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고객의 기억 속에서 완성된다
여러분은 한 브랜드를 경험했다고 느꼈던 순간이 언제인가요? 단순히 제품을 구매했을 때가 아니라, 브랜드가 제공하는 공간에서 인상적인 감각을 느꼈거나, 브랜드가 만든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공감하며 스며들었을 때일 것입니다.
몇 년 전 성수가 한창 팝업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을 무렵, 당시 일터도 성수에 있었기 때문에 여러 브랜드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둘러보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지나고 결국에 기억에 남는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순간’을 선물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곳들이었던 것 같아요.
스토어에 들어서는 순간, 브랜드가 전하는 감성과 스토리가 공간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고, 제품을 단순한 돈과 물건을 교환하는 소비재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경험의 일부로 인식하게 만드는 그런 브랜드들이요. 이런 강렬한 브랜드 경험은 단순한 광고보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오늘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브랜드 경험이란 무엇인가?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은 단순한 제품 사용을 넘어, 브랜드가 소비자의 오감(五感)에 영향을 미쳐 기억을 남기는 모든 순간을 의미합니다. 소비자가 브랜드의 패키지를 열어볼 때, 매장에 들어설 때, 웹사이트를 탐색할 때, 심지어 무형의 브랜드 고객 서비스를 경험할 때까지 모든 과정이 브랜드 경험을 구성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브랜드 경험은 단순히 브랜드가 제공하는 정보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고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저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떠올려보세요. 그 브랜드를 떠올릴 때 단순히 제품만 기억나는가요? 만약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면 그곳에서 느꼈던 분위기, 배송으로 받아본 택배를 언박싱하며 손끝에서 느껴졌던 패키지의 촉감, 혹은 언젠가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에 느꼈던 감정까지 함께 떠오르나요?
강렬한 브랜드 경험을 만들기 위해선 맥락(Context)이 중요합니다.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소비자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때, 브랜드 경험은 더욱 강렬하게 기억됩니다.
여러분이 친환경 브랜드를 운영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브랜드가 환경 보호를 강조하면서도 매장에 플라스틱 패키지가 가득하거나, 온라인에서 브랜드를 검색했을 때 일관성 없는 메시지가 보인다면 소비자는 브랜드의 신뢰도를 낮게 평가할 것입니다. 반면, 한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소비를 강조하면서 매장에서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손님이 직접 재사용 용기를 가져올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그 순간 브랜드의 철학이 ‘맥락 속에서 실체화’되며 강렬한 브랜드 경험이 됩니다.
맥락이 중요한 이유는 브랜드의 모든 접점에서 경험이 일관되게 전달될 때, 소비자는 브랜드를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과 연결된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공간에 대해서도 다분히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그만큼 공간은 브랜드 경험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물리적인 매장이든, 온라인 플랫폼이든 브랜드가 소비자를 맞이하는 방식은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깊이 각인됩니다.
여러분이 어떤 브랜드 매장에 들어갔을 때, 인테리어에서부터 흐르는 음악, 직원들의 사소한 태도, 조명의 색감까지, 모든 것이 아우러져 브랜드의 정체성이 명확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이 바로 브랜드 경험의 힘이 됩니다.
오프라인 경험이 강력한 브랜드 사례
✔ 이솝(Aesop) : 이솝 브랜드의 매장을 방문해본 적이 있나요? 아로마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공간, 차분한 직원들의 응대 방식, 감각적인 패키징이 한데 어우러지며 단순한 쇼핑이 아닌 ‘브랜드를 체험하는 시간’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대표적인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 안경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이렇게 강렬한 공간 경험을 만들 수 있을까요? 매장마다 조금씩 다른 콘셉트와 SF적인 분위기를 적용해, 방문하는 순간 브랜드가 창조한 세계관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온라인에서도 브랜드 경험은 만들어진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인터페이스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브랜드의 웹사이트가 느리고 불편하면, 소비자는 무의식적으로 브랜드의 품질을 낮게 평가합니다. 반대로, 유려한 UX/UI 디자인, 사소하더라도 브랜드의 감성이 빠지지 않고 담긴 이메일과 메시지는 소비자가 브랜드와 지속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소비자가 브랜드 경험의 주체가 될 때, 브랜드는 더욱 강력한 인상을 남깁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경험을 공동으로 창조하는 것인데요. 그렇게 함으로써 소비자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마침내 ‘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소비자 경험을 직접 반영하는 브랜드 사례
✔ Nike Run Club : 단순히 신발을 파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나이키는 자사 제품을 착용한 소비자들이 함께 달릴 수 있는 러닝 커뮤니티를 만들어,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자 스스로 체험하고 확장하도록 돕습니다.
✔ LEGO Ideas : 레고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와 레고를 통한 자신만의 작품들을 제안하고, 다른 팬들이 개인의 의견을 코멘트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합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하면서 충성도 높은 팬층을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 미호요(HoYoverse) – HoYoLAB : 게임 브랜드의 세계관을 경험하는 방식이 단순한 플레이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미호요의 '호요랩(HoYoLAB)'은 단순한 공식 커뮤니티가 아니라, 유저들이 직접 게임 경험을 공유하고, 공략을 작성하며,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애정을 담은 브랜드의 세계관을 함께 만들어가는 플랫폼입니다. 특히, 서브컬처 게임 분야 특유의 ‘2차 콘텐츠 창작 문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호요랩에서는 단순한 공략글을 넘어, 유저들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 팬아트, 스토리 기반 2차 창작 콘텐츠들이 활발하게 공유됩니다. 게임 개발사인 미호요는 이러한 유저 참여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며, 우수한 콘텐츠를 공식적으로 소개하거나 이벤트를 통해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의 자발적 창작 생태계를 조성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브랜드 경험은 기업이 주도하여 소비자가 이를 따라가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보다 유연하고 트렌디한 호요랩과 같은 커뮤니티는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 경험을 재해석하고 확장해 나가는 ‘참여형 브랜드 경험’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 안에서 소비자가 창작자가 되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SUMMARY
1. 브랜드 경험은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총체적인 과정이다.
2. 맥락이 중요하다 – 브랜드의 메시지와 소비자의 경험이 맞아떨어질 때 기억에 남는다.
3. 공간과 인터페이스는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다.
4. 소비자가 브랜드 경험의 주체가 될 때, 브랜드는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여러분의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있나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를 ‘체험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고민해볼 때, 브랜드는 더 깊고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진정한 브랜드 경험은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고, 그 기억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