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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치미 Aug 07. 2023

표현방식은 달라도 모두 사랑

친정엄마와 시엄마


아이들 방학을 맞이하여 친정엄마가 2박 3일 다녀가셨다.


“애들 과일 좀 사다 놨으니, 먹여라 “


엄마가 웬 과일을 사다 놓으셨을까?

우리 친정엄마는 짠순이 중에 짠순이. 먼 거리를 택시 타고 오시라고 돈을 드려도 굳이 굳이 지하철을 타고 2시간을 오시는 분이다.

그런 엄마이기에 요즘 과일값도 비싼데, 무슨 과일을 샀을까 궁금했다.


냉장고 한 칸 가득한 봉지를 열어보니 세상에, 거의 상하기 직전의 복숭아가 잔뜩 있었다.


“엄마 복숭아가 상한 거 같은데?”

“아~ 그게 못난이라고 한 박스 내다 팔 더라고. 맛은 똑같지 뭐. 아니 오히려 벌레 먹은 복숭아가 더 맛있는 거야. 무를 수 있으니까 빨리빨리 먹여”


웃음이 나왔다. 엄마의 사랑방식은 엄마의 십수 년간 생활과도 맞닿아있다.

어린 시절에는 무조건 절약, 아끼고, 전전긍긍하는 엄마가 밉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며 엄마의 나이가 되어보니 이제는 그 방식이 엄마가 자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었음을 어렴풋이 느낀다.


아이 셋을 두고 30대에 과부가 되었던 우리 엄마.

막내가 어려 거의 일을 하지 못하면서도 우리 셋을 정정하게 다 키워내셨고, 절약하고 근검한 습관으로 지금 번듯한 집도 있고 뒤늦게 들어간 직장에서 정년퇴직하며 연금도 받고 있다. 지혜롭게 투자하며 받는 소득 때문에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올라가지도 못할 만큼 자산가가 된 엄마.


엄마는 자신이 늙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언젠가 지나가듯 말씀하셨다.


돈 한 푼 두 푼 세어가며 아끼는 엄마가, 그래도 손주들이 복숭아를 좋아한다고 하니 먹이고 싶으셔서 저 무거운 못난이 복숭아들을 낑낑 사서 들고 오셨을까.


어린 시절에 나였다면 복숭아를 보고 화가 났겠지만 이제는 속상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다.


엄마가 사온 못난이 복숭아. 빨리 먹고 다섯개 남았다.



우리 시어머님은 엄마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사람이다.

시어머님과 엄마의 공통점은 두 분 다 남편을 빨리 보내드렸다는 것이다.


어머님은 주기적으로 우리 집에 택배를 보내는데 사실 얼마 전 여름이 시작될 때쯤, 어머님은 알이 크고 달달한 복숭아를 두 박스나 보내주셨다.


“어머님, 이제 수입도 없으신데 이런 것 사서 안 보내주셔도 돼요~ 저희가 알아서 사 먹을게요”


“알았어. 근데 장마가 시작된다잖니. 비 오고 나면 맛이 없어지는데 지금 맛있는게 나와서 보낸 거야. 애들 챙겨주고 너도 꼭 먹어라. 알겠지?”


어머님으로부터 나는 물질적으로 채워주는 풍족한 사랑을 배웠다. 그리고 때론 풍족히 받는 것이 사람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는 것도 어머님을 통해 배웠다.


어머님은 때가 되면 한우, 전복, 제철과일, 녹용, 비타민 등등을 보내신다. 몸이 건강하실 땐 직접 가서 제일 좋은 걸로 고르고 골라 우리 부부가 방문할 때 가져갈 수 있도록 포장까지 해놓으셨다.


수건을 닳으면 못 쓴다고 해마다 호텔에서 쓸법한 수건들을 직접 고르셔서 보내시기도 하셨다. 이전에 쓰던 것은 버리라면서 말이다. 결혼 전 어디선가 얻어와 회사명이 잔뜩 박힌 수건만 쓰고 자란 내게 매우 신선한 문화충격이었다.


그렇게 어머님은 여전히 주는 사랑에 흡족해하신다. 사업을 하셔서 돈을 많이 버셨을 때부터 지금 사업이 쫄딱 망해 돈 한 푼 없으심에도 어떻게든 우리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려고 보내주신다.


어머님은 풍족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지금은 그때보다 못한 노후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노인이 되셨다. 언젠간 우리 어머님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계부를 더욱 졸라매기도 한다.


어머님이 보내주시는 과일들





엄마로부터 배운 사랑은 지금 내가 내 가족을 지키는 방법이 되어가고 있다. 나도 젊은 시절 엄마처럼 아끼고 아껴 자산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어머님으로부터 배운 사랑은 내가 아이들에게 베풀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해 주셨다. 늘 가지지 못해 불만이었던 어린 시절을 시어머님이 넘치도록 채워주셔서 나도 이제는 결핍 없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 분 다 사랑이시다.

엄마의 사랑도, 시어머님의 사랑도..

엄마의 사랑은 노년이 될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고, 시어머님의 사랑은 노년이 될수록 불안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같은 마음이다.

두 분 모두에게 받은 사랑을 이제는 내가 전해드리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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