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으로 배운,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법
나에게 마이너스 1억이라는 뼈아픈 추억을 새겨준 첫 투자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당시 주변 시세보다 1억이나 싼 아파트를 발견하고, 그야말로 대박이라고 생각하며 구매를 결정했다. 이 결정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투자의 기본 전제인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맞은편 30평 아파트 전세에 거주하고 있던 나는,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한 아파트가 연식도 1년 더 새것이고, 평수도 34평으로 더 크며, 구조도 잘 빠진 집이었기에 나의 눈에는 너무나 좋은 기회로 보였다.
하지만 돈을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된 투자 실패의 원인이 있었다.
실패를 통해 배운 것: ‘좋은 집’의 기준은 주관적이다
집은 사람이 꼭 필요로 하는 의식주 중 하나다. 그러나 ‘집’이라고 다 같은 집은 아니며, ‘좋은 집’이라는 기준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여기는’ 집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당시 나는 대부분 집에 머무는 주부로서, 나의 동선과 생활 패턴을 기준으로 집을 평가했다. 대형 마트와 아이 어린이집, 문화센터가 도보 거리에 있었고, 단지 옆 초등학교는 길을 건너지 않고도 보낼 수 있는 위치였다. 단지는 적당한 600세대 규모로 관리 상태도 좋았고, 놀이터도 가까워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었다. 게다가 새로 도색한 외벽은 마치 새 아파트처럼 보였고, 3층 거실 베란다에서 보이는 벚꽃나무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시각을 바꿔보니 나에게 최고였던 이 집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집이 될 수 있었다. 이 단지는 역과의 거리가 더 멀어 출근 시간에 앞 단지보다 10분 일찍 나서야 했다. 단지 내 가파른 언덕도 불편함을 더했다. 지하주차장이 엘리베이터와 연결되지 않아 짐이 많거나 비 오는 날엔 특히 불편했다. 3층이라는 높이는 벌레 문제가 있었고,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나무는 햇빛을 막아 답답하게 느껴졌다.
결국 이 모든 불편함이 집값에 반영되었고, 나는 이를 간과한 채 ‘싸게 산다’는 생각으로 구매를 결정했던 것이다.
투자의 본질: 사람들의 선호를 이해하라
이 경험을 통해 ‘좋은 집’이란 나의 기준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집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읽어내는 것이다. 나는 ‘내게 편안한 집’을 기준으로 삼았지만, 그 집은 시장에서 선호되지 않는 조건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실패 이후 3년 동안 직접 발로 뛰며 임장을 다녔다. 똑같은 역세권 아파트인데 왜 A 아파트가 더 선호되는지, 같은 신축 아파트인데 왜 B 아파트가 더 인기가 있는지, 학군이 비슷한데도 왜 C 아파트가 더 주목받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어떤 지역에서는 단순히 유명 브랜드라는 이유로 선호도가 높은 경우도 있었다.
사람들의 삶을 읽는 행위로서의 투자
사람들이 선호하는 집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가족 구성, 직업, 취미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신혼부부는 작은 집을 선호할 수 있지만, 자녀가 있는 가정은 학군과 공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교통 접근성을 우선시하지만, 재택근무가 많은 사람들은 집의 내부 공간과 환경을 더 중시한다.
자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주차장이 중요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역과의 거리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대표적인 예로 강남의 집값이 비싼 이유를 들 수 있다. 강남은 주요 업무지구로서 일자리가 많아 직장이 어디든 가기가 편리하며, 지하철 노선이 잘 되어 있어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다. 또한, 학군이 우수한 학교와 주요 학원가가 밀집해 있어 자녀 교육에 유리하다. 무엇보다도 부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남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이런 요소들이 강남이라는 지역을 선호하게 하고, 그 결과 높은 집값을 형성한다.
결국 부동산 투자란 사람들의 선호와 삶의 방식을 읽어내는 행위다. 이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인문학적인 과정이다.
결론: 투자도 인문학이다
나의 첫 투자 실패는 아프고도 값진 경험이었다. 실패의 원인을 돌아보니 내가 가진 기준에만 매달렸던 시각의 한계가 보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투자란 결국 사람들의 삶을 읽는 행위임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집을 고를 때 나의 취향이 아닌 시장의 선호를 먼저 살핀다. 사람들이 어떤 동네를 좋아하고,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길 원하는지를 고민한다. 이런 고민 속에서 나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집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투자도 인문학이다’라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결국 우리는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읽어낼 때, 그 안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나에게는 물론, 그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더 나은 삶을 선물할 수 있다. 나의 실패는 이런 깨달음을 준 고마운 스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