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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NY JD Dec 23. 2022

‘목욕을 한다‘ 보다 ’목욕을 즐기자’, 어때요?

‘혼탕’ , ‘남탕 여탕 순환영업’ 그것이 알고 싶다

온천이 그리운 계절이다.


온천의 사전적 정의는 “지열로 덥혀진 뜨거운 물이 나오는 샘”이다.


온천하면 펄펄 끓는 물이 생각나지만, 한국 의 관련 법규에 기초하자면, 섭씨 25도만 넘어가고 유해성분이 없는 자연수 이기만 하면 전부 온천으로 분류된다. 이는 일본도 동일하다. 아니 사실은 일본에서 온 것이다.

온천의 종류는 땅을 안 팠는데도 온천수가 지표면으로 흘러나와서 웅덩이를 이루고 있는 것과 같은 ‘노천온천’이 가장 일반적이다.


100 이상의 물이 고압으로 부글대다가 가끔씩 수면 위로 펑펑 터지는 온천은 ‘간헐천’이라고 한다.


미네랄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건강과 피로회복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게 바로 이 간헐천이다.


일본이나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는 거의 전 국토가 화산지대에 걸쳐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동네에선 땅만 파면 온천이 나온다.


물론 몇 m를 파내려 가느냐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따뜻하다 못해 펄펄 끓는 온천도 종종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십중팔구 ‘지옥’이라는 이름을 붙여 관광지 화한 경우가 상당수 된다.


온천이 있는 또는 온천이 있었던 동네는 온(溫) 자가 꼭 들어간다.


온천동(溫泉洞), 온양(溫陽), 온수동(溫水洞), 온정리(溫井里)등 동네 이름에 반드시 온(溫)'이 들어간다.


대체로 단순히 뜨거운 물이 나오는 온천보다는 당연히 여러 성분이 함유되어 몸에 좋고, 치유 효과가 있다고 하는 온천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온천은 온천수 고갈이 금방 오기 때문에 전에 처럼 온천에 갔더니 ‘류머티즘 병이 나았다’, ‘피부병이 사라졌다’, ‘눈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란 쉽지가 않다.


성분에 기초한 온천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단순천: 광물질이 거의 함유되어있지 않은 온천.

식염천: 식염, 즉 소금이 함유된 온천. 소금의 영향으로 체열이 급격히 식는 것을 방지하는 작용이 있어 피부질환과 관절염, 근육통과 위장질환에 좋다.

유황천: 온천수 1kg당 1mg 이상 유황이 함유된 온천. 유황 특유의 계란이 썩는 듯한 구수~지독한 냄새가 난다. 피부질환과 순환계 질환 개선에 좋다.

탄산천: 물에 이산화 탄소가 녹아있는 온천. 혈액순환과, 불임 등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있고, 음용하면 장운동을 촉진하여 위장질환이나 변비에 좋다.

알칼리천: 중조천, 중탄산나트륨천으로도 불린다. 만성 위장질환에 효험이 있으며 기타 피부의 지방질을 제거하는 효과 등이 있어 피부병과 신경통, 간질환에도 좋다.

방사능천: 주로 라돈이나 라듐이 함유되어 있다. 물론 함유된 방사성 물질은 극히 미량이므로 피폭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진정작용이 있어 신경통이나 류머티즘, 피부질환 등에 효험이 있다.

철천: 물 1L당 철분이 20mg 이상 함유된 온천으로, 철산화물의 영향으로 물이 적갈색을 띤다


일본 온천은 과거에는 혼탕도 있어서 많은 이들의 로망이었다.


‘온천 신의 로망 역시 혼욕’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에는 혼탕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든 할머니 할아버지들 인지라, 잔뜩 가대하고 간 온천객 들은 좌절(?) 하기 십상이라고 한다.


전에는 유키미부로(雪見風呂), 즉  탁 트인 설원이나 설산을 보며 온천을 즐기는 ‘눈구경 온천’이나 카케나가시 같은 약수터처럼 계속 온천수가 넘쳐 나는 온천에서도 혼탕이 있었던 적이 있으나 지금은 ‘그때를 아시나요’가 돼버린 아득한 추억으로만 남고 있다고 한다.


일본 온천에서 재미있는 건 낮에는 남탕이었는데 저녁시간에는 여탕이 되는 경우다.


그것도 모르고 남탕인 줄 알고 여탕에 들어갔다가 여자들이 혼비백산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데 이게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이야기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렇게 운영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또 격일제로 남녀탕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유는 음양의 조화다.


여탕의 음기와 남탕에서의 양기를 순환해 줌으로써 여탕이었던 곳에는 남자의 양기를, 남탕이었던 곳에는 여자의 음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믿음에서 이 같은 풍습이 생겨났다.


목욕은 알몸 상태로 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양기와 음기가 축적되는 것을 자주 바꿔주는 것이 좋다고 믿는 믿음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혼탕도 같은 맥락이다.


또 다른 설은 온천 주변의 절경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남탕과 여탕이 동일하면 같은 자리에 앉아 똑같은 풍경만 보게 되므로 교대로 바꿔주면 어제는 가보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경치를 즐길 수 있다는 일종의 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혼탕과는 개념이 다르지만 일본은 남탕에 여종업원이 스스럼없이 들어간다.


수건 갠 것을 수시로 날라다 주고, 바닥 청소, 쓰레기통 비우기, 젖은 타월 수거 등등 잡일을 남성들이 홀딱 벗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고유 업무를 위풍당당하게 한다.


전에는 할머니 최소한 중년여성이 이 같은 일을 담당했으나 최근에는 일본내 유명 리조트를 중심으로 젊은 여성들의 참여가 돋보인다.


그런데 이들의 프로 의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절대 시선을 남성 주요 부분에 맞추지 않는다. 말을 섞지 않는다. 무표정으로 냉정함을 유지한다.” 등이 근무 수칙이라고 한다.


“일본의 중장년, 노년 남성들은 동네 목욕탕 근무 여성을 두려워한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자신들의 은밀한 부위를 다 스캔하고 있는 유일한 여성 이어서다.


옛날에는 동네 대중목욕탕에 가족탕이라는 게 있어서 가족끼리만 목욕하는 공간이 있었다.


요즘은 이 기능을 찜질방이 대신하고 있지 않나 싶다.


혹한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찜질방을 찾아 가족끼리, 친지끼리, 지인끼리,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여, 구운 계란 이마에 쳐서 깨 먹으면서 따끈한 추억 여행을 떠나 보면 어떨 까?


‘목욕을 한다’ 라기보다는 ‘목욕을 즐긴다’라는 발상 전환과 함께 강추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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