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어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오 Apr 03. 2023

벚꽃이 아름다운 이유

서울에 벚꽃이 만개한 4월의 첫 날, 아침 일찍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서려고 했다. 사람들이 벚꽃구경을 나오기 전 미리 조용한 벚꽃길을 담고 싶었다. 어느 길을 가서 찍을까? 생각을 해보다 조금 게으름을 피며 늦장을 부렸다. 덕분에 아침의 벚꽃길을 찍지는 못했다.


낮에 일을 보고 성내동 '후키커피'에 들러 시원한 커피 한잔을 먹으며 책을 몇장 읽었다. 저녁 약속 전까지 한 시간 정도 여유시간이 남았고, 후루룩 남은 커피를 들이키고 나왔다. 오후 5시, 올림픽공원 산책로의 벚꽃 나무 아랫길로 수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출근길 전철역의 사람들 같았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걷는 그들 사이로 혼자 카메라를 들고 걸었다. 연홍빛의 벚꽃과 그 아래의 사람들을 찍었다. 이따금 바람이 불고 꽃눈이 내렸다. 사람들은 행복해 했다.  


아침에, 인파로 가득한 벚꽃길은 식상할 거라고 마음을 정했던 건 어리석었다. 꽃나무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건 그 아래를 걷는 우리들의 표정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