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의 아파트 충동구매

초보 투자자의 실수와 교훈

by 미고

40만 원짜리 강의를 듣고 난 뒤, 나는 어느새 스스로를 "배움에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 정의하기 시작했다. 어깨에는 힘이 들어갔고, 나처럼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 혼자 허풍까지 떨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강의를 들었고, 그 첫 강의를 시작으로 꾸준히 더 많은 강의에 투자했다. 그리고 돈을 쓸수록 "이제 나도 부동산에 대해 꽤 안다"라는 착각에 빠졌다. 초보자의 과도한 자신감과 더불어 조급증까지 생겼다. 빨리 집을 사야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부동산 시세를 조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매물은 내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무려 1억이나 싸다니! 주변 단지들과 비교해도 어딘가 너무 저렴했다. 나에게는 그저 '기회'로 보였다. 불안감과 조급함이 더해져 나는 그 집을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단지는 바로 길 하나 건너에 있을 뿐인데, 무슨 입지 차이가 있다고 이렇게나 차이가 날까? 나는 단번에 확신했다. 이 집을 사면 무조건 1억은 벌겠다고.


주말이라는 것도 잊고 부동산에 전화를 돌렸다. 문제는 있었다. 세입자의 만기가 1년이나 남아 있었고, 우리 집 전세 만기도 몇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고, 내보낸다 해도 복비며 이사비용까지 추가로 돈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단념하지 않았다. 세입자를 끼고 집을 사고, 만기가 되면 우리가 들어가 살기로 계획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잔금을 치를 돈이 없었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인 1억을 마련할 현금이 내겐 없었다.


상황이 이쯤 되면 포기하거나 다음을 기약하는 게 보통일 텐데, 이상하게도 나는 "못 사는 상황"이 되니 더 사고 싶었다. 뭔가 이상한 호기가 발동했다. 사실 당시에는 후순위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같은 옵션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부동산 사장님이 하라는 대로만 했다. 부동산 사장님이 '지금이 기회'라며 부추길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친분이 있으니 믿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판단은 지나치게 단순했다. 친하다고 해서 다 믿어도 되는 건 아니었다. 결국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 하니까.


그렇게 전세 계약서를 새로 써 전세자금대출 명목으로 돈을 빌려 집을 샀다. 불법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이후 거주 중인 아파트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며 모두 상환하여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 당시에는 무모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집을 사고 잔금을 치르고 등기가 내 손에 들어온 순간, 우리는 엄청난 부자가 된 것 같았다. 이제 이 집은 우리 거고, 우리 가족은 곧 새 보금자리에서 살게 된다. 인테리어 계획부터 가구 선정까지 입주 1년 전부터 모든 걸 준비했다. 거실 베란다 창문으로는 벚꽃나무가 창문 가득 아름답게 보이는 3층 집이었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집은 남향이었고, 초·중·고등학교가 단지에 인접해 아이를 키우기 너무 좋은 환경이었다. 심지어 단지를 둘러싼 돌담도 예뻐 보였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집이 왜 1억이나 싼 지 그때까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 콩깍지가 벗겨지는 현실이 찾아왔다. 부동산 하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내가 산 집은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길 하나 사이에 있는 아파트인데도 1억이나 싸게 나온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고른 집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인정하기 싫었으니까. 지금 돌아보면, 당시 내 판단은 너무 주관적이었다. "남향이고 학교가 가까우니까 좋아 보인다"는 내 취향만 앞세웠던 것이다. 이후 나는 깨달았다. 오를 아파트는 내가 좋아하는 아파트가 아니라, 모두가 좋아할 아파트여야 한다는 것을.

게다가 시부모님께 4천만 원을 빌렸던 터라 부담감은 더 컸다. 다행히 뱃속에 있는 손주가 효과 만점이었다. 돈을 빌리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그만큼 갚아야 할 책임감이 내게 무겁게 다가왔다. 지금도 따박따박 원리금을 갚고 있다.


믿기 힘든 현실에 나는 스스로를 속이며 버티려 했다. 남편에게 '괜찮다, 잘 산 거다'라고 말하면서도, 그 말이 얼마나 허무한지 나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자책이 떠나질 않았다. 마음은 괴로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었다. 내가 저지른 일은 내가 수습해야 했다.


그때 다시 결심했다. 더 많이 알고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래야만 이 실패가 단순한 실수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야 내가 진짜 부동산을 안다고 말할 자격이 생길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배운다. 이번에는 과도한 자신감 대신 겸손을 무기로 삼으며, 더 독하게 공부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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