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직장 동료와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꽤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너무 사랑스러워요. 아빠지만 제 여자친구 같아요. 어린 아이가 한번씩 삐지기도 하고, 사실 그 모습도 사랑스럽습니다.”
딸이 없는 내 입장에선 부러울 따름인데 그 다음 말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딸은 저를 느리게 하는 존재인거 같아요. 잠시나마 바빴던 시간, 정신없던 순간들이 딸과 함께 있다보면 잠시 저를 정지시켜 주는 느낌...”
자식이 그런 존재인가 보다. 딸도 그렇고 아들도 그렇고 성별과 상관없이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마음이 아닐까 싶다.
출산율이 2016년 1.17, 2017년 1.05, 급기야 2018년에는 1명이 깨지고 2024년에는 0.6명대라고 한다.
아이를 낳는 것이 힘든 세상이라 걱정이긴 한데 실제 육아를 하며 느끼는 이런 감정을 혹여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 느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을 갖는다.
‘느리게 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건 좋은 거다. 바쁘게 살다가도 그런 존재가 있다면 회복력이 빠르지 않을까?
매사 철저해야 하고 꼼꼼해야 한다고 배운 나다. 느린다는 건 좋지 않다고 여긴 나다. 빨라야 하는 강박에 잡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내게 느리게 해주는 존재가 있는지도 살펴본다.
느리게, 때론 느슨하게는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님을. 오히려 충전과 빨리, 단단하게 하기위한 준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