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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NY JD Dec 24. 2022

“메리 크리스마스 이브”

아무리 변해도 ‘구원’의 본 뜻만큼은 지켜지길…

크리스마스이브다.


모든 축제는 당일도 중요하지만, 그 전날 즉, 전야제 날이 더 흥분되고 즐거운 법이다.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날, 진정한 기쁨의 시간, 친구ㆍ친척과 정을 돈독히 하고, 가난한 이웃을 도우며 함께하는 게 바로 크리스마스다. 그 전날인 크리스마스이브에는 그 열기는 더더욱 짙다.


오늘날의 크리스마스 개념이 확립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크리스마스트리,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 카드가 도입되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크리스마스 정찬(디너)이 정형화된 것은 불과 19세기말부터였다.


현대판 크리스마스 개념이다.


이에 크게 기여한 이는 빅토리아 여왕의 부군 앨버트 공과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아닐까 싶다.


독일 출신 앨버트 공은 독일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풍습을 윈저 성과 영국 내 가정의 크리스마스에 수입해 온 장본인이다.


디킨스는 ‘크리스마스 캐럴’ 등 크리스마스와 연관된 문학작품을 내놓아 크리스마스의 즐거움과 감사함을 전했다.


동시에 크리스마스로부터 향유되는 물질적 즐거움을 타인과 공유하기 위해 솔선수범해야 할 자선 등의 행동을 스쿠루지라는 인물을 통해 전파했다.


이런 연유에 기초, 현대판 크리스마스 개념은 19세기 중엽 영국에서 부활한 것이다.


현대판 크리스마스 시대에서는 이웃사랑, 자선이 중시되고, 특히 크리스마스의 정점에 어린이들이 등장 함이 특징이다.


크리스마스가 가족의 건전한 축제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의 무대를 한국으로 옮겨 보자.


우리나라의 크리스마스 이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단연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는 날’이다.


허기야 이는 기성세대에 국한된다.


1980년대 초반 이전까지 대한민국에서는 24:00-04:00 사이 야간에 통행이 금지 됐었다.


일 년에 딱 두 번, 통금이 해제된다. 하루는 크리스마스 이브, 또 하루는 신정 전야, 12월 31일이다.


통금이란 억압에서 해방되는 ‘찐 자유의 날’이 일 년 중에 딱 이 이틀이다.


그중 하나가 크리스마스이브이니 , 그 당시 명동 등 서울 도심에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는 상상이 갈 것이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신문 기사 헤드라인은 “ 명동, 크리스마스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었다”가 늘 단골 메뉴다.


그러나 올해 크리스마스를 앞둔 명동은 의외로 썰렁하다.


코비드 팬데믹이 절정에 달했던 작년이나 재작년의 수준 까지는 아니더라도 올 크리스마스 너무나 한산하다. 경기 탓이라고 한다.


그나마 명동의 유네스코 회관 앞, 즉 명동 예술 극장 앞, 차 없는 거리에 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형성된 푸드 코트나마 없다면, 정말 적막강산이 따로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명동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인파만 사라진 게 아니다.


겨울마다 명동 구석구석 울려 퍼지던 크리스마스 캐럴도 요즘은 귀를 쫑긋 세워도 듣기가 어려운 세상이 돼버렸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실종’이 더 맞는 표현이다.


저작권 영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아니지 싶다.


여름철 에어컨 틀고 문 활짝 열어 호객 행위 하던 업소들이 크리스마스 라고 해서 저작권료가 무서운 나머지, 크리스마스 캐럴을 안 튼다?  다소 의아하다.


에너지 절약 시책 위반이라고 해서 몇십 , 몇 백 만원씩 여름에 벌과금을 내던 업주들이 얼마 안 되는 저작권료 지불 때문에 캐럴을  안 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대상의 변화로 간주해야 맞는 것 같다.


손 카드와 산타클로스가 실종된 것도 사건이라면 사건이다.


손 카드 실종은 손 편지와 더불어, 인터넷 보급에 기인한다 손 치더라도, 산타클로스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건 왜 일 까?


택배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대신 배달해 주어서 인가? 아니면 신생아 수가 줄면서 산타클로스가 배달해야 할 선물의 수가 줄어산타의 수요가 줄어서 일 까?


유치한 또 말도 안 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단 미국의 쇼핑 몰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코비드 땜에 중단됐다 쇼핑몰 내 ‘산타와의 기념사진 찍기’ 등의 이벤트 코너가 올해에는 부활됨에 따라 이들 산타의 수요가 대폭 증가, 아르바이트생 산타 구하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예외도 있기는 하다.


명동 노점상들이 크리스마스이브날 전체 휴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아쉬운 대목이다. 불황 탓이란다.


크리스마스 열기가 전만 못하다 해서 예수 탄생의 의미까지 퇴색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마저 든다.


호적등본에 출생지가 마굿간으로 등재됐을 법한 예수가 탄생 전 날인 오늘,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구원하다가 십자가에 못 받혀 죽으신 예수를 생각해 본다.


모든 이들, 특히 가난하고 상처받고 또 비탄에 빠진 이들에게  그리고 오랜 절망의 터널에 갇혀 시름에 겨운 이들에,  또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질 때까지 떨어져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에 담긴, 예수의 온전한 사랑이 훈훈하게 퍼져 나가길 기원한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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