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동 카페 사장

by 조각들

코로나가 한창 무르익어 일상화 된 2022년이었다. 코인세탁방에서 이불을 돌려 놓고, 동네 골목의 작은 카페에 갔다. 에어컨 바람을 쐬며 시간을 때우기 위해 갔을 뿐이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그저 그런 카페인 점이 특징인 곳이다. 내 또래이거나 나보다 조금 나이가 많을 것 같은 남자 사장이 혼자 일하고 있었다.


빨래 시간을 때워야 하기 때문에 그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그의 카페가 위태롭고, 별로이고, 이런식으로 카페를 하는 건 정말 영혼이 없는 삶과 같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말을 하진 않았다. 그는 무척이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의 커피는 그닥 향기롭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엉터리 커피도 아니었다. 3천원 정도를 주고 아깝지 않게 먹을만 한 적당하게 그저 그런 동네 커피였다. 대화를 나누는 한 시간 동안 틈틈이 배달주문 알림이 뜨거나 손님이 방문했다. 그가 매우 행복하고 안정감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삶이 불안정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다.


3년 뒤, 그 골목에 찾아갔을 때, 카페는 없어진 뒤였다. 그렇지만 그가 망했을 거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어떤 새로운 선택을 시작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는 나를 떠올리면서 골목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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