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과 유머로 완성하는 스토리텔링
솔직히 말해서, 저는 브랜드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너무 진지하고 무겁게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물론, 진정성과 책임감은 중요하죠.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왜 브랜드는 항상 정답만 말하려고 할까?
저는 항상 브랜드는 사람과 같다고 느끼는데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이루는 관계의 물리학이 브랜드에도 유사하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브랜드가 모든 순간에서 그렇게 진지하고 완벽해야만 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순간에 터지는 웃음, 허를 찌르는 반전, 그리고 조금은 엉뚱한 시도가 브랜드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준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친한 친구를 기억할 때도 그렇지 않나요? 진지한 대화도 좋지만, 그 친구가 갑자기 던진 농담이나 예상치 못한 행동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처럼요. 그래서 오늘은 마지막으로 그런 '의외성'의 브랜드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우리는 흔히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익숙한 이미지, 예상 가능한 메시지, 안전한 선택지—이런 것들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준다고 믿죠. 물론 안정감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안정감만으로는 기억에 남기 어렵습니다. 브랜드가 정말 기억되려면, 그 안정감 속에서 예상치 못한 전개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바로 반전이 필요한 이유죠.
반전은 단순히 "놀래키기"가 아닙니다. 반전이란 건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던지는 것인데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익숙함 속에서 의외성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이런 순간이 생길 때,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브랜드에 대한 특별한 감정으로 이어지죠.
기억에 남는 광고 중 하나는 스니커즈(Snickers)의 [You’re Not You When You’re Hungry] 캠페인입니다. 이 시리즈 광고 중 한 편에서는 1950년대 할리우드 세트를 배경으로 마릴린 먼로가 등장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녀의 드레스가 지하철 환풍구 바람에 날리는 상징적인 순간을 재현하려는 찰나, 갑자기 화면에 등장하는 건 마릴린 먼로가 아니라 배우 윌렘 대포(Willem Dafoe)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그린고블린 역으로 유명한 배우죠. 대포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건 재앙이야!"라고 소리칩니다. 그리고 스태프가 다가와 스니커즈 바를 건네며 말하죠. “배고프면 당신답지 않아요.” 대포가 초콜릿을 먹자 다시 마릴린 먼로로 돌아오는 반전이 펼쳐집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것을 넘어, 'Snickers'라는 브랜드가 가진 핵심 메시지를 강렬하고도 유쾌하게 전달했습니다. "배고프면 당신답지 않다"는 메시지는 단지 제품의 기능을 어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경험과 연결되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충분했습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익숙함 속에서 반전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Snickers의 광고는 그저 우리 브랜드의 초콜릿 바가 맛있다. 그러니 스니커즈의 초코바를 먹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배고픔이라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태를 유머와 반전을 통해 효과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이렇듯, 반전은 소비자의 머릿속에 "기억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 정서적 연결고리를 형성하죠. 익숙함과 안정감 속에서 의외성을 발견할 때, 우리는 그 브랜드를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하게 될 겁니다.
파격적인 시도를 한다는 건 사실 두려운 일입니다. 잘못하면 비판받을 수도 있고,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파격은 위험하지만 동시에 기회라고요.
스와로브스키에서 나왔던 장도연씨를 내세운 광고를 기억하시나요? 크리스마스 시즌에 공개된 이 광고에서 장도연은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스와로브스키의 이름을 활용한 언어유희로 가득 찬 대사를 읊조립니다. "내 인생 최고의 선물 5가지: 차이코프스키, 한잔의 위스키, 날 촉촉하게 만드는 가스키… 그리고 그중의 제일은 스와로브스키." 고급스럽고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에 유머를 더한 이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광고는 단지 웃음을 주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이엔드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가 유머러스한 접근 방식을 시도함으로써,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브랜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것이죠. 특히, 유머와 고급스러움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결합하며 소비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런 파격적인 시도는 브랜드가 가진 용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용기는 소비자들에게 "이 브랜드는 사뭇 다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물론 모든 파격이 성공적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브랜드가 정체되고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유머를 좋아합니다(잘 치지는 못해도, 듣는 건 참 좋아합니다). 특히 예상치 못한 순간에 터지는 유머는 그 자체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브랜드들은 유머를 사용하는 데 주저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가벼워 보일까 봐 걱정해서겠죠.
하지만 배달의민족을 보면 그런 걱정이 기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슬로건부터 시작해 배달 음식 포장지에 적힌 재치 있는 문구들까지—배달의민족은 유머를 통해 소비자들과 친근하게 소통합니다. 저는 이런 유머가 단순히 웃음을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보다 인간적인, 정서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유머는 어렵습니다. 잘못하면 오해를 살 수도 있고,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도 있죠. 하지만 제대로 활용하면 소비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곧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으로 이어진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에서 의외성은 그저 재미를 더하는 오락의 요소가 아닙니다. 이는 브랜드가 소비자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인데요. 반전과 유머, 파격적인 시도—이 모든 요소들은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 칼럼을 계속해서 써오면서 저 자신에게도 계속해서 질문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또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지?" 그리고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
브랜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결국 기억에 남는 브랜드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진실된 마음과 개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운은 당신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브랜드가 계속될 때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제 이 연재 칼럼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며, 저는 여러분께 한 가지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모든 이야기는 시작과 끝이 있지만, 진정으로 기억되는 이야기는 끝난 뒤에도 사람들 속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당신의 브랜드가 남긴 한 문장, 한 장면, 한 순간이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아, 그들의 삶 속에서 다시금 되새겨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SUMMARY
1. 예상 밖의 반전 : 익숙함 속에서 의외성을 찾아내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라.
2. 파격적인 시도 : 논란을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행동하되, 브랜드 철학과 연결된 메시지를 담아라. 죽은 브랜드 보다는 도전하는 브랜드가 낫다.
3. 유머와 진정성 : 유쾌해져라. 브랜드의 진정성을 잃지 않고 소비자들과 인간적인 정서적 연결고리를 만들어라.
지금까지 '브랜드는 이야기로 기억된다' 연재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에디터 Oswin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