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불편한 왼손잡이들의 삶 대변해 보기
왼손잡이는 서글프다.
오늘은 왼손잡이들을 대변해 하소연 내지는 한풀이를 좀 해 볼까 한다.
오른손잡이 위주라, 무엇을 해도 불편하다.
왼손잡이는 정의부터 애매모호하다.
국어사전에는 “한 손으로 일을 할 때, 주로 왼손을 쓰는 사람. 또는 오른손보다 왼손을 더 잘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양손을 쓰더라도 왼손을 더 잘 쓰면 왼손잡이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영어로는 left-handed person, lefty, southpaw(좌완투수) 그리고 학명은 ambidextrous 다.
일반적으로 왼손잡이는 ‘정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영어에서 오른쪽을 뜻하는 right는 ‘옳은’으로 통하며, 왼쪽을 뜻하는 left는 쓸모없다는 뜻을 가진 단어 ‘lyft’에서 파생됐다.
우리말도 마찬가지다.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부른다. 오른쪽이 올바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국말에 왼손잡이를 비하하는 표현은 없지만 심한 곳에서는 왼손잡이를 가리켜 ‘호로자식’(오랑캐 사이에서 난 자식)이라고 아주 아주 심한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왼손잡이는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불편함과 마주한다.
가위질도 반대요, 컴퓨터 자판이나 마우스 역시 오른손잡이 용으로 되어있다.
골프 채도 왼손잡이 용은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연습장이나 스크린 골프장에는 아예 왼손잡이 전용 타석이 없는 곳이 많다. 골프 용어 역시, 모든 게 반대다. 예를 들면 오른손잡이에게 ‘훅’이 났다면 왼손잡이 골퍼에게는 슬라이스다. 드로우, 페이드도 마찬가지다.
PGA 프로 골퍼 중 왼손잡이는 별로 없는 것만 봐도 골프가 왼손잡이에게는 걸맞지 않은 운동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필 미켈슨, 보봐 왓슨 정도에 불과하다.
군대에서 사격도 왼손잡이에게는 어렵다. 총의 구조가 오른손잡이 용이지 왼손잡이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영점 조정 등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완전무장 구보 때는 더더욱 죽는다. 집총을 오른손으로 지탱하게 한 채, 구보를 하는 관계로 소총을 떠받치는 손에 힘이 없어서다.
글을 막 배우기 시작한 왼손잡이 아이들은 글씨를 읽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기도 한다.
하다 못해 탈의실에서 옷을 벗어서 옷걸이에 주욱 걸려고 해도, 옷걸이의 방향은 모두 오른손으로 되어 있어 불편함이 여간 아니다. 간혹 짜증스러울 때도 많다.
드라이버를 돌릴 때도, 와인 오프너로 와인 병을 딸 때도 모든 게 반대다.
악기를 다루려 해도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만들어진 악기 때문에 불편함은 물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설적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역시 왼손잡이다. 기타 줄 배열을 완전 180도 다르게 해야 한다.
대략 세계적으로 열 명 중 한 명은 왼손을 쓴다고 한다.
오른손잡이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상, 왼손잡이의 불편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부모가 왼손잡이 성향을 보이는 아이를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왼손잡이는 약 11%, 열 명 중 한 명만이 왼손잡이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오른손만을 압도적으로 많이 쓰는 것은 모든 동물을 통틀어 인간뿐이다.
심지어 50만~60만 년 전에도 인류의 90% 이상이 오른손잡이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알렉산더, 나폴레옹, 시저, 베토벤, 뉴턴…. 이름만 들어도 ‘천재’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다.
세계 최고의 부호 빌 게이츠도, 빌 클린턴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들도 왼손잡이다.
왼손잡이가 두뇌발달이 오른손잡이에 비해 유리하다는 가설을 살펴보면 그럴싸하다.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성향과 결합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 몸의 생각과 행동을 관할하는 대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눠진다.
좌뇌는 읽기, 쓰기, 말하기와 같은 언어성 지능과, 우뇌는 미술, 음악, 체육과 같은 동작성 지능과 관련이 있다. 이 양쪽 뇌가 균형적으로 발달해 종합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지능과 별개로 몸 각 부위를 제어하는 것 역시 대뇌의 역할이다. 좌뇌는 몸의 오른쪽을, 우뇌는 몸의 왼쪽을 제어한다. 즉 왼손잡이는 우뇌를 많이 사용하므로 이를 발달시켜 미술, 음악, 체육과 같은 지능을 발달시킨다는 논리다.
즉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 같은 예술가는 왼손을 써서 우뇌가 발달했기 때문에 미술 능력도 함께 발달했다’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운동선수들은 왼손잡이가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왼손투수 ‘괴물 류현진’도 그 대표다. 야구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좌타자를 선호한다. 왼쪽 타석이 1루와 가까운 데다, 오른손잡이 투수가 많은 만큼 던져오는 공이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왼손잡이 비율이 대략 5.8%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세계 왼손잡이 평균 비율은 10~12%로 추정된다.
그중 미국인은 대략 30%, 일본인은 12%가량이 왼손잡이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8월 13일은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다.
영국왼손잡이협회가 1992년 만들었다.
아시아 국가 중 왼손잡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일본만 해도 왼손잡이의 날이 있다.
2월 10일이다.
숫자만 딴 ‘0210’을 일본어로 발음하면 ‘레(0)·후(2)·토(10)’로, ‘왼쪽’을 의미하는 ‘레프트(Left)’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왼손잡이는 타고나는 걸까?
정용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우뇌가 발달하면 왼손잡이, 좌뇌가 발달하면 오른손잡이가 된다는 게 통설”이라며 “절대적이진 않지만, 유전의 영향도 받는다”라고 밝혔다.
‘세계 왼손잡이의 날'은 전 세계 왼손잡이의 인권을 신장하고 왼손 사용의 편견에 대한 인식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다.
이에 기초해 뭔가 획기적인 개선안을 기대해 보는건 요원한 일일 까?
답답하다.
왼손잡이도 사람인 이상, 편리함과 연관해서는 사회 약자로 간주되어도 무방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
사회적 배려를 기대해 본다.
참고로 필자 역시 왼손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