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소비자와 만나면, 브랜드는 새로운 길을 연다
최근 몇 년간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이 너무나 자주 등장합니다. 어떤 분들은 “다들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니, 이젠 진부한 거 아니야?”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다양한 브랜드를 접해보면, 진정으로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처음에 ‘스토리텔링’이 그저 마케팅 기법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수록 ‘이야기’가 고객과 브랜드를 연결해주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라는 사실을 확실히 체감하게 됐습니다. 오늘은 [성공적인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기존 책이나 칼럼에 많이 언급된 주제일 수도 있지만, 제가 직접 접하면서 감동받고 배웠던 진솔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말씀드려볼게요.
스토리텔링은 ‘울림’을 만들어내야 한다
간혹 브랜딩 현장에서 “스토리 = 글만 잘 쓰면 된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접했을 때 마음 한구석에 ‘울림’을 느끼도록 만드는 겁니다. 어느 신발 브랜드가 단순히 ‘가벼움’과 ‘착화감’을 강조하는 광고 카피를 쓰는 것과, “이 신발 한 켤레가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희망이 된다”고 풀어내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죠.
예컨대,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핵심 철학으로 삼아, 광고보다도 ‘환경 보호 활동’ 사례와 임직원들의 실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전합니다. 저는 이 브랜드를 처음 알았을 때, ‘겉멋만 든 마케팅이면 어떡하지?’라는 의심이 들었어요. 그러나 파타고니아가 직접 폐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재활용 소재로 옷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Buy Less, Demand More> 캠페인을 통해 애초에 많이 사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모습을 보며, '이곳은 정말 환경을 위해 고민하는구나'라는 울림이 생겼습니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가 주는 힘이겠죠. 흥미를 유발하고, 가치를 공유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니까요.
소비자도 ‘이야기’의 일부가 되도록 초대하자
브랜드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잘 만든 다큐멘터리나 인터뷰 영상이 한순간에는 이목을 끌 수 있어도, 소비자가 직접 그 이야기에 참여하고 느낄 기회가 없다면 깊은 인연으로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배달의민족이 한글날마다 선보이는 기발한 폰트나 광고 캠페인은 좋은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이들은 한국적인 정서와 재치를 살려, SNS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콘셉트에 참여하도록 유도합니다. 한글 자모음으로 다양한 디자인을 만들거나 배민 특유의 유쾌한 슬로건에 댓글을 달며, 소비자들은 스스로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간다고 느끼게 되죠. 한 브랜드가 구축한 세계관에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뛰어드는 순간, 단순히 ‘배달 앱’ 그 이상의 친밀도를 확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진정성’은 스토리텔링을 빛나게 하는 결정적 요소
제가 스토리텔링 사례를 찾아볼 때마다 늘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브랜드가 실제로 이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가?”, “단순히 마케팅 문구로만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건 아닐까?”라는 부분입니다. 소비자들이 브랜드 스토리에 공감하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보여주려는 가치가 사실이든 아니든 ‘진실되게 느껴지기’ 때문이니까요.
하이네켄(Heineken)의 광고 중에, 서로 다른 정치, 사회적 견해를 지닌 사람들이 함께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영상이 있었습니다. 이 영상을 처음 봤을 때, “마케팅이 아니라, 정말 사람들의 소통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여러 후속 캠페인과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꾸준히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이건 차별화를 위한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회사의 철학이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렇듯 소비자는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일관된 행동을 보일 때 비로소 스토리에 신뢰를 보내게 됩니다.
유행보다 브랜드 고유 서사를 찾아내라
많은 분들이 스토리텔링을 얘기하면서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가야 하나?”, “MZ세대가 좋아하는 톤앤매너는 이런 거라던데?”라고 물어보곤 하십니다. 그런데 오히려 제가 본 성공 사례들은, 남들이 시도한 형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 집요하게 파고드는 편이었습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는 경쟁사들이 “속도, 강력함”을 강조하던 시절부터 “Just Do It”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변주해 왔습니다. 단순히 운동선수를 향한 슬로건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 한계를 깰 수 있다는 낙관적 서사를 전 세계에 전해준 것이죠. 저도 운동을 엄청나게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지만, 나이키 광고를 보면 '어쩐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의도적으로 '요즘 흐름은 이런 식이니까'라는 식의 표상적인 트렌드를 좇기보다, 브랜드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철학과 스토리를 올곧게 펼쳐나간 결과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의 브랜드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될까요?
너무나 많은 브랜드가 스토리텔링을 외치지만, 실제로 소비자의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펼치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말로만 ‘스토리, 스토리’ 하고 끝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스토리텔링이야말로 한 번의 광고나 이벤트, 캠페인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순간에 녹아들때에야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브랜드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지, 어떤 가치를 지키며 성장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만 진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쁘고 화려한 포장지나 감각적인 영상도 물론,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뒤를 따르는 보조 수단임을 간과하면 안 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스토리텔링을 고민 중이라면, 여러분이 만들고 싶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안에서 당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펼쳐진다면, 그것이 곧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보고 웃고 울고 공감할 소비자들은 스토리를 함께 완성하는 소중한 동반자로 자리할 거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