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비싸고 값진 40만 원

그렇게 시작된 나를 위한 투자

by 미고

오랜만에 노트북 앞에 앉다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과거의 경력을 살리는 일이었다. 방송작가 시절 쌓은 경험을 떠올리며 여기저기 지원서를 냈다. 그리고 기회는 뜻밖의 곳에서 찾아왔다. 20대의 취업, 연애, 그리고 섹스를 다룬 성인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로 뽑힌 것이다.

오랜만에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다시 글을 쓰니 살아 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쓴 대본에 제작진들이 하나같이 "이야기가 신선하고 재밌다"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 그 피드백은 오래 잊고 있던 작가로서의 자부심을 되살려줬다.



욕망과 현실의 충돌

초반에는 그동안 억눌렸던 나의 욕망이 글에 고스란히 녹아들면서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나는 발전된 상상력 대신 현실주의자로 변하고 있었다.

호르몬 탓이었을까? 아니면 원래부터 내가 현실적인 사람이라 그런 걸까? 혹은 작가로서의 한계였을까? 과감한 장면에서 머뭇거리던 나를 발견할 때마다 스스로가 답답했다. "이 캐릭터는 이렇게 하면 안 될 텐데"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수정 요청은 점점 늘어났고, 나는 작가로서의 자신감을 잃어갔다.

그때 둘째를 임신하면서 첫째 때와 똑같은 심각한 입덧이 시작됐다. 아직 어린 첫째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더는 아이디어를 짜낼 여력이 없었다. 결국 나는 이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또 한 번 모든 걸 멈추게 된 것이다.



떠돌이 전세살이가 싫어 시작된 부동산 투자 공부


둘째를 기다리며 첫째에게 온 사랑을 쏟았다. 하지만 전셋집 계약 만료가 다가오자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점점 올라가는 전세금을 보며 '다음번에는 어떻게 감당하지?'라는 두려움이 커졌다. 안정된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은 결국 내게 '집은 사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출산을 앞둔 시점에서 이사를 또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더 이상 이렇게 남의 집을 떠돌아다니며 살 수는 없다는 생각.

그래서 부동산 투자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임신 중기 이후 몸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자 나는 유튜브 강의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부동산 투자의 중요성과, 투자를 통해 부를 이룬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를 홀렸다. 평범한 공무원이 투자 3년 만에 순자산 10억을 달성했다는 이야기, 3천만 원 심지어 무자본으로 집을 샀다는 사례들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게 정말 가능할까?" 나는 궁금했다. 그 이야기들이 단순히 성공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강의를 들으면서 "나도 하고 싶다!”라는 갈망이 생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료 강의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겉핥기식 정보들로는 부족했다. 나는 알고 싶었다. "어떤 집을 사야 오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결국 유료 강의에 눈을 돌렸다.



무슨 강의료가 40만 원이나 해?!

문제는 강의료였다. 40만 원이라니. 기저귀 박스를 돈이 아닌가!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이 강의를 듣고도 집을 못 사면 어쩌지? 40만 원이면 아이들 옷을 사주거나 차라리 주식을 사는게 낫지 않을까?"

그러다가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 강의가 40만 원인데, 들어야 할까? 임장도 가야하고 과제도 해야하는데 그냥 애들 어느정도 크고 나서 시작하면 어떨까?" 남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지금 하면 나중에도 ."

그 말은 내게 번개처럼 내려왔다. 언제가 되었든 공부하기 좋은 환경은 절대 오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남편은 이어서 말했다.
"40 원이면 거야. 실패해도 괜찮아. 지금 해봐."

결국,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강의를 신청했다.



호기심과 열정으로 시작된 투자자의 길

강의는 처음부터 나에게 굉장한 몰입감을 줬다. 전반적인 투자 프로세스에 대한 A to Z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단순히 '어떤 집을 사야 오를까?'를 넘어, 투자라는 세계가 이렇게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는 강의에 완전히 빠져들었고, 매주 내주는 과제도 즐겁게 수행했다. 아깝다고 생각했던 40만 원은 오히려 가장 가치 있는 투자였다. 강의료가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내 열정은 만삭 때까지 이어졌고, 심지어 출산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투자자로서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몰입과 열정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일은 내게 오랜만에 느껴보는 활력이었다. 다만, 그 열정은 때로 조금 무모하거나 과감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제야 나는 이해할 수 있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그 배움을 행동으로 옮기며 내 삶을 조금씩 바꾸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도전이라는 것을.

이 열정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고, 그 여정에서 나는 실패와 성공, 그리고 예상치 못한 도전을 마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내게는 값진 배움이었다. 이제 나는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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