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속에서 찾은 책의 위로
1억을 날렸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주변 시세보다 1억이나 싸게 나온 아파트를 발견했을 때,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계약서를 쓰는 순간만큼은 내가 이겼다고, 큰돈을 벌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의 하락이 가속화되며 내가 산 아파트는 더 큰 손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1억이 더 떨어졌다.
오만 원짜리 지폐를 잃어버렸다면 나는 온 집안을 뒤지고 남편에게까지 확인했을 것이다. 하루 종일 상심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1억이라는 숫자는 도무지 현실성이 없었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깨어나면 다 원래대로 돌아와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내가 1억을 잃었다는 사실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분노의 다섯 단계
상실의 순간에 사람은 누구나 부정과 분노, 타협과 우울,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내가 딱 그랬다. 처음에는 내 상황을 부정했다. 이렇게 큰 손실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잘못된 계산을 했을 거라며 억지로 위로했다. 그러다 점점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왜 그때 조금 더 알아보지 않았는지,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스스로를 원망했다. '곧 다시 오를 거야'라며 타협도 해봤지만, 현실은 더욱 가혹했다. 가격은 계속 떨어졌고, 내 선택은 명백한 실패였다. 나는 깊은 우울의 단계에 빠졌다. 그때 현실을 도망치듯 책을 펼쳤다.
사람을 살리는 책
책을 펼친 이유는 간단했다. 나보다 더 큰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그들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가끔은 책 속 이야기에 빠져 현실을 잊고 싶었고, 가끔은 한 줄의 문장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고 싶었다.
그때 나를 가장 강렬하게 흔든 책이 있었다. 바로 켈리 최 회장님의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였다.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었다. 가난한 환경 속에서 유학길에 올랐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는 그녀의 실패담은 내 상황과 겹쳐 보였다. 심지어 그녀는 생을 마감하려는 마음까지 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벼랑 끝에서 다시 일어섰다.
특히 감명 깊었던 부분은, 그녀가 처절한 실패 후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선택한 방법 중 하나가 독서였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신처럼 실패를 겪고도 다시 일어나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책을 통해 접하며 위로를 얻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분야의 책 100권을 읽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는 그녀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그 이야기는 내게 강렬한 영감을 주었다. 그녀의 방식대로 나도 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투자와 멘탈 관리, 자기 계발에 관한 책 100권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손실로 인해 상처받은 내 마음을 치유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책 속의 경험과 지혜는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그 책의 첫 번째 챕터 제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실패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패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시작한 그녀의 이야기는 내게 큰 울림을 줬다. 특히 책 속 헨리 포드의 문장이 마음을 두드렸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자는 자신의 능력을 제한한다. 실패는 더욱 똑똑하게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이렇게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작은 불씨를 지피다
켈리 최 회장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나 자신에게도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느꼈다. 실패는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일뿐, 나를 끝장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였다.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좌절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불씨였다. 그리고 이 책이 내 안의 작은 불씨를 다시 지펴주었다.
지금도 나는 실패의 무게를 완전히 잊었다고 말할 수 없다. 여전히 나는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투자와 삶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의 나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책 속에서 나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실패를 딛고 성장할 용기를 얻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 당신이 만약 인생의 큰 실패를 마주하고 있다면, 책 한 권을 펼쳐보길… 거기서 지금 내가 붙잡아야 할 ‘단 하나’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