이밍과 로고, 그리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이 질문에 대한 구체적 답변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잠시라도 “이름만 멋지면 되겠지”, “로고가 눈길만 끌면 충분하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 다르게 느껴지는 브랜드일수록, 사실은 저 밑바탕에서 브랜드 철학이 단단하게 잡혀 있고, 그걸 한 덩어리로 뭉쳐 소비자에게 전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철학과 가치가 명확하다면 다가감이 쉬워집니다┃Sculpture City Seoul, OSAFE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잔소리처럼 “일관성을 가져라”를 외치는 개념이 아니라, 소비자가 당신의 브랜드를 어떤 감정으로 기억하게 할 것인지, 그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로고 하나, 이름 한 글자까지도 신중함이 필요하죠. 그 작은 조각들이 모여서 브랜드의 첫인상을 만들고, 그 첫인상이 쌓여 소비자와의 관계가 이어집니다.


네이밍, 로고, 아이덴티티. 이 세 가지를 놓고 보면 “많이들 얘기하던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구현하고,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의 삶에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갈지 구체적으로 고민한다면, 평범한 이론을 넘어선 특별한 경험으로 다시 태어날 겁니다. 소비자가 그 경험을 일상에서 누릴 수 있도록,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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