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랄한 캐럴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슬픈 가족사
크리스마스 캐럴 가운데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단연 ‘루돌프 사슴 코’다.
그러나 노래의 인지도, 인기도에 비해,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은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루돌프 코’는 경쾌한 노래 자락이 인기의 비결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미국의 한 가정의 슬픈 가족사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루돌프 사슴 코’의 곡 탄생 배경을 통해 크리스마스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한번 달래 보자.
노래 배경은 한마디로 ‘찡하다’ 다.
스토리를 소환해 본다.
이야기 흐름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표현은 현재형으로 진행한다.
루돌프는 산타클로스가 모는 썰매의 최선봉에 서는 에이스급순록이다.
특유의 붉고 빛나는 코가 이쁘다고 칭찬받아 마땅하건만, 순록들 사이, 촌스럽다며 ‘왕따’당하기가 일쑤다.
그러던 어느 안개 낀 성탄절날,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 온다.
(크리스마스이브날, 안개가 예상외로 심하게 껴서 썰매 자체를 끌 수 없게 되어, 난처하던 중 산타가 "너희들 중에 혹시 반짝이는 불빛을 가진 사슴이 있지 않았나?라고 묻는다.
썰매 끄는 순록의 리더가 “마을에 한 명 있습니다. 루돌프란 아이입니다. 그런데 다른 순록들이 너무 괴롭혀대서 올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라며 난처해한다.
산타는 루돌프가 있는 마을 언덕으로 가서 루돌프를 만난다.
루돌프가 슬픈 얼굴로 "다른 순록들이 제 코를 보고 괴롭히고 놀려대요. 전 가고 싶지 않아요..."라며 눈물을 흘린다.
산타는 루돌프의 딱한 사연과 안타까움에 잠시 슬픈 얼굴이 되었지만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루돌프에게 “너무 속상해 마렴. 누구에게든지 장점은 있단다. 네 코는 반짝이고 빛나서 어두운 밤길을 비춰주어 길을 알려줄 게야.”라며 달랜다.
그러자 루돌프는 이내 썰매를 몬다.
루돌프는 산타클로스에게 발탁되어 졸지에 왕따에서 썰매 몰이 선두 그룹의 핵심 사슴으로 스카우트되는 영광을 누린다. )
이게 줄거리다.
다음은 이 노래가 만들어진 나름 슬픈 사연이다.
1939년, 미국의 한 백화점 광고부에 근무하던 로버트 메이기 만든 동화에 기초한다.
백화점 홍보용 책자로 만들어졌단 설과, 먼저 아픈 아내를 위해 만든 동화가 후에 빛을 보게 됐다는 설로 나뉜다.
로버트 메이의 딸 바바라 메이의 회상에 기초하면, 그녀가 어렸을 때 어머니인 에블린 메이는 암에 걸렸다.
아버지이자 남편인 로버트는 늘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내를 애처롭게 생각한 나머지, 사랑하는 아내가 심심하지 않게 해 주기 위해 동화를 짓기로 결심한다.
이 동화가 바로 ‘루돌프 코’ 캐럴탄생의 배경이다.
아픈 자신을 위해 동화를 창작해 준 남편의 사랑과 정성에 감명받은 아내는 잡지사에 이 글을 기고할 것을 제안한다.
로버트는 ‘위드’라는 잡지사에 자신의 글을 보냈고, 곧 대박이 터지고 만다.
우선은 루돌프라는 캐릭터가 탄생했다.
이어 산타와 루돌프가 함께 등장하는 광고도 만들어지는 등, 인기는 하늘을 치솟게 된다.
인기몰이를 하자 ‘루돌프 사슴코'라는 동요가 나온다.
이 동요는 1949년 로버트 메이의 처남인 가수 조니 마크가 작사·작곡한다.
발매 후, 빌보드 차트 1위에 등극하는 등 루돌프 인기는 하늘을 치솟는다.
여기까지는 백화점의 협조와 동료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다른 버전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루돌프 사슴코 동화가 일종의 추모용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큰 인기몰이를 했다는 것.
무엇이 정확한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른다.
그러나 후자가 맞다고 해도, 아내가 이 동화가 인기를 끌기 전,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남편이 아내를 위해 동화를 창작해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즐거워하지 않았을 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거기에 방점을 찍으면 될 것 같다.
어찌 보면 ‘루돌프 사슴 코’는 크리스마스 분위기 외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슬픈 배경 속에 태어났다.
루돌프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랑받는 순록이 된 것은, 자신의 ‘단점’이던 빛나는 빨간 코 덕분이다.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기에 가능했다.
탄생 배경이 어찌 됐던 이 점만큼은 참고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