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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NY JD Dec 31. 2022

“호박씨 까지 말자”

2023년은 내로남불도 말고, 호박씨도 까지 말고

 우리네 말에 “호박씨 까다’ 또는 “호박씨 깐다”라는 표현이 있다.


뒤통수 치는 사람에게 주로 하는 표현인데, 왜 이런 표현이 나왔을 까 개인적으로 급 궁금하다.


흔히 속담처럼 들리지만 ‘호박씨 까다’는 ‘호박씨’와 ‘까다’의 두 개 낱말로 합성된 관용구이지, 속담은 아니라고 네이버는 말한다


속담은, 그 표현하는 내용만으로 전체 상황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관용구는 속담과 달리, 핵심을 꼭 짚어 주지를 못한다.


예를 들어 본다.


“점잖은 개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라는  속담이다.


이는 대인 관계에 있어서 평상시엔 대체로 점잖은 편인데도, 결정적일 때는 느닷없이 염치없는 속성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인간성에 대한 풍자다.


그러나 ‘호박씨 깐다’는 다르다.


표현만으로 보면 은근히 숨기고 있는 속물근성을 표현할 때 자주 쓴다  그러나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상황 설명면에서는 불분명하다.


연애, 성적 등을 언급할 때 이 표현은 잘 어울린다.


“걔 얌전한 체하더니, 진작에 우리 몰래 철수랑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 거야?”


“ 짜식! 시험공부 하나도 안 했다 더니 또 우리 반 1등이네, 호박씨 또 깠네!” 등에 어울린다.

          

“겉으로는 어리석은 체하면서도 남몰래 엉큼한 짓을 한다”가 적합한 뜻이다.


그렇다면 어떤 배경에서 이 말은 나왔을 까?


검색엔진을 돌려 보니 다음과 같은 배경을 설명해 주고 있다.


"옛날에 매우 가난한 선비가 살았다. 이 선비는 글공부에만 매달리고 살림은 오로지 아내가 맡아서 꾸려 나간다.


굶기를 밥 먹듯 하면서도 이들 부부는 훗날을 바라보며 가난의 어려움을 이겨 나간다.


그런데 어느 날 선비가 밖에 나갔다 돌아와서 방문을 열자 아내가 무언가를 입에 넣으려다가 황급히 엉덩이 뒤쪽으로 감춘다.


선비는 아내가 자기도 모르게 음식을 감춰 두고 혼자 먹고 있었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느끼면서 엉덩이 뒤로 감춘 것이 무엇이냐고 추궁한다.


그러자 당황한 아내는 호박씨가 하나 떨어져 있기에 그것이라도 까먹으려고 집어서 입에 넣다 보니까 빈 쭉정이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내는 눈물과 함께 용서를 구하고, 선비는 그런 아내의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함께 껴안고 눈물을 흘린다 “


이러한 스토리로부터 남몰래 엉큼한 일을 하는 것을 일러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라는 표현이 나온 것이다.


표현의 탄생 배경 자체는 눈물겨운 내용을 담고 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본질이 다소 퇴색,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 말은 뒷전에서 나쁜 일이나 모사를 꾸미는 사람을 빗대서 하는 경우가 많다.


IQ가 높아 머리가 좋은 사람을 지칭할 때도 이 표현은 가끔 등장한다.


어쩌면 씨로 써야 할 호박씨를 몰래 먹어 버리는 즉 몰래 행하는 나쁜 행동을 말할 때도 등장한다.


내로남불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면 너무나 오지랖 적인 표현일 까?


“호박씨 깐다”는 투명성을 아쉬워하는 표현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 정치판이 민생은 뒷 전인 채, 이태원 참사,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대장동 사건 등등에 포획된 채 너무나 오래 표류 중이다.


더 이상 당면한 현안들을 말끔하게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내년에는 여의도로부터 기대해 본다.


호박씨 까지 말자!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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